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114년 철도독점 폐해 씻어야

파이낸셜뉴스

세밑이 어지럽다. 철도노조의 불법파업에 민주노총의 총파업 결의대회까지 가세했다. 있지도 않은 민영화 허상을 앞세워 제 밥그릇을 지키려는 투쟁에 연말 애꿎은 시민들만 발이 묶였다. 철도파업은 어느덧 4주차로 접어들었다. 민노총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인 내년 2월 25일 노동자·농민·빈민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민파업'을 예고했다. 근로조건과 무관한 명백한 정치파업 위협이다.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이 민영화의 전초단계라는 노조의 주장은 점점 힘을 잃고 있다. 정부가 지난 27일 밤 전격 면허를 발급한 '수서고속철도회사'는 이르면 2015년 말 철도경쟁 시대를 연다. 그러나 공공 대 민간의 경쟁이 아니라 공공 대 공공의 경쟁이다. 수서고속철도는 주식 발행과 양도 대상을 공공기관으로 한정했고 이를 위반하면 면허를 취소토록 했다. 수서고속철도는 모회사인 코레일과 같은 성격의 공공기관이다. 이는 마치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것과 같다.

노조는 왜 파업하는가. 노조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다. 세상 어느 노조도 국민행복을 위해서 파업하지 않는다. 철도노조도 다를 바 없다. 다만 노조는 종종 근사한 명분을 내건다. 그래야 여론의 지지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부문 노조가 명분에 능하다. 이번에 철도노조가 '국민철도 사수'를 파업의 명분으로 내건 게 좋은 예다.

그 결과가 고약하다. 국민철도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화물열차 운행률이 뚝 떨어지면서 산업계가 받는 고통도 크다. 공(公)기업은 공익을 우선하지만 동시에 수익을 올려야 하는 기업(企業)이기도 하다. 코레일은 과거 114년간 독점을 향유한 결과 효율성이 지나치게 낮아졌다. 아무리 '착한 적자'를 내는 공기업이라도 무한정 세금을 댈 순 없다. 일정 수준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그래서 나온 게 공공부문 내 철도경쟁 체제 도입이다.

철도노조는 종래 영구적으로 여겼던 독점이익의 박탈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국민철도 사수는 핑계일 따름이다. 제 이익을 지키기 위해 로비·약탈·방어 등 비생산적인 활동에 나서는 것을 지대(地代)추구라고 한다. 지대는 독과점일 때 가장 크다. 결국 지대추구는 독과점 이익을 누리는 기득권자들의 이기적인 자기 방어다. 눈덩이 누적적자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연봉을 챙기는 공기업 귀족노조가 대표적이다. 철도노조가 강하게 나갈수록 속셈이 드러나게 돼 있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