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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vs책]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VS. 철학 브런치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23 17:03

수정 2014.10.23 17:03

[책vs책]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VS. 철학 브런치

'철학' 하면 나와는 먼, 또는 내게는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칸트, 니체. 이름은 익숙한 철학자들이지만 학창 시절 도덕 시간이나 윤리 시간에 배운 단편적 지식만 떠오를 뿐이다. 알려고 하면 할수록 머리만 복잡해질 것 같아 선뜻 들여다 보지 못하는 게 철학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이 아닐까 싶다.

철학을 의미하는 '필로소피(philosophy)'는 고대 희랍어의 '필로소피아(philosophia)'에서 유래했다. '필로'는 '사랑하다' '좋아하다'라는 뜻의 접두사이고 '소피아'는 '지혜'라는 뜻이다. 즉 필로소피아는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인 것이다.
여기서 지혜는 일상 생활에서 실용하는 지식이 아닌 자신과 그것을 둘러싼 세계를 관조하는 지식을 말하는데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이 그런 것이다. 이렇게 철학의 뜻을 풀어놓고 보니 교과서 속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철학이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우리가 매일의 삶 속에서 하는 질문, 고민이 바로 이런 게 아니던가.

'철학은 어렵다'라는 편견을 완전히 뒤집어줄 책이 출간됐다.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마크 롤랜즈·책세상)는 SF영화 12편을 가지고 철학적 주제와 쟁점을 다룬다. 영화만큼 철학 개념을 충실하게 구체화할 수 있는 매체도 드물다. 철학자들의 고전적 질문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추상적이고 난해하게 들릴 수 있지만 SF영화로 스크린에 구현된 'SF철학'은 신선하고 창의적이고 재미있게 철학자들의 논지를 반영한다. SF영화에는 괴물, 외계인, 복제인간 등 현실에서는 만나지 못하는 미지의 존재들이 등장해 문제를 일으킨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들에게는 우리 인간의 실존이 투영돼 있다.

이 책을 여는 첫번째 영화인 '프랑켄슈타인'은 이 세상에 내던져져 스스로 결코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살아야 하는 괴물의 현실이 가감 없이 형상화돼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마지막 작품인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4년밖에 살 수 없는 수명제한장치를 지닌 채 살아가는 인조인간의 고뇌에서 인간의 '죽음'에 대한 철학적 깨달음을 발견하게 한다. 그 밖에도 '매트릭스'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등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에서 도출한 하나의 질문을 가지고 철학적 사유와 해석의 길을 열어준다.

'철학 브런치'(사이먼 정·부키)는 철학 전공자가 아닌 철학을 좋아하는 저자가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철학을 접하고 음미할 수 있도록 쓴 책이다. 저자는 어렵게 느껴지는 철학의 개념들을 어려운 말로 제시하기보다 원전 자체를 만나는 것이 철학을 맛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플라톤의 '향연',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베이컨의 '수상록',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등 48권 원전들에서 정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인용문들만 엄선해 곁들인다. 숱한 해설서들에서 제공하는 빤하고 정형화된 해석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철학 고전의 독자로서 저자가 느끼고 이해한 바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만한 용어나 개념들에 대해서는 어원을 짚어 주면서까지 쉽고 흥미롭게 설명해 철학 입문자들에게 훌륭한 안내자 역할을 한다.

알고 보면 철학은 따로 시간을 내어 고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삶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가을에 한 번쯤 철학의 즐거움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김태희 예스24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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