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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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상의 전환' 공격적 투자로 불황리스크 줄인다

'발상의 전환' 공격적 투자로 불황리스크 줄인다

16개 기업, 연구개발·설비투자에 28兆 투입 삼성전자·SK하이닉스 국내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라인 조성 현대차, 한전부지 개발 본격화 사옥·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 양띠 해를 맞아 재계가 일제히 기지개를 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차세대 먹거리를 위한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30대 그룹 계열사들이 설비투자를 줄였지만 올해는 각종 설비투자가 이어진다. 지난해 12월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 SK,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 그룹들이 본격적인 투자금액을 집행, 삼성전자와 현대차, LG, SK 등의 그룹사를 포함한 16개 기업이 올해까지 28조원을 쏟아부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계획된 투자를 집행하는 한편 해외 공장 추진, 연구개발비 증가 등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까지 다방면의 투자가 예정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일부 기업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현금을 쌓아두려는 동향을 보이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신규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관련기사 ☞ 기획연재 ‘대한민국 골든타임’ ■삼성, 현대차, SK 등 과감한 투자 행진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경기 평택 고덕국제화계획지구 산업단지에 15조6000억원을 순차적으로 투입 중이다. 반도체 라인 조성이 목적이다. 삼성전자는 평택산업단지 중 79만㎡를 활용해 반도체 1개 라인을 우선 짓는다. 내년 상반기에 착공한 후 오는 2017년 하반기까지 완공 후 상업가동을 진행한다는 전략이다. 공장 완공시점인 2017년까지 투입되는 투자 규모는 총 15조6000억원으로 중국 내 최대규모의 투자였던 시안 반도체공장 투자액인 70억달러(약 7조4200억원)의 2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이후 추가로 시스템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양산할 경우 2~3단계 투자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삼성의 반도체라인 조성 투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도 한몫했다. 정부는 핵심 전력공급 인프라를 오는 2016년 말까지 조기에 공급토록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각종 세제지원과 함께 반도체 라인에 필수적인 용수 공급도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현대차는 올해를 사실상 대규모 장기투자의 원년으로 삼게 됐다. 지난해 매입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에 본사를 다시 세우고 호텔 등 각종 숙박시설과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등 다양한 시설을 확충하게 됐다. 지난해 말 현대차가 발표한 친환경차 강화 전력에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을 것으로 보인다.현대차는 이미 지난달부터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전담팀을 꾸며 토지지질조사를 실시하는 등 사실상 개발에 착수했다. 올해 9월 한전부지 소유권을 공식적으로 넘겨받기 전에 GBC 건립에 따른 인허가 등 행정절차를 마무리 짓고 공사를 조기 착수하기 위한 뜻으로 해석된다.현대차그룹 GBC건립TF는 이번 지질조사를 바탕으로 서울시에 GBC 건립 사업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 TF는 앞으로 사업 인허가, 설계 및 시공관리, 사업방향성 설정 등의 실무를 맡게 된다. 현대차는 2020년께 한전 부지에 통합사업을 건립, 30여개 계열사를 한데 모으는 한편 관제탑 역할을 할 초고층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폭스바겐 본사 '아우토 슈타트'를 벤치마킹할 것으로 알려졌다. 초고층 신사옥과 함께 자동차 테마파크와 최고급 호텔, 백화점 등이 부지 내에 함께 조성될 것으로 알려졌다.SK그룹 계열사 중에선 SK하이닉스가 가장 적극 투자에 나서고 있다. 경기 이천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추가하기 위해 올해까지 1조8000억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 계열사 중 지난해 가장 실적이 좋았던 계열사로 꼽힌다. 정유업체 중에선 S-OIL이 울산공장 시설을 투자하는 데 2017년까지 2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정유부문뿐 아니라 화학부문 투자를 통해 실적을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보인다.■"선행투자해 경쟁력 제고해야"올해가 불황임에도 기업들 투자는 대부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비전략이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확대 이유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한 450개 기업 중 24.4%가 "경쟁력 제고 차원"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23.5%는 신제품 생산 및 개술개발 강화를 이유로 꼽았다. 신성장 동력을 위해 신규사업에 진출할 목적으로 꼽은 기업도 22.5%에 달했다.기업투자를 활성화하려면 감세 등의 세제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투자에 필요한 기업환경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감세 등 세제지원을 확대하다"고 답한 기업이 24.6%를, "자금조달 등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답한 기업이 22.2%를, "투자 관련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한 기업도 16.4%를 차지했다.한편, 기업 투자를 위해 정부도 발벗고 나선 상황이다. 우선 개별기업들이 부담하기 힘든 대형 프로젝트 등을 지원해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신성장 사업이나 인프라 구축 등 투자 리스크가 큰 사안은 정부가 기업과 공동투자를 하는 방안, 장기회사채 인수나 전환사채, 상환우선주 발행 등 다양한 방식의 지원대책을 구상 중이다. 기존엔 대출 중심의 투자지원책에 머물렀다면 정부가 사실상 기업들과 협력사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규제비용 총량제를 실시, 새로운 규제를 만들거나 강화할 경우 비용을 고려해 유사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토록 할 방침이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食品업계

