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한은 김중수의 4년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 시대가 13일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날 김 총재는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 기준금리는 동결됐다. 이로써 김 총재는 재임 4년간 기준금리 동결 40회, 인상 5회, 인하 3회의 기록을 남겼다. '동결 총재'라 부를 만하다.
그가 취임한 2010년 4월은 세계경제가 금융위기의 긴박감에서 다소 벗어난 때다. 금리인하의 칼은 전임 이성태 총재가 휘둘렀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2.0%를 김 총재에게 넘겼다. 이제 김 총재는 기준금리 2.5%를 후임자에게 넘긴다. 4년간 0.5%포인트 올랐다. 김 총재가 즐겨 쓰는 말마따나 '베이비 스텝'이다.
김 총재는 역대 한은 수장 가운데 해외출장이 가장 잦았다. 18개국, 30개 도시를 73차례나 찾았다. 김 총재가 해외에 머문 기간은 출·입국일까지 포함하면 355일에 이른다. 4년 중 1년을 외국에 나가 있었다는 얘기다. 잦은 출장은 구설을 불렀다. 2년 전 가을 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이 빈번한 출장과 부부동반 출국을 문제 삼았다. 그러자 뜻밖에 김 총재가 트레이드마크인 묵직한 저음톤을 버리고 목청을 높였다. "모든 출장은 각국 중앙은행 총재가 참석한 회의이며 부부동반 역시 규정과 관행을 벗어난 것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것이다. 김 총재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제통이다. 사실 요즘 같은 세상엔 중앙은행 총재가 밖에서 국제 금융계의 거물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면서 의견을 교환하는 게 맞다.
하지만 평가는 좋지 않았다. 국제 금융월간지 '글로벌 파이낸스'는 해마다 50개국 중앙은행 총재들을 상대로 학점을 매긴다. 김 총재는 2011·2012년 연속 C학점을 받았다. 그나마 2013년 B+로 향상된 게 위안이다. 시장은 김 총재에게 '불통중수'라는 별명을 붙였다.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하는 돌발적인 금리정책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은 안에서도 김 총재는 외인부대였다. 임기 내내 그는 한은이 입을 열면 모든 이가 귀를 기울이는 '권위'를 세우려 했다. 그런 김 총재에게 공기업 체질이 밴 한은 직원들은 영 성에 안 찼다. 급기야 작년 뉴욕 출장 중에 "한은 직원들은 실력이 없다"며 '천기'를 누설했다. 한은 노조가 발끈한 것은 당연했다.
시장도 한은맨들도 그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는 실패한 총재일까. 지금 단정 짓긴 어렵다. 다만 그가 우리나라 중앙은행사(史)에 또렷한 발자취를 남기는 데 실패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