한·미 FTA 비준 직격탄 맞은 제약업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허가·특허 연계제도를 비롯한 제약산업 관련 독소조항이 법제화 수순을 밟게 됐다. 가장 큰 논란을 빚고 있는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ISD)도 향후 제약산업에 법적 분쟁을 야기할 잠재적 위험요소로 꼽혔다.
국내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23일 "한·미 FTA 협정이 현실화되면 제약산업에 통상 관련 법정 분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약산업은 이번 협정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산업 분야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먼저 허가·특허 연계제도에 따른 제네릭(복제의약품) 시판 방지가 오는 2015년부터 시행된다. 허가·특허 연계 제도는 제네릭의 허가 신청 사실을 원 특허권자에게 즉시 통보하고 특허권자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특허 쟁송이 해결될 때까지 제네릭의 제조·시판을 유보하는 제도다.
특허권자가 제네릭의 시장 진입을 늦추기 위해 특허 소송을 장기화할 경우 국내 제약사들의 제네릭 출시는 미뤄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정부는 최근 대규모 약가인하 정책을 발표했지만 저렴한 제네릭 출시가 늦어지면 약값 부담을 오히려 가중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의약품·치료재료의 보험 적용과 가격결정에 제약사가 불복할 경우 독립된 이의신청 기구가 이를 검토하도록 한 조항도 논란거리다.
현재 의약품 등의 가격과 보험 적용 여부는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정하고 있다. 하지만 독립된 이의신청 기구가 생기면 정부의 정책 결정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자가 상대국 정부 정책으로 피해를 봤을 때 해당 정부를 제소할 수 있도록 한 ISD로 법적분쟁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또 다른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국가와 기업의 이미지를 고려할 때 다국적기업이 상대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쉽지 않다"면서도 "약가인하 정책으로 대규모 매출 손실을 본 다국적제약사들이 국내 의약품의 약가우대 정책 등 차별적 조항을 문제삼아 국가 상대 소송을 검토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에서 의약품은 애초부터 '내주는 산업'으로 간주됐지만 대규모 약가인하에 이어 FTA가 현실화되자 제약업계의 '공포감'은 극에 달했다.
한국제약협회는 한·미 FTA 비준 이후 성명을 통해 "약가일괄인하정책에 이어 국내 제네릭 개발을 원천적으로 막는 허가·특허 연계 도입으로 국내 제약산업이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며 "다국적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확대돼 국민 의료비가 증가하고 제약 속국으로 전환될 소지가 크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피해 영향 분석이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이동욱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한·미 FTA 설명회를 갖고 "허가 특허 연계제도를 반영한 약사법 개정안에 허가 신청자가 신청 사실을 원 특허권자에게 통보하도록 한 내용이 포함됐지만 시판 방지 조치는 3년간 유예됐다"며 "이 제도는 물질의 특허 침해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이지 약값을 결정하는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약값 상승과도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독립적 이의신청 절차의 경우 "독립적 검토 결과는 참고자료로만 활용될 뿐 원래의 결정을 번복하는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SD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가 외국계 기업에 국내와 다른 기준을 적용해 차별적 대우를 했을 때만 제소 요건이 성립하는 것"이라며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seilee@fnnews.com이세경 허현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