食品업계 "현지 입맛 사로잡자" 글로벌시장 개척으로 정면돌파

농심 중국 옌지 백산수 신공장 조감도 #. 내년 장기불황이 예상되는 가운데 식품업계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로 내실을 다지는 한편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주요 식품업체들이 글로벌 사업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투자를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올해 바이오사업부문에선 메치오닌, 사료사업부문은 글로벌, 식품사업부문은 메가브랜드 육성에 나선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초 완공예정인 말레이시아 공장을 통해 사료용 아미노산 중에서 새로운 수익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메치오닌 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 메치오닌 공장은 연간 7만t의 생산능력을 갖춘 대형 생산기지다. 전 세계 50억달러 시장 규모인 메치오닌은 동물 사료에 첨가되는 필수 아미노산으로, 라이신(40억달러 규모)과 함께 전체 사료용 필수 아미노산 시장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CJ제일제당은 올해도 글로벌 그린바이오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기 위해 다양한 산업소재로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 기획연재 ‘대한민국 골든타임’바이오 사업 외에도 글로벌 사료사업 강화에도 박차를 가한다. 이를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R&D) 경쟁력을 바탕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사료'를 적극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올해에는 첨단 사료의 양산과 함께 판로 확대에 주력한다. 나아가 오는 2020년까지 글로벌 사료 기업 순위 10위 이내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국내와 중국, 베트남에 있는 R&D센터를 통해 현지 시장을 선도하는 첨단 사료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앞으로도 장기화되고 있는 내수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제품,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원가절감 및 수익성 중심의 영업활동 등을 추진함과 동시에 글로벌 사업 확대를 통한 견실한 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빙그레 빙그레는 올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해외시장 진출 등 신시장 개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빙그레는 지난 2004년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중국, 필리핀 등 10여개 국가에 이른바 '단지우유'로 잘 알려진 바나나맛우유를 판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중국 수출 부문은 2010년 7억원에서 2013년 150억원으로 늘었다.빙그레는 작년 법인 안정화 작업을 통해 중국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노력한 만큼 올해도 자사 제품 옥외광고를 비롯해 웨이보 페이지 운영 등 현지 마케팅을 확대할 계획이다. 빙그레는 또 2013년 9월 브라질 상파울루에 첫 해외 단독법인을 설립했다. 빙그레는 대표 아이스크림인 메로나가 지난 1995년 미국 하와이 시장에 첫 진출한 이후 30여개국으로 수출이 확대되면서, 글로벌화를 위해 멜론 맛 외에 딸기·바나나·망고 등 다양한 맛을 추가했다.(중국 시판 '바나나맛우유', 브라질 시판 '메로나'·사진) 오리온 오리온은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현지법인을 통해 해외 마케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1995년 설립된 오리온 중국 현지법인은 1997년 중국 베이징에 첫 생산시설을 설립한 데 이어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의 적극적인 해외진출 의지로 상하이, 광저우, 선양에 연달아 현지 생산시설을 가동하며 본격적으로 해외공략에 나섰다. 오리온 관계자는 "작년 초 설립된 중국 내 다섯번째 생산기지인 선양 공장의 생산량을 늘려 1000억원대 제품 매출을 2000억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올해 중국 1조8000억원 매출 달성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의 지난 2013년 중국시장 매출은 1조1131억원에 달했다. 오리온은 또 지난해 베트남 현지법인의 매출이 1604억원을 기록하면서 중국 현지법인에 이어 두 번째 큰 해외법인으로 성장했다.(중국 시판중인 '초코파이''예감'·사진) 남양유업 나주공장 전경 남양도 커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남양유업이 2013년 2000억원을 투자해 전남 나주에 커피전용공장을 준공했고,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금액도 매년 늘려오면서 글로벌 최고수준의 품질력을 갖춰 왔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작년 폴란드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가공한 원두커피의 유럽 진출을 본격화했다"면서 "유럽은 물론, 일본 등 아시아 시장까지 수출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심도 2015년 해외시장 확대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올 하반기 중국 옌지 백산수 신공장 준공을 기점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생수시장 공략을 통해 '백두산 백산수'를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시킨다는 계획이다. hsk@fnnews.com 홍석근 김문희 기자

