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구멍 난 복지제도 전면 재정비해야
생활고와 신병을 비관한 가족 동반자살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의 반지하 셋방에서 60세 어머니와 병든 35세·32세 두 딸이 셋방 주인에게 집세 70만원을 남기고 숨진 채 발견돼 모두를 가슴 아프게 했다. 지난 2일에는 경기 동두천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37세 어머니와 4세 아들이 '미안하다'는 유서와 함께 숨졌고 다음 날 경기도 광주에서는 44세 어머니와 13세 지체장애 딸, 4세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잇따른 자살사건은 우리 사회의 빈곤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상태임을 일깨워준다. 박근혜 대통령도 4일 국무회의에서 서울 석촌동 세 모녀 자살사건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박 대통령은 "이분들이 기초수급자 신청을 했거나 관할 구청에서 이 상황을 알았으면 긴급 복지지원 제도를 통해 지원을 받았을 텐데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있는 복지제도도 국민이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없는 제도나 마찬가지"라며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파 세 모녀의 비극은 우리의 사회안전망과 복지전달체계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들은 기본적인 복지제도인 기초생활보장제도나 의료급여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죽어갔다. 송파구청에서는 "본인도 지원 신청을 하지 않아 이들이 생계곤란에 놓인 것을 알 수 없었다"고 했다. 신청만 했다면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제도를 몰랐다 하더라도 그들을 가난의 고통 속에 방치한 것은 결국 우리 사회의 책임이다.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정부는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하는 게 당연하다.
설령 이들이 제도를 알고 신청했다 해도 기초수급자로 선정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세 모녀의 경우 3인 가족 기준 월소득액 133만원 이하인 기초수급자 기준을 표면적으로는 충족시키고 있으나 '근로능력자'가 3명인 점 등 여러 요건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긴급복지지원제도 역시 요건이 까다로워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으리라 보는 이가 많다.
때문에 현행 기초생활수급제도 등 복지제도가 복잡다단한 빈곤층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예컨대 병든 독거노인이 돈 버는 아들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자살사건이 잇따르자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그 대책은 복지혜택을 널리 알리고 숨은 대상자를 발굴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 하지만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기존 복지제도의 실효성도 전반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 현실과 동떨어진 수급자 선정기준이 없는지 함께 살펴볼 일이다.
지금은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다. 그러나 정부가 아무리 복지에 예산을 쏟아붓는다 해도 세 모녀처럼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는 계층에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