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靑·정부 엇박자, 그냥 넘길 일 아니다
'경제대도약을 위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놓고 청와대와 정부가 엇박자를 냈다. 언론은 기획재정부 원안과 대통령 담화문 참고자료를 놓고 허둥댔다. 원안의 3대 추진전략, 15대 핵심과제, 100대 과제는 참고자료에서 3대 추진전략, 9+1(통일) 과제로 바뀌었다. 100대 과제 중 44개 과제는 탈락했다. 청와대와 정부 간 팀워크는 실종됐다. 정권 출범 2주년을 자축하는 경제혁신 비전은 출발부터 빛이 바랬다.
지난 19~20일 기재부는 언론사 경제부장·논설위원들을 상대로 혁신 3개년 계획(안·66쪽) 설명회를 가졌다. 이어 21일 300쪽짜리 전체본을 배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체본은 배달되지 않았다. 그동안 청와대는 대대적인 원안 수정작업을 벌였다. 25일로 예정됐던 부총리 브리핑은 돌연 대통령 직접 담화로 대체됐다. 원안은 담화문 참고자료로 바뀌었다. 한마디로 대통령이 기재부 원안에 퇴짜를 놓고 직접 마이크를 잡은 것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가장 중요한 정책을 발표하는 날 경제사령탑인 현오석 부총리의 존재감은 희미했다. 이튿날 현 부총리는 뜻밖에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 나왔다. 원래 이 자리의 주인공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머쓱한 서 장관을 옆에 두고 현 부총리는 "경제혁신 3개년 초안 자료 중 담화문에서 빠진 과제도 앞으로 추진할 과제"라고 뒤늦게 설명했다. 그러나 정책의 컨트롤타워로서 부총리의 권위는 이미 땅에 떨어진 뒤였다.
이번 난맥상은 단순 해프닝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 현 부총리와 선임부서 기재부를 보는 시각이 여과 없이 반영된 결과다. 부총리는 대통령의 신뢰를 잃은 게 분명하다. 이미 그는 신용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 때 "우리가 다 정보 제공에 동의해 줬지 않느냐"고 말했다가 대통령으로부터 1차 경고를 받은 상태다. 야전사령관으로서 추진력·돌파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제 현 부총리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재신임을 묻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정권 출범 전부터 인사는 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 일부 각료들은 대통령의 뜻에 부응하지 못했고 그럴수록 박 대통령은 만기친람 비판에도 불구하고 깨알 같은 지시를 내려야 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할 대통령과 장관 사이에 불신의 골이 깊게 파였다.
박 대통령은 잦은 개각에 부정적이다. 업무의 연속성을 고려하면 맞는 얘기다. 하지만 1기 내각·청와대의 허술한 팀워크는 국민들이 더 이상 인내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인사 실패를 겸허히 수용하고 출범 2년차를 맞아 새로운 진용을 갖추면 좋겠다. '믿지 못할 사람은 쓰지 말고 쓴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疑人勿用 用人勿疑)'는 말이 있다. 용인술은 지도자의 최고 덕목이다. 믿고 쓰든가 바꾸든가 양단간에 결정을 내릴 때가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