  변하지 않으면 끝.. 재계, 새 틀을 짜다

변하지 않으면 끝.. 재계, 새 틀을 짜다

'700일에 달하는 최태원 회장의 장기부재에 따른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물이다.'SK의 에너지 계열사 한 임원은 지난해 12월 9일 단행된 그룹 인사에 대해 이렇게 후일담을 전했다. 재계 3위의 SK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4개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 C&C 수장을 전부 교체하는 '깜짝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중 두 명은 쉰을 갓 넘긴 새내기 최고경영자(CEO)들이라 신선한 충격을 줬다. 당초 오너경영인인 최태원 회장이 700일 가까이 수감 중인 상황이라 예년처럼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을 것이라던 재계의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관련기사 ☞ 기획연재 ‘대한민국 골든타임’SK그룹 한 관계자는 "경영환경이 비주력이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조직의 몸집을 과감히 도려내지 않으면 그룹 전체에 돌이킬 수 없는 화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먼저 사람이 바뀌어야 조직혁신도 따라오는 게 당연지사"라고 말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성장전략을 추구했던 우리 기업들이 구조적 성장한계에 직면하면서 2015년이 외환위기 때에 버금가는 큰 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 경제를 위기에 빠뜨렸던 저유가 지속, 유럽 경기침체, 환율 변동, 신흥국 저성장, 러시아 부도 우려, 내수침체 장기화 등의 각종 악재는 올해도 '현재진행형'이다. 게다가 세계 경제의 버팀목인 미국마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우리 경제와 기업의 앞날은 '시계 제로(0)'에 빠졌다. 다행스러운 건 외환위기의 학습효과로 대기업들이 선제적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본격적인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기업들은 안으로는 내실과 성장을 위한 '새 틀 짜기'에 한창이다. 이와 함께 성장성이 없는 한계사업을 비롯해 당장 돈이 되더라도 비주력 사업은 과감히 털어내거나 합치는 '군살 빼기'도 필연적 경쟁력이 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기업들은 태산을 넘기 전 최대한 몸을 가볍고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인적·조직쇄신으로 '새 틀 짜기'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28개 기업 CEO를 대상으로 올해 경영화두를 조사한 결과 51.4%가 '긴축경영'을 택했다. 긴축경영을 택한 최고경영자들은 전년보다 12%가량 늘어났다. 긴축경영을 관통하는 핵심은 사업구조 효율화로 압축됐다. 김판중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올해는 기업들이 최소한 지난해만큼 힘들 것"이라며 "현재 경영환경은 누가 얼마나 내실 있게 버텨내는가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10대 그룹은 하나같이 내실과 미래지향적 체질개선을 추진 중이다. 선봉에는 재계 리더인 삼성이 있다. 삼성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소비자가전(CE).정보기술모바일(IM).디바이스솔루션(DS) 등 3대 부문 체제를 유지해 겉으로는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불과 1년 전까지 전체 매출과 수익의 60% 이상을 담당하던 휴대폰사업에 과감히 '메스'를 댔다. 샤오미 등 후발업체의 추격과 기술평준화로 실적부진에 빠지자 '속전속결식' 변화를 준 것. 휴대폰사업을 총괄하는 IM부문은 사장단 7명 가운데 4명을 줄이고, 인력 재배치를 통해 비대해진 조직을 전반적으로 슬림화했다. 제품 전략도 삼성의 대명사였던 '다품종'에서 프리미엄·중가·저가의 3대 라인업으로 가닥을 잡았다.오너가 장기 수감 중인 SK그룹은 핵심 계열인 에너지 분야의 경영위기 극복이 관건이다.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은 SK이노베이션이 신성장사업을 발굴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을 전담할 PI(Portfolio Innovation)실을 신설한 게 대표적이다. 실적부진의 진원지인 SK에너지는 에너지전략본부를 신설, 유가 하락 등 대외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했다. 통신분야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은 기존 이동통신사업과 별도로 사물인터넷 등을 내다본 미래조직인 플랫폼사업 총괄을 신설했다. LG전자는 핵심 사업부인 냉장고와 에어컨 사업본부를 통합하는 대신 기업간거래(B2B) 조직을 신설하고, 석유화학업계 1위인 LG화학은 소재사업을 강화하는 미래지향적 조직쇄신을 단행했다. 지난해 누적적자 3조원이 넘는 최악의 한 해를 보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9월 권오갑 사장 체제로 바뀐 지 한 달 만에 임원 262명 중 81명(31%)을 줄이는 고강도 인적쇄신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돈 돼도 판다'…집중하고 새 동력 찾아라올해 경영환경이 가늠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예고하면서 우리 기업계에는 인수합병(M&A) 등 사업구조 재편 '광풍'도 불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의 사업재편 움직임은 확실히 2013년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재계 주요 기업들의 사업구조 재편 바람 역시 삼성그룹이 진원지이자 '압축판'이다. 삼성은 2013년부터 본격 추진한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지난해 전방위로 확대하며 마무리 과정에 접어들었다. 지난해만 삼성SDI·제일모직, 삼성종합화학·삼성석유화학 합병에 이어 하반기 삼성중공업·삼성엔지어링 합병 추진까지 쉴 새 없이 몰아쳤다. 결정판은 지난해 11월 말 방위산업(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과 석유화학(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비주력 4개 계열사를 한화에 1조9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한 것. 비주력이지만 이들 4개사가 한 해 수천억원의 이익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삼성이 체감하는 위기감은 '매우 심각'이라는 방증이다. 삼성 관계자는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원칙이 위기 시 또다시 발휘됐다"며 "삼성의 사업재편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된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8월 하루 동안 7개 계열사를 3개로 줄이는 기록적 계열사 통합작업을 추진했다. 현대위아가 현대위스코와 현대메티아를 흡수합병했고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씨엔아이를, 현대건설은 인재개발원을 각각 흡수했다. 연관 사업이나 중복 사업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비용절감을 통한 효율성을 높이려는 조치였다.SK와 LG는 대규모 M&A나 사업구조 통합 대신 미래를 내다보고 가스화학(SK가스)과 수처리사업(LG전자)에 새롭게 뛰어들었다. SK가스 관계자는 "가스화학 사업은 석유화학을 대체하고 셰일가스 시대를 대비하는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이장우 한국경영학회장은 "올해 기업들의 경영화두는 '구조혁신'"이라며 "기업들이 정보화 혁신을 이룬 지 20년이 지나면서 제2의 구조혁신에 직면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과거에는 속도경쟁 전략이 통했지만 이제는 중국 등 경쟁국들에 따라잡힐 위기"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효율화도 중요하지만 구조혁신은 '신성장 패러다임'의 발굴 없이는 불가능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파생상품 양도세 부과' 대한민국 골든타임에는 毒

