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중기 판로 지원대책' 정착 기대한다
오늘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들의 가려운 데를 시원하게 긁어줄 대책을 내놨다. 온.오프라인이 통합된 유통플랫폼 구축, 초기 유통채널 확충, 공공조달시장 창출, 거래관행 정상화 등을 골자로 한 '중소기업 판로 지원대책'이 그것이다.
중소기업 제품은 브랜드 인지도란 측면에서 대기업에 한참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상당수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디어'로 승부를 건다. 대기업보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설비투자에 대한 부담도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제품을 대기업보다 먼저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인터넷쇼핑몰 등을 검색하면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제품이 하루에 수십개씩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의 지적처럼 이들 제품이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판로가 없다는 것이다. 제품은 좋은데 소비자에게 이를 알리고 판매할 루트가 없어 문을 닫는 기업이 절반가량(48.5%)이란 통계는 중소기업의 현실이 얼마나 힘든지를 증명해준다.
실제로 서울 가산동에서 바이오화장품을 생산하는 한 벤처기업 사장도 이런 문제 때문에 2년 넘게 근근이 회사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통신판매업체에 제품 판매를 전적으로 위탁하고 있다. 이 바이오회장품은 재판매가 꾸준할 정도로 소비자 사이에서 '값은 비싸지만 좋은 제품'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그러나 제품을 만드는 벤처기업에 돌아가는 돈은 '쥐꼬리' 수준이다. 업체 사장 스스로 '노예계약 수준'이라고 말할 정도로 계약조건은 최악이다. 통신판매업체가 광고비, 유통비, 마케팅비 등의 항목으로 제품의 마진을 거의 다 가져가는 구조다. 그렇지만 통신판매 외에 이 벤처기업이 제품을 판매할 수단은 없다. 사장을 포함한 대다수 임직원이 국내 유명 사립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이지만 마케팅이나 유통에 대해선 거의 무지하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에는 이런 기업이 의외로 많다.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DP)의 28%가량을 차지하는 제조업체에 판로 확보는 생명줄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대기업들은 유명 브랜드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유통업체들에 큰소리를 칠 수 있다. 그러나 자본도 없고 브랜드도 없는 기술 중심의 중소·벤처기업들은 유통업체들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구조적으로 유통업체들이 '갑'이 되는 것이다. 일부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제품에 관심을 갖고 팔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말할 정도로 이들의 현실은 열악하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이번 발표는 중소기업들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기업청은 기발한 상상력이 가미된 아이디어 제품,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된 신제품 등 연간 약 2만개의 '창조혁신 제품'에 대한 상품화가 기대된다고 예측했다. 이들 제품이 정부 발표대로 홈쇼핑·인터넷·모바일·오프라인 통합형 유통 플랫폼에서 판매될 경우 향후 3년간 중소기업 제품 판매는 10조5000억원가량으로 확대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 자금이 다시 기업으로 흘러들어가 새로운 아이디어 상품이 개발되고, 중소·벤처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또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원천이 되길 바란다. 아울러 이번 정책이 일부 창조혁신제품에만 국한될 게 아니라 모든 중소·벤처기업 제품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해본다.
yhj@fnnews.com 윤휘종 산업2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