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동북아 오일허브’ 실현 쉽지 않다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동북아 오일허브’ 실현 쉽지 않다

정부가 세계 4대 오일허브를 목표로 야심차게 추진 중인 '동북아 오일 허브'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추가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은 데다 인근 싱가포르와 중국 등에 비하면 규모 면에서 경쟁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년까지 전남 여수 820만배럴, 울산 북항과 남항에 각각 990만배럴과 1850만배럴 등 총 3660만배럴 규모의 오일허브를 만들겠다고 지난 12일 밝힌 바 있다.

■싱가포르·중국에 비해 '역부족'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 중인 동북아 오일허브는 크게 두 가지 장애물을 안고 있다.

우선 2020년까지 3660만배럴 규모의 터미널을 완성하더라도 아시아 최대 거래소인 싱가포르현물거래소(SMX)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또 추가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정해진 시한까지 목표 저장용량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본지가 파악한 결과 아시아에서 석유가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싱가포르거래소는 인근 말레이시아 권역을 포함하면 이미 1억배럴이 넘어간다. 오일 터미널은 중국도 매년 확장사업을 벌이고 있어 자칫 규모 경쟁에서 밀릴 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산업부가 파악한 싱가포르 터미널의 규모가 5200만배럴인데 업계에선 7000만배럴이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이웃국가인 중국이 매년 3000만배럴씩 탱크를 늘리고 있어 우리나라는 속도전에서도 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업체는 해외 투자 파트너에도 의문을 표하고 있다. 울산지역의 오일허브 합작법인인 코리아오일허브의 해외 지분은 보팍이라는 업체가 33%를 투자했다. 업계에선 파트너는 오일 트레이딩 전문업체가 돼야 하지만 보팍은 트레이딩보다는 석유 저장사업에 강점이 있는 업체라고 지적한다.

에너지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동북아 오일 허브가 세계 제4대 석유거래소로 성장하려면 하드웨어적으로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권역과 대등한 능력을 갖춘 거대 허브가 만들어져야 하고 소프트웨어적으로는 트레이딩 전문가와 전문회사들이 대거 투입돼야 한다"면서 "이 두 가지가 제때 갖춰지지 않으면 투자에 속도를 붙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쟁력 있다" 진행상황이 관건

그러나 산업부는 이번에 내놓은 동북아 오일허브 정책들이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지정학적 위치, 세계적 규모의 정제공장, 깊은 수심과 천혜의 항만조건 등을 고려하면 동북아 오일허브 입지로는 한국이 가장 유리하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 석유제품 간 혼합, 약품 첨가 등을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가공이 가능하도록 제한을 풀고 법인세 면제 혜택 등을 포함시키면서 그동안 업계에서 원했던 것들을 대거 포함시켰다"면서 "제공된 인센티브가 충분히 경쟁력 있기 때문에 이제 관건은 외국인의 정주여건이나 일반적인 도시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820만배럴의 저장시설을 여수에 준공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동북아 오일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야심찬 출발을 시작한 만큼 진행상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 시설의 가동률은 지난해 말 기준 78%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사업에 참여한 주주들로 석유 전문 트레이더 등 제3자는 아직까지 유치하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현재 석유제품 간 혼합 등 블렌딩 관련 제한으로 온전한 의미의 트레이드 뱅크 터미널이라고 볼 수 없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현 시점에서 78%는 괜찮은 수준"이라면서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것처럼 부가가치 활동에 대한 규제 완화가 정비되면 석유 전문 트레이더들의 활용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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