업계 "제도 선진화는 공감 하지만…" 파생상품시장 위축 우려오는 2016년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최대 20% 부과로 금융투자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제도의 선진화 차원에서는 공감하지만 당장 자본시장이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자칫 활성화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가연계증권(ELS) 등 특정상품을 제외하고 이미 고사위기에 빠져있는 파생상품시장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입을 모은다.관련기사 ☞ 기획연재 ‘대한민국 골든타임’ 지난해 12월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12월 초 파생상품에 대해 최고 20%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자칫 파생상품시장이 더욱 침체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시장 침체는 결국 개정안의 목표인 세수 증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제도 도입이 무색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파생상품 과세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국내 사정상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선진국이 양도소득세와 비슷한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고 있는 만큼 제도 도입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파생상품 시장이 이미 많이 죽어 소수 투자자만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과세까지 한다면 시장은 더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이와 관련, 금융투자업계는 양도세 과세에 따른 대안으로 손실 이월공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월공제를 적용하면 전년도의 손실분을 반영해 과세한다.예컨대 전년도에 파생상품에 1억원을 투자해 5000만원의 손해를 봤다면 올해 5000만원을 투자해 2000만원의 이익이 났더라도 여전히 손실 구간이기 때문에 양도세 납부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논의 끝에 손실 이월공제 방안도 제외되면서 전년도에 파생상품 투자로 손실을 봤어도 당해 이익이 났다면 이익분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국내 자본시장이 일부 섹터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활력이 떨어져있고 업권 과당경쟁으로 역동성도 저하된 상태"라며 "장내 또는 장외주식의 양도소득세율 격차를 줄이고, 소득 수준에 따른 배당과 양도소득 세율 차이도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권 기자

  3년째 넘지 못한 박스피.. 돌파 해법은 '세제 혜택'

3년째 넘지 못한 박스피.. 돌파 해법은 '세제 혜택'

