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도심 확 바꿀 ‘한국판 롯폰기힐스’ 구상
국토교통부가 '한국판 롯폰기힐스' 구상을 밝혔다.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다. 새해 국토부의 업무는 규제개혁에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으로 '입지규제 최소지구'를 도입할 방침이다. 일본 도쿄 도심의 롯폰기힐스(약 11만㎡)는 사무실·미술관·호텔·레스토랑·쇼핑몰·영화관을 구비한 복합문화공간이다. 1986년 재개발유도지구로 지정받았고 2003년 완공됐다. 낡은 목조주택 밀집지역이 도쿄의 명소로 거듭나기까지 17년이 걸렸다. 금융사가 밀집한 오테마치 재개발구역도 대도시 도심재개발의 모델로 꼽힌다. 이런 건물을 서울 도심에도 짓겠다는 게 국토부의 구상이다.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도 벤치마킹 대상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항만 배후단지가 쇠퇴하자 대규모 워터프런트 재개발사업을 벌였다. 1단계가 호텔·공원·컨벤션센터·쇼핑몰 등이 들어선 복합리조트 단지 마리나베이샌즈다. 이어 국제금융 중심의 대규모 업무·주거단지를 조성하는 2단계 사업은 현재 추진 중이다.
국토부가 도심 재개발 방향을 잘 잡은 것 같다. 지금은 주거·상업·공업용지 등으로 땅 개발에 엄격한 칸막이가 쳐 있다. 이래선 주거·문화·상업을 한데 모은 복합빌딩 개발이 불가능하다. 국토부는 연내 관련 법 개정을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입지규제 부담을 확 줄일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용도제한의 벽을 허물고 층수·용적률·기반시설 설치기준 등도 완화할 계획이다.
국토부 박기풍 1차관은 "규제를 풀면 아주 창의적인 건축물이 나올 것"이라며 "병원이나 스타디움에 호텔이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병원과 호텔을 결합한 메디텔은 정부가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고소득층 중국·러시아 환자와 가족들이 묵을 근사한 메디텔이 도심에 선다면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기업들은 투자할 곳을 못 찾아 돈을 금고에 쌓아두고 있다. 기업에 상당한 재량권을 주는 도심 재개발 프로젝트는 민간투자 활성화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과거 투기억제 시대의 구닥다리 규제도 풀기로 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영구 폐지하고 재건축 때 일정비율의 소형평형을 의무적으로 짓도록 한 규제도 손질할 방침이다. 이 역시 올바른 방향이다. 지금은 투기가 아니라 침체가 문제다. 저출산·고령화에 한발 앞선 이웃 일본의 사례에 비춰볼 때 국내 부동산 역시 장기침체에 빠질 우려가 크다. 집값은 비정상적으로 올라도 안 되지만 너무 떨어져도 곤란하다. 일본 장기불황과 미국 금융위기가 부동산 등 자산 급락에서 비롯됐음을 잊어선 안 된다.
다만 정부는 재개발 입지규제를 풀 때 난개발 대비책도 함께 세우길 바란다. 괴물처럼 도심에 불쑥 솟은 고층빌딩을 쳐다보는 것만큼 괴로운 일도 없다. 규제를 풀 때 늘 투기 재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은 정책 당국자들의 기본자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