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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가업승계 세제지원이 부자감세라니

파이낸셜뉴스

일자리 하나가 아쉬운 판에 회사 팔거나 접는 사례 속출

선대로부터 가업을 물려받을 때 증여·상속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2일 열린 본회의 표결에서 재석 262명 중 찬성표는 114명에 그쳐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이 법안은 국회의장이 세입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하면서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보였다. 더구나 여야 원내지도부가 나서서 내용을 일부 뜯어고치면서까지 통과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본회의 표결에서 '부자감세'와 '조세형평성 저해'를 앞세운 일부 여당 의원과 야당에 발목을 잡혔다. 이에 따라 토종 중소·중견기업과 명문 장수기업을 키워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삼아 국가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계획도 틀어졌다. 본회의에 올랐던 최종안은 상속.증여세를 최대 500억원까지 공제하는 대상을 매출 기준 3000억원 이하 기업에서 5000억원 이하 기업으로 확대했다. 명문 장수기업에 대해서는 공제한도를 1000억원까지 늘렸다. 공제 혜택을 받는 피상속인의 최소 경영기간 기준을 현행 10년에서 7년으로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여야 원내 지도부가 앞장서서 '통과'의 의지를 보였는데도 부결로 결론난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담뱃세 인상과 각종 법인세 비과세 감면 폐지 등 복지예산을 마련하기 위한 '증세' 분위기 속에 한쪽에선 감세를 운운하는 데 대해 정치권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 심지어는 '특정인을 위한 특혜법'이라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다. 분명한 것은 표결에서 33명의 여당 의원이 이탈한 것이 부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기 가업승계 활성화는 포기할 수 없다. 그동안 대한민국을 이끌어 온 전자·자동차·조선 등 전통적 성장동력이 대내외적 여건 변화로 힘을 잃고 있다. 그런 만큼 그 밑바닥을 떠받치고 있는 가업 중기의 존재감은 크다. 가업승계는 박근혜정부의 핵심 정책이념인 창조경제와도 맞닿아 있다. 사실 정부가 가업승계기업 지원에 나선 것은 세금부담 때문에 가업을 포기하고 어렵사리 가꾼 가업을 팔거나 아예 접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하나가 아쉬운 판에 중소기업들이 다른 문제도 아닌 세금 때문에 속속 문을 닫는 답답한 지경이다.

따라서 이번 법안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인 '가업 중기=부자'와 '조세형평성' 문제에 대해 당국이 다시 한번 명확하게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가업승계에 대한 세금부담 완화가 '특혜'라는 인식을 불식시켜야 한다. 상속·증여 과정에서 받은 세금 혜택이 사업 확대를 위한 재투자와 근로자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경제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제도인 만큼 국회의원들도 반대를 위한 반대나 정치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 "창업가에게 회사는 자식과 같아서 경영권을 넘기는 것은 창업가의 정신을 잇는 것"이라는 어느 중견기업 오너의 말을 정치인들은 곱씹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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