2015년 '상저하고' 장세 전망, 美 상반기 불확실성 해소되면 하반기 상승 모멘텀 확보될듯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 백척(약 30m) 높이의 장대에서 한 걸음을 더 내딛는다는 의미로, 박스권에 갇힌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가야 할 방향을 말해준다.지난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기부양책인 '초이노믹스'와 글로벌 불확실성 완화로 한때 2100을 넘어 2200선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코스피지수는 추가 부양책 실종과 글로벌 환경 악화로 하락하며 또다시 박스권에 갇힌 채 2014년을 마무리했다. 분위기를 다잡고 다시 강세장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는 않다. 올 한 해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 지속 등 대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 변동성 장세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세제 혜택을 비롯한 추가 경기부양책 등 정책 모멘텀을 통해 투자심리를 개선하고 주가의 방향을 다시 위로 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관련기사 ☞ 기획연재 ‘대한민국 골든타임’■하반기 모멘텀 주목지난해 12월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증시에 대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강세장이 이어지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장세를 예상했다.상반기에는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을 두고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하반기에는 정부의 재정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달러 강세로 국내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남아 있는 이익의 불확실성을 이겨내야 하는 기간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감이 상반기 상단을 제어할 것"으로 전망했다.유럽과 일본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 있지만 상반기에 시장을 끌어올리기보다 효과를 확인하는 하반기에 상승 모멘텀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올해 중반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국 기준금리 인상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모멘텀이 확보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익의 불확실성이 상존하지만 낮아진 눈높이로 인해 이익은 쇼크보다는 서프라이즈로 자리할 가능성이 크며 그 시점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박스피 이번엔 벗어날까특히 지난 2011년부터 지속돼온 박스피를 벗어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7월 한때 2090선까지 오르면서 3년간 이어왔던 장기 박스권에서 벗어나나 하는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만 결국 2100선을 뚫지는 못했다. 1850~2100선에서 횡보하면서 지난 2011년 8월 2일 2121.27 이후 2100선을 넘지 못하는 장세를 이어갔다. 코스닥지수 역시 지난해 9월 500선을 돌파했지만 이후 하락해 지난해에도 역시 600선 돌파는 실현되지 않았다.올해에도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 경기침체) 우려 등 대외변수가 중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인상 시점을 언제로 잡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베노믹스 시행에 따른 엔화 움직임과 뉴노멀 시대로 접어든 중국이 추가 경기부양에 나설지도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여기에 배럴당 60달러 선이 깨진 국제유가가 향후 어떤 방향을 보이게 될지도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력기업들이 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실적은 대외환경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연초에는 실적에 대한 우려가 있겠지만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이고 주가 상승폭도 실적이 얼마나 개선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박스권 탈피할 킬러콘텐츠 찾아야주식시장이 다시 강세장으로 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박스피 돌파를 위한 '킬러 콘텐츠'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기업들의 추가 배당 확대와 정부의 세제 혜택, 삼성그룹 등 주요 기업의 지배구조개선 등이 꼽히고 있다.전문가들은 오는 2016년 배당세제 혜택이 실시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배당성향 확대가 현실화되면 주식시장에 긍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봤다. 주도주에 대해선 수출주보다는 내수주와 중국 소비관련주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존 고배당주와 배당확대가 가능한 삼성전자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적 호전주를 기본으로 정부의 경기부양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증권, 건설 및 우량 중소형주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14년 12월 제일모직의 상장을 기점으로 2015년 상반기에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방향성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동시에 주주친화 정책이 수면으로 부상하며 배당확대 정책이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제 혜택 등 정부지원 절실전문가들은 여전히 증시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세제 혜택을 꼽았다. 이를 통해 주식시장을 떠난 개인투자자를 다시 불러들여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특히 파생상품 양도차익에 소득세를 물리는 법안이 최근 통과되면서 주식에는 거래세, 파생상품엔 양도세가 부과되는 이원적 상황이 현실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과세체계를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질적으로 거래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중장기적인 흐름에서 거래를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코스피가 몇 년간 박스권에 갇혀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나마 실질적인 거래를 활성화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이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효과를 보려면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수급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단기 효력도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새 먹거리 찾으려면 '개인정보 규제 기준' 재정비해야

