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대한민국 골든타임 통합하라] 금융업 저성장 극복키워드는 '핀테크·복합점포'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31 17:36

수정 2014.12.31 19:51

미래 먹거리 위한 '융합'

[대한민국 골든타임 통합하라] 금융업 저성장 극복키워드는 '핀테크·복합점포'

금융시장의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새로운 수익원 창출은 금융사들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경기회복에 대한 부담까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금융사들이 선택한 생존전략은 '융합'이다. 우선 금융사들은 정보기술(IT)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핀테크'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금융과 기술의 융합을 뜻하는 핀테크는 기존 금융거래 방식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금융 비즈니스 모델로 금융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금융사들은 은행, 증권사 등 업권 간의 융합을 통한 복합점포 활성화로 수익성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2015년 금융권 핵심사업으로 핀테크산업 육성과 복합점포 시행 등을 내세우며 규제완화 카드까지 들고 나온 만큼 금융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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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핀테크 사업 본격 시동

은행들은 지난해 11월 다음카카오와 제휴해 전자송금서비스 '뱅크월렛카카오'를 출시하면서 핀테크사업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농협.신한.우리.SC.하나.기업.국민.외환.씨티.수협.대구.부산.광주.제주.전북.경남은행 등 16개 은행이 참여한 뱅크월렛카카오를 시작으로 은행권에서 기술과 금융의 융합현상은 점차 강화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기송 KB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들은 전통적인 영업점 중심의 금융서비스 제공방식에서 벗어나 핀테크기업과의 제휴·인수 등을 통해 새로운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들은 핀테크사업 강화를 위한 조직 재정비에도 나섰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초 단행된 조직개편에서 스마트금융사업단 내에 핀테크사업부를 신설했다. 이 부서는 핀테크를 은행 상품 및 서비스에 접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은행도 스마트금융부에 핀테크 서비스 전략을 담당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신한은행의 핀테크 사업은 미래채널부에서 주도하고 있다.

지난 9월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를 선보인 신용카드업계 역시 핀테크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알리페이, 애플페이 등 글로벌 기업들의 결제서비스가 국내에 공식 출범했을 때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카드사들은 이 시장 선점을 위해 새로운 결제시스템 개발 등에 힘쓰고 있다.

이 같은 금융사들의 노력에도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핀테크산업은 걸음마 수준이다. 영국의 홍콩상하이은행(HSBC), 퍼스트디렉트 등은 일찌감치 핀테크 기업인 잽과 제휴해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금융그룹 캐피털 원이 지난 2012년 네덜란드 인터넷전문은행 ING디렉트를 인수, 현재 지점 없이 온라인으로만 영업 중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대기업들이 사업영역 확대 차원에서 결제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핀테크 기업은 전무한 실정이다.

한국의 핀테크산업이 느리게 전개된 이유로는 높은 규제 장벽이 꼽힌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법과 규정에 의한 사전 규제가 핀테크 기업들의 사업 추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금융업 특성상 기본적 보안요건과 기술을 갖추는 것은 필요하나, 전자금융업자 등록요건과 보안성 심사 등의 과정에서 일부 비현실적 요건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 침체, 복합점포로 극복

국내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에도 적극 보조를 맞추고 있다.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 속에 치열한 고객 유치전을 펼치고 있는 은행들이 업권 경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며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복합점포를 필두로 '원스톱 종합금융서비스' 인프라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국민.신한.하나.농협.산업.기업.부산은행 등 7개 은행이 60여개의 복합점포를 두고 있다. 내년에는 이들 은행의 복합점포가 100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고객편의 제고와 비용 절감 등의 측면에서 복합점포 개설 유인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과 증권업 간 복합점포가 가능해지면서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복합점포를 개설하고 있다"며 "하나의 공간에서 다양한 금융상담을 받을 수 있는 복합점포에 대한 고객의 반응이 좋고 은행과 증권 지점을 따로 운영할 때보다 점포 운영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복합점포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진국들 역시 과거부터 저금리로 인한 금융시장 침체를 복합점포를 통해 극복해왔다.

일본의 경우 지난 1997년부터 은행 지점 내에 증권사 창구를 개설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2년 이후에는 '증권시장 개혁 촉진 프로그램' 시행에 따라 은행.증권 간 복합점포를 본격적으로 개설, 초저금리 상황에서 예금 대비 대출 비율이 50%대에 머무는 등 저축에서 투자로 자금이 이동하지 않는 상황에 대비했다.

미국 은행 가운데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웰스파고는 모든 금융상품을 은행, 캐피털, 증권, 보험사 구분 없이 한 은행 지점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웰스파고는 계열사 간 고객정보 공유를 통해 교차판매 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이제 막 금융권 복합점포 시대의 걸음마를 뗀 우리나라에서는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의 취지와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복합점포 활성화는 소비자에게는 원스톱 서비스를, 금융회사에는 비이자 수익 제고, 자금조달 비용 절감, 경영 효율성 제고 등의 편익을 제공할 것"이라면서도 "오래전부터 지적돼온 교차판매의 문제점인 자문서비스 활성화, 영업점 임직원의 인센티브 제도 개선 등이 선행되지 않으면 복합점포 활성화의 정책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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