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환경오염피해 구제법 시급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9.09 03:09

수정 2014.11.03 14:52

[차관칼럼] 환경오염피해 구제법 시급

지난해 9월 발생된 구미 불산 누출사고는 5명이 사망하고 554억원 규모의 피해를 내는 등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남겨 놓았다. 사고를 낸 기업은 한 번의 사고로 공장 문을 닫게 되었고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 대한 피해구제는 지연됐다. 결국 배상책임이 없는 국민세금으로 피해복구를 했다.

환경오염사고는 2004년 45건에서 2010년 102건으로 2배 이상 증가됐다. 화학사고 신고건수도 예년 평균 13건에서 2013년은 70건을 상회해 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민들이 언제 환경오염사고의 피해자가 될지 모르는 실정이며 기업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독일, 미국 등 선진국은 일찍이 1970년대부터 환경오염사고에 따른 기업의 피해배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환경오염피해보험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중국도 지난 2월 관련규정을 마련하고 2015년부터 환경오염피해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우리나라도 더 늦기 전에 국민과 기업 모두 안심할 수 있는 선진화된 피해구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다행히 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 모두 환경오염피해구제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것을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박근혜정부는 국민안전 확보를 위해 이를 주요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지난 7월 5일 국무조정실 등 9개 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화학물질 안전관리 종합대책'에 제도의 기본방향을 담았다.

정부는 제도 설계를 위해 지난 4월부터 산업계를 포함해 학계, 시민단체, 국회 등의 전문가와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포럼을 구성하고 집중적인 논의를 통해 제도의 근간이 되는 법률 초안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를 산업계 등 각계 대상의 설명회·공청회 등과 관계기관 협의 등을 거쳐 '환경오염피해 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그간 정부, 국회, 학계, 산업계, 시민단체 등 각계가 함께 고민해온 노력의 산물이다.

이번에 마련된 법률안은 신속한 피해구제와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환경오염 유발시설의 설치·운영에 따른 환경오염피해에 대해 가해자가 책임배상을 하도록 했다.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과 같이 위험한 시설은 환경책임보험 등에 가입해 사고발생 시 보험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했다.

둘째, 피해자 입증부담을 경감토록 했다. 과학적인 인과관계 입증이 불가능한 환경오염피해의 특성을 감안해 대법원 판례로 확립된 인과관계 입증에 관한 사항을 입법화했다. 이와 함께 입증에 필요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정보청구권을 도입해 피해배상을 신속하고 용이하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셋째,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보장하기 위해 배상책임한도를 설정하고, 기업은 정해진 한도까지만 책임지도록 했다. 또한 보험가입 금액은 최저금액으로 설정해 보험료 부담을 최소화하고 영세 중소기업은 보험료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넷째, 환경오염피해보상기금을 설치해 예외적으로 배상책임한도를 초과하는 거대피해가 발생하거나 가해자를 찾을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경우 등에 국가가 보상을 함으로써 피해구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했다.

앞으로 이 법이 제정되면 환경오염사고가 발생되는 경우에도 자동차 책임보험과 같이 대부분은 보험을 통해 해결함으로써 피해자는 신속하게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사고기업도 경제적인 부담 없이 배상을 할 수 있게 된다.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한, 국가는 피해복구를 위해 국민 세금을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
즉, 환경오염피해 구제법은 피해자와 기업, 국가 모두를 위한 상생의 해법이라 할 수 있다. 법률이 조속히 제정되어 국민안전, 국민행복을 증진하는 든든한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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