새 먹거리 찾으려면 '개인정보 규제 기준' 재정비해야

핀테크 산업 발목 잡는 금융규제만 수십가지미래부 규제 개선 착수, 아직 별다른 성과 없어 #1. "스마트홈, 스마트카 등 사물인터넷(IoT) 산업은 기본적으로 위치추적을 할 수밖에 없는 서비스여서 향후 개인정보나 감청 등의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면 위치정보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이중 삼중으로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통신업계 관계자)#2. "외국의 '민트 닷컴(Mint.com)' 앱은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금융계좌, 신용카드 정보 그리고 주택과 증권가격 등을 고려해 종합적인 자산상황을 알려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이런 자산관리 앱을 만들 수 없다. 기술이 없는 게 아니라 얽히고설킨 규제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대출, 예·적금, 투자, 자산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핀테크를 활성화해 나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지금 규제 정비를 논의하더라도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한 발 뒤진 상황이다."(IT업계 종사자)관련기사 ☞ 기획연재 ‘대한민국 골든타임’융합에 앞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규제 정비'다. 규제를 무작정 없애기보단 각 산업에 적용될 규제 기준을 명확히 해 사업자들이 위험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ICT, 6~7개 법에 수십개 규제 대표적인 사례로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는 IoT는 현재 관련법만 해도 전기통신기본법을 근간으로 파생된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통신비밀보호법, 전기통신사업법,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등에 각각 규제조항이 숨어 있다. 위치정보법 제15조 1항에 따르면 '개인 또는 이동성이 있는 물건의 위치정보를 수집 이용 또는 제공해선 안된다'고 명시돼 있는데 스마트홈, 헬스케어, 스마트카 등 IoT 서비스는 타인의 이동성 있는 물건에 대한 위치추적이 동의 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태반이다.업계에서는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특히 IoT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매번 이용자의 동의를 받게 하는 걸림돌을 제거해 명확한 목적에 대한 위치추적을 가능하도록 하는 등 새로운 산업에 맞춘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LG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핀테크 산업 발목을 잡는 국내 금융 규제만 해도 수십 가지에 이른다. 연구소는 "우리나라는 대면 확인 의무, 과도한 개인정보보호 규제 등으로 핀테크 산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인터넷뱅킹이 성장했다지만 조회와 이체 서비스만 활성화돼 있으며 대면 확인 비용 등으로 인터넷 예금의 비중은 전체 예금의 10%대에 불과하고 금융정보를 공유해 자산관리와 투자자문을 제공하는 새로운 핀테크 서비스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최근 금융위원회에서 금산분리에 대해선 규제완화 계획을 발표하며 진일보한 태도를 보였지만 여전히 해결할 과제가 산더미인 것이다.■예측 가능·명확한 규제 기준 세워야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4월 '2014년 미래부 규제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규제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미래부는 규제 기준을 세우는 것보다는 눈에 띄는 규제를 없애는 데 방점을 두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높아지고 있다. 미래부는 등록규제 중 경제활동과 관계 있는 약 440개를 2017년까지 최소 20% 없애기로 했다. 기대 됐던 IoT 같은 융복합 신산업분야에 대해 정보보호 등 불가피한 분야를 제외하고 규제가 없는 산업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에 대해선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도출하지 못한 상황이다.업계 관계자는 "규제를 다 없애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어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기업이 사전에 규제 내용을 예측하고 사업 구상을 할 수 있도록 명확한 규제의 기준을 세워 공표해 주는 것이 정부가 신산업 육성을 위해 해야 할 첫 과제"라고 지적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전통 산업도 '고정관념' 깨면 새 먹거리 보인다

