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발 디딜 틈 없는 국내 면세점, 규제 족쇄에 매장 못 늘린다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발 디딜 틈 없는 국내 면세점, 규제 족쇄에 매장 못 늘린다

# 이달 말 캐나다 여행을 앞두고 있는 주부 박모씨(52). 오래간만에 가는 여행이라 미리 면세점에서 쇼핑도 할 겸 지난 주말 서울시내의 L면세점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외국인,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로 면세점은 발 디딜 틈이 없었고 30분 넘게 줄을 서서야 원하는 물건을 간신히 살 정도로 북새통이었다. 박씨가 기다리는 동안 물건이 없어 돌아가는 관광객들도 여러 명 눈에 띄었다. 겪다 겪다 이런 난장판도 처음이었다.

국내 면세점 매출액이 올해 7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면세점을 둘러싼 규제 때문에 이용객들의 불편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특히 최근처럼 '요우커(遊客)'로 대표되는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몰려올 때면 국내 면세점의 포화상태는 더욱 극에 달한다. 대표적인 규제가 대·중소기업 상생에 따른 대기업 확장 제한과 정부의 면세점 운영에 대한 과도한 특허권 제한이다.

6일 기획재정부, 관세청,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면세점은 42곳으로 이 가운데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유가 19곳(외국계 1곳 포함), 중소·중견기업이 14곳, 한국관광공사 등 공사가 운영하는 곳이 9곳이다.

현행 관세법은 중소·중견기업의 판로 확대를 위해 전체 특허수(면세점 운영권) 중 대기업은 60% 미만으로 제한하되 중소·중견기업은 20%(2018년부터는 30%)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10개 면세점 중 반드시 2개 이상은 중소·중견기업이 운영하고 대기업은 6곳을 넘을 수 없도록 막고 있는 것이다. 특히 관광객이 집중되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전체 면세점 시장의 6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롯데, 신라는 밀려오는 고객들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동화를 제외한 중소·중견기업들은 모두 울산(진산), 창원(대동), 대구(그랜드호텔), 수원(앙코르), 천안(케이), 청주(중원), 대전(신우) 등 지방도시로 흩어져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수도권을 지키고 있는 대기업은 매장 추가 확대를, 지방의 중소·중견 면세점은 수도권 입성이 목표인 셈이다.

면세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시장에서 몸집을 키워 해외로 진출해야 하는데 되레 국내 규제에 걸려 성장동력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이는 자국에서 면세점을 적극 지원하는 중국, 일본과는 역행하는 모습"이라면서 "일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면적 중심의 규제는 기존 대기업의 활동반경을 더욱 제약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도 이 같은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복수의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상생취지는 공감하지만 법으로 무작정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운영할 수 있는 (면세점)비율을 정해놓은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 현행 제도 운영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아 다양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 대기업 운영 면세점은 전체의 45% 정도로 다소 확장 여지는 있다. 하지만 이것도 △전년 대비 외국인 관광객 30만명 초과 △면세점 총 매출액과 방문객 수 중 외국인 비율 50% 이상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관세청의 내부 기준을 통과해야 추가 입찰에 따른 매장 확장 여부가 결정되게 된다.

외국 관광객은 밀물처럼 몰려오지만 국내 규제에 막혀 면세점 업계는 정부의 입만 쳐다보는 꼴이 반복되는 셈이다.

bada@fnnews.com 김승호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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