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돈이 돌아야 내수가 산다
미국에 그릭요거트 열풍을 일으킨 초바니. 설립 5년 만인 지난 2012년 미국시장에서 다논과 요플레를 누르고 1위 자리를 차지했다. 그들의 성공 뒤에는 특별함이 있었다. 고객 관리다. 자사 브랜드에 대해 불만과 반감을 지닌 '부정적 소비자'를 기업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함디 울루카야는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고, 제품·브랜드 등에 대한 고객 불만을 직접 들었다. 때론 의미 있고 유용한 불만을 제기한 고객을 마케팅 담당자로 채용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전략은 시장에서 통했다. 초바니는 미국시장의 오랜 침체 속에서도 고성장을 하며 2012년 매출이 전년 대비 43%, 2010년 대비 375% 상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세계 최고의 혁신기업인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도 e메일주소를 공개해 고객의 불만을 직접 듣는다고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소비자의 마음을 정확히 읽고, 곧바로 피드백을 했다는 점이다.
요즘 정부나 정치권을 보면 일개 기업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정부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가 내수 살리기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한번 얼어붙은 소비자의 마음은 좀처럼 녹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5로 지난달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세월호 참사 여파가 이어진 5월, 7월과 같은 수준이다. CCSI는 정부의 내수부양책 발표와 한은의 1차 기준금리 인하에 힘입어 8, 9월 연달아 107을 기록했지만 세월호 참사 직전 수준(108~109)은 회복하지 못한 채 다시 떨어졌다. CCSI의 6개 하위 지수 중 '향후 경기전망'과 '현재 생활형편'의 비관적 답변 증가가 전체 지수를 끌어내렸다.
지난 금요일 밤 늦은 퇴근길 지하철에서였다. 웅성거리는 한무리의 아주머니들에게 눈길이 갔다. 일용직 근로자인 듯했다. "죽고 싶어도 약 사 먹을 돈이 없다"는 한 아주머니의 얘기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찡했다. 빠듯한 살림살이를 그대로 말해주는 듯했다. 실제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에 서민은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는 지경이다. 세금, 사회보험, 이자 등 비소비성 지출은 급격히 늘었다. 일자리는 임금이 정규직의 절반가량인 비정규직만 늘어난다.
그런데도 한쪽에선 "돈만 더 풀면 해결된다"고 하고, 다른 쪽에선 "그동안 푼 돈으로도 안 되는데…"라며 딴죽 걸기에 여념이 없다.
내수를 살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근본적 처방이 필요해 보인다. 짧은 생각이지만 그 시작은 기업 살리기라고 본다. 기업이 살아야 고용이 늘고, 임금과 소비가 늘어 내수기반이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수요가 살면 투자가 늘어나고 투자가 늘면 고용과 소득이 확대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자본시장도 기업의 펀더멘털이 튼튼해져야 살아날 수 있다. 경험적으로도 유동성에 기댄 성장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남의 일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도 그 초입에 들어섰는지도 모른다. '서서히 데워지는 냄비 속의 개구리'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해선 산업현장에 돈이 잘 흘러들어 갈 수 있도록 물꼬를 트고, 더 많은 규제를 풀어 기업투자를 끌어내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