전통 산업도 '고정관념' 깨면 새 먹거리 보인다

농장, ICT 활용해 '스마트팜 시대'… 생산성도 향상 은행 고유 업무 '송금'도 스마트폰 터치만으로 해결 2020년 통신망에 연결된 '사물' 250억개로 증가정부, 연구개발 앞장서 '더 많은 틀' 깨고 발전해야 정보통신기술(ICT)은 농업혁명, 산업혁명에 이은 제3차 혁명의 중심이다. 개인과 개인을 넘어 개인과 세계, 나아가 사물과도 이어지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이 3차혁명의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다. 통신망이 발달하면서 이제 모든 산업에서 ICT는 필수조건이다. 자동차 공장, 선박 공장, 심지어 동네 빵집이나 비닐하우스까지도 인터넷으로 연결돼 네트워크를 통해 제어한다. 대면이 기본이었던 은행은 이제 지점이 필요 없을 정도다. ICT를 기반으로 모든 산업의 '틀'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관련기사 ☞ 기획연재 ‘대한민국 골든타임’#. 세종특별자치시 연동면 예양리에서 비닐하우스 15동에 토마토, 멜론 등을 재배하는 강전호 사장(50)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매일 수차례 비닐하우스에 나가 물을 주고 때맞춰 농약도 뿌리고, 추운 겨울에는 열풍기도 시간에 맞춰 틀어주곤 했다. 사실상 하루의 대부분을 비닐하우스에서 지냈다. 일할 사람을 더 늘려야 하나 고민하던 강 사장은 SK텔레콤의 '스마트팜(Smart Farm)' 사업을 전해 듣고 약 700만원을 들여 비닐하우스 4개동에 시스템을 갖췄다. 이제 그는 스마트팜 4개동에 가끔 한 번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하면서 버튼만 누르고 있다. 물 뿌리기 같은 기본적인 명령은 물론이고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면 앱이 알람까지 해준다. SK텔레콤은 전북 고창 소재 장어 양식장 삼양수산에 사물인터넷 기반 '양식장 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스마트 양식장은 일반 어류에 비해 환경에 민감하고 폐사율도 비교적 높은 장어의 양식 과정에서 수온, 수질, 산소량 자동점검 등 전체 수조의 통합관리가 가능하다. 양식장 관계자가 양식장 관리시스템이 적용된 스마트폰을 선보이고 있다. ■스마트팜·핀테크 등 이제 시작SK텔레콤이 농촌경제 활성화 프로젝트로 2년 전 시작한 스마트팜은 무선 사물통신을 활용한 원격제어기술을 통해 농가의 생산성 향상과 농민들의 여유로운 생활을 가능케 하는 농업 솔루션이다. 스마트팜은 지능형 비닐하우스 관리시스템으로 원격 온실개폐 및 관수, 온풍기·열풍기 가동, 농약 살포, 농장 보안관리 등의 기능으로 구성돼 있다.기존 농가의 자동개폐기 등 장비에 저렴한 비용으로 설치 및 연동이 가능하고 기본 제공되는 온·습도 센서 외에 다양한 추가 센서를 장착해 더 많은 기능을 늘릴 수 있다. 특히 CCTV를 설치하고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해 원격으로 제어하면서 작동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전알림 기능, 고온·저온 실시간 알림 기능을 통해 농민들이 농장에 직접 들르지 않아도 안심하고 시설물을 관리할 수 있다.전북 고창군 소재 장어 양식장인 삼양수산은 ICT를 도입, 환경변화에 민감한 장어를 안정적이고 편리하게 양식사업을 한다. 정주호 삼양수산 사장은 "SK텔레콤의 IoT 기반 양식장 관리시스템을 활용하니 밖에서도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고 큰 장비가 필요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양식장 수조별 수온, 산소량, 수질 측정용 센서와 수질 계측기 등을 갖춰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 사장은 스마트폰을 통해 수조와 장어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KT가 강원도 강릉 샛돌지구 전원마을에 구축한 '스마트 식물공장 토털 솔루션'은 내부 재배시설(냉난방, 가습, 환기, 재배배드, 제어패널)과 원격 환경제어솔루션(IMS)을 결합한 돔하우스 형태로 외부 환경과 계절적 요인에 상관없이 연중 작물 생산이 가능하다.농업뿐만 아니다. 다음카카오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은 데 이어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한 번에 최대 10만원까지 송금이 가능한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를 내놨다. '송금'이라는 은행 고유의 업무에 발을 디딘 것이다. 금융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이른 바 핀테크(Fintech)의 시작이다.이미 서비스 업종은 IT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몇 분 뒤에 버스가 도착할지 안내해주는 버스정보시스템(BIS)은 LG U+가 전국 확대 구축을 진행 중이다. 동네 치킨집에서 나오는 다양한 음악도 IT 기업의 월정액 서비스로 제공될 정도로 ICT는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서비스 동반돼야 산업 발전두산중공업은 자사가 공급한 발전기기의 운전 상황을 모니터링해 이상 징후를 분석하고 문제가 생기면 신속히 조치하는 원격감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발전소 중앙제어실과 운전상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아 설비 수명 예측까지도 고객에게 제안할 수 있게 된 것이다.자동차산업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등장으로 엔진과 같은 기계적 성능이 아닌 차량제어와 배터리 효율성을 높이는 센서, 소프트웨어로 핵심가치가 이동하고 있다. 구글, 애플 등 IT 기업들이 ICT 기반 자동차 운영체계도 개발하면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제조공장에 로봇을 도입하는 등의 단순 자동화를 넘어서 서비스를 동반해 제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ICT inside'가 산업 발전의 핵심요소가 됐다. KT경제경영연구소 최명호 선임연구원은 "트랙터 제조회사는 트랙터와 연관된 농장관리, 날씨정보, 관개, 파종, 농기구 관리시스템 등까지 함께 제공해 기존 경쟁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며 "기존 산업에 IoT가 더해져 비즈니스 모델과 가치사슬을 혁신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더 많은 틀을 깨려면미국의 IT 연구 및 자문 회사인 가트너는 통신망에 연결된 소비자, 기업, 산업용 '사물'의 총수가 오는 2020년 250억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09년 9억개와 비교하면 30배에 가까운 규모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사물인터넷 분야가 거대하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IT 컨설팅 전문업체 액쿼티는 2019년까지 소비자들의 3분의 2가 집에서 사용하기 위한 커넥티드 기술을 구매할 것이며, 절반 정도가 웨어러블 기술을 구매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정의 보일러, 세탁기,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이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돼 사용자가 밖에서도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본격적인 IoT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은 물론 정부의 지원도 절실하다. 최 연구원은 "이미 미국, 독일 등은 정부가 앞장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우수인력 확보도 시급하고 산학연 협업과 공동연구, 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 구축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yes@fnnews.com 황상욱 기자

