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2014 국정감사] 종반부 접어든 국감 이색 풍경 2題

김영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21 17:37

수정 2014.10.21 22:08

[2014 국정감사] 종반부 접어든 국감 이색 풍경 2題

■피감기관 천태만상

국정감사가 종반부에 달하면서 국회를 대응하는 피감기관들의 자세가 관심을 끌고 있다. '초짜'로서 '실언'을 일삼는 기관장이 있는가 하면 의원들에게 '대거리'를 하는 '베테랑'도 눈에 띄었다. 초짜임에도 막무가내 해외행을 택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물먹인' 신인도 나타났다.

지난 10일 진행된 국감에선 나선화 문화재청장의 '청와대' 발언이 단연 이목을 끌었다. 6개월째 공석인 한국전통문화대학 총장 자리에 신임 총장 임명이 늦어지는 것을 두고 나 청장이 "위(청와대)에서 허가해야 한다"는 '천기'를 누설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국감장엔 나 청장의 '동문서답'이 논란이 일면서 의원들의 핀잔이 이어졌다.
외부에서 수혈한 탓에 조직장악력이 미약해 업무파악이 제대로 안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조직장악력이 뛰어난 기관장은 국감에서 아랫사람의 도움이 적극 수반되는 반면 장악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실언을 해도 차관 등이 옆에서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한다"며 나 청장과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 간 '공통점'을 분석하기도 했다.

나 청장과 달리 자천타천 뛰어난 조직장악력을 보이고 있는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우 피감기관이라는 '을(乙)'의 입장에서도 '갑(甲)'인 의원들의 질타에 적극 대응하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 장관은 자신의 저격수로 나섰다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이 '초이노믹스'의 부작용과 모호한 정책 일관성 등을 들며 몰아붙이자 언성을 높이며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추측이나 일방적 판단을 사실인양 얘기하는 건 과도하다"고 반박하는 한편 박 의원의 말을 때때로 자르며 '끼어들기 해명'을 하기도 했다. "나도 의원 10년 해봤다"는 최 장관의 '관록'이 박 의원을 향한 '쓴웃음'으로 드러났고 이에 대해 정희수 기획재정위원장은 "의원 해보셔서 아실 테지만 오해받을 수 있다"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또 다른 '대거리'는 정무위원회에서도 재연됐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막무가내 구두보고 요청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부 수장'으로서의 '위엄'을 내세운 박 처장에게 정우택 정무위원장은 "국감 하면서 피감기관장으로서 저렇게 얘기하는 분은 처음 봤다"고 황당해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 의원은 "국감은 15번째이고 정무위 국감은 11번째인데 충격 그 자체"라고 꼬집었다. 박 처장은 지난해 국감에서도 소위 '실실대는' 웃음을 잇따라 보여주는 등 불성실한 태도가 이어지자 여당 진영에서까지 교체 목소리가 높아진 바 있다.

현 정부의 '수혜'를 입었다는 김성주 한국적십자사 총재는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의 전화도 무시한채 돌연 중국으로 출국해버리는 '대범함'을 보였다. 같은 당 김현숙 의원조차 "김 총재가 국감을 앞두고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하겠다고 한 건 상당히 유감"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야권에선 "국민의 대표 기관인 입법부를 무시하고 경멸하는 태도"라는 불평이 빗발쳤다.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이기도 한 김 의원은 21일 국회 브리핑에서 "위원장과 양당 간사는 국정감사 출석 요구가 있는 상황에서 시간을 변경해 출국을 강행한 것에 대한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의 유감과 국정감사 일정 변경 가능성을 김 총재에게 직접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4 국정감사] 종반부 접어든 국감 이색 풍경 2題

賞에 올인하는 의원들
국정감사가 종반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내실 있는 국감을 망치는 최대의 적은 국감 우수의원 평가'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국감을 통해 의원들이 정부 감시·비판 업무를 잘 수행하는지 평가하고자 생겨난 본 취지와 달리 수상에만 집착하면서 평가 점수가 높은 항목에 치중하는 역효과가 발생한다는 것. 여기에 평가기준의 모호성과 평가자의 자질에 대한 의심 등으로 오히려 국감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됐다는 주장도 있다.

21일 일부 국회의원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감이 끝나는 시기를 앞두고 '국감 우수의원' 타이틀 만들기 작업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상임위 간사를 맡고 있는 모 의원실 관계자는 올해 국감을 소위 "잘 팔렸다"고 자평했다. 공중파 뉴스와 주요 일간지에서 여러 번 기사화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잘 팔린 국감이 꼭 좋은 의미는 아니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공중파 뉴스, 신문 등 매체별로 점수 배점이 다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맞추게 돼 있다"면서 "국민 생활에 별 도움이 안 되는 문제라도 방송 뉴스에 '그림'이 나올 것 같으면 일단 자료 요구하고 준비해서 어떻게든 띄우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국정감사 본연의 기능보다 평가에만 매달리다 보니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다는 자괴감까지 든다"면서 "국감 우수의원 평가를 주관하는 기관들도 점점 권력화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 보좌진은 의원의 이름으로 방송뉴스를 내보내기 위해 촬영에 필요한 장소와 관계자 등을 섭외하는 일까지 도맡았다.

당 대표까지 역임한 중진 의원실 관계자 역시 "평가하는 과정을 보면 우습다"고 잘라 말했다. 하루 종일 단체에서 나온 사람들이 출석률과 질의 수 등을 체크하는데 '저 사람이 OOO의원이 맞아?'라고 수군대는 등 평가자의 기본적 자질에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보좌진은 "무슨 기준인지 정확히는 모르고 일단 국감장에 계속 앉아 있으면 점수가 높다고 알고 있다"면서 "이래서 무슨 신뢰성이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수상이 예상되는 일부 의원실에서는 보좌진들끼리의 갈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 내부에서 상을 받게 되면 서로 본인의 치적이라며 의원에게 생색을 내거나 별로 중요하지 않은 성과도 지나치게 포장하는 일도 발생한다.

반면 국회의원들은 국감 우수의원 타이틀에 집착하는 분위기다. 의정활동 보고에 '한 줄'을 추가하는 것이 차기 총선을 위한 기본 스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보좌진은 "이미 이것도 관례화돼 있어서 한 상임위에서 보통 초선 의원, 중진 의원 한 명씩에 플러스 알파 정도로 상을 주는 것 같다"며 "NGO(비정부기구) 단체에서 주는 것 외에 당 내부에서 또 우수 국감의원을 선정하기 때문에 결국 4년 임기 동안 대부분 한번씩은 다 상을 받게 돼 희소성도 없다"고 말했다.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을 운영하고 있는 법률소비자연맹 홍금애 집행위원장은 평가자들의 자질 논란에 대해 "16년 전부터 270개 시민단체가 연대해 국감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는 기관이 더 늘어 1000여개가 넘는다"면서 "신이 아닌 이상 완벽한 평가를 할 수는 없다.
다만 지금까지의 평가활동으로 어느 정도 공신력을 얻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영선 정상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