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이주열 한은 총재 '불협화음'
우리 경제 양대 수장인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간에 정책공조를 놓고 미세한 틈이 생겼다. 최 부총리가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압박 공세를 재개하자 이 총재가 침묵을 깨고 어색한 불쾌감을 연이어 드러낸 것.
결국 한은이 정책공조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지만 경기와 통화정책에 대한 경제수장들의 인식이 더 벌어진다면 경제정책 수립과 집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염려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동상이몽으로 끝난 최경환의 이심전심?
7일 이 총재는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시장에 영향을 줄 사람은 금리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면서 최 부총리의 발언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우회적으로 얘기하면서 한은 독립성 확보에 대한 정부의 협조를 당부했다.
지난달 24일 이 총재는 경제전문가들을 초청해 연 경제동향간담회에서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 결과를 전하면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대부분 국가가 성장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나 재정통화정책으로는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구조조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특히 노동시장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혁신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가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확장적 재정편성과 금리인하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구조개혁에 나서라'고 최 부총리에게 주문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총재의 최근 발언은 한은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시각에 대한 경계감으로 풀이된다.
그 탓에 최 부총리와 충돌하는 모양새다.
최 부총리가 지난달 21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호주 케언스에서 이 총재와 와인을 한 잔 했다고 소개하면서 "금리의 '금'자 얘기도 안 했지만 '척하면 척'이다"라며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를 에둘러 압박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사실과 좀 다르다"며 제동을 걸었다. 그는 "어떤 의미에서 '척하면 척'이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지지 않고 이 총재의 '구조개혁'에 발끈했다. 지난달 25일 기재부 기자실에 들러 "환자를 수술하려면 먼저 체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 총재의 '구조개혁론'을 되받아친 것.
최 부총리의 압박은 꺾이지 않았다. 가장 최근은 지난 2일 관훈클럽에서다. "금리 관련해선 이미 여러 차례 말씀 드렸다. 제가 경제를 보는 인식 안에는 답하지 않아도 저 사람이 무슨 얘기 하는구나 짐작이 가지 않겠나. 미뤄 짐작이 가능할 거다." 금리인하 필요성을 에둘러 표현한 말이었다.
경제에 대한 시각도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최 부총리는 우리 경제와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다소 낙관론을 펴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이어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축소되는 분위기에서는 '백약이 무효'"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국정감사를 통해 "국내 경기는 세계경제 회복, 정부의 경제정책 효과 등으로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향후 불안요인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업 투자심리 회복 지연 가능성을 들었다.
■정책실패 부담, 결국 금리 내릴 것
한국은행 출신 한 관계자는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에 대해 신중한 것은 당연하다"면서 "정부와 한은 사이의 정책공조에 틈이 벌어졌다기보다는 시장에 미칠 영향과 독립성 훼손에 대한 경계감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월 기준금리 인하로 기대했던 경기회복도 더디다. 8월 산업생산이 전월보다 0.6% 줄어 3개월 만에 감소세를 기록했다. 특히 광공업 생산이 3.8% 줄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10.5%)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경제심리를 알리는 9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74로 여전히 바닥이다.
10월 한국은행이 내놓을 수정경제 전망도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본다. 성장률이 하향 조정은 기준금리 인하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BoA메릴린치는 "한국은행이 10월에 성장률과 물가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총재도 이날 국정감사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3.8%에 못 미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책실패에 대한 부담도 한은으로서는 부담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틈이 벌어지는 모양새지만 기준금리 결정의 주도권이 이미 정부로 넘어간 상황"이라면서 "자칫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았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정책실패의 유탄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는 만큼 정책공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조은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