  금융업 저성장 극복키워드는 '핀테크·복합점포'

금융업 저성장 극복키워드는 '핀테크·복합점포'

미래 먹거리 위한 '융합' 금융시장의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새로운 수익원 창출은 금융사들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경기회복에 대한 부담까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금융사들이 선택한 생존전략은 '융합'이다. 우선 금융사들은 정보기술(IT)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핀테크'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금융과 기술의 융합을 뜻하는 핀테크는 기존 금융거래 방식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금융 비즈니스 모델로 금융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금융사들은 은행, 증권사 등 업권 간의 융합을 통한 복합점포 활성화로 수익성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특히 정부가 2015년 금융권 핵심사업으로 핀테크산업 육성과 복합점포 시행 등을 내세우며 규제완화 카드까지 들고 나온 만큼 금융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관련기사 ☞ 기획연재 ‘대한민국 골든타임’■금융권, 핀테크 사업 본격 시동은행들은 지난해 11월 다음카카오와 제휴해 전자송금서비스 '뱅크월렛카카오'를 출시하면서 핀테크사업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농협.신한.우리.SC.하나.기업.국민.외환.씨티.수협.대구.부산.광주.제주.전북.경남은행 등 16개 은행이 참여한 뱅크월렛카카오를 시작으로 은행권에서 기술과 금융의 융합현상은 점차 강화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이기송 KB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들은 전통적인 영업점 중심의 금융서비스 제공방식에서 벗어나 핀테크기업과의 제휴·인수 등을 통해 새로운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들은 핀테크사업 강화를 위한 조직 재정비에도 나섰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초 단행된 조직개편에서 스마트금융사업단 내에 핀테크사업부를 신설했다. 이 부서는 핀테크를 은행 상품 및 서비스에 접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은행도 스마트금융부에 핀테크 서비스 전략을 담당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신한은행의 핀테크 사업은 미래채널부에서 주도하고 있다.지난 9월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를 선보인 신용카드업계 역시 핀테크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알리페이, 애플페이 등 글로벌 기업들의 결제서비스가 국내에 공식 출범했을 때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카드사들은 이 시장 선점을 위해 새로운 결제시스템 개발 등에 힘쓰고 있다.이 같은 금융사들의 노력에도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핀테크산업은 걸음마 수준이다. 영국의 홍콩상하이은행(HSBC), 퍼스트디렉트 등은 일찌감치 핀테크 기업인 잽과 제휴해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금융그룹 캐피털 원이 지난 2012년 네덜란드 인터넷전문은행 ING디렉트를 인수, 현재 지점 없이 온라인으로만 영업 중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대기업들이 사업영역 확대 차원에서 결제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핀테크 기업은 전무한 실정이다.한국의 핀테크산업이 느리게 전개된 이유로는 높은 규제 장벽이 꼽힌다.김종현 우리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법과 규정에 의한 사전 규제가 핀테크 기업들의 사업 추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금융업 특성상 기본적 보안요건과 기술을 갖추는 것은 필요하나, 전자금융업자 등록요건과 보안성 심사 등의 과정에서 일부 비현실적 요건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 침체, 복합점포로 극복국내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에도 적극 보조를 맞추고 있다.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 속에 치열한 고객 유치전을 펼치고 있는 은행들이 업권 경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며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복합점포를 필두로 '원스톱 종합금융서비스' 인프라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국민.신한.하나.농협.산업.기업.부산은행 등 7개 은행이 60여개의 복합점포를 두고 있다. 내년에는 이들 은행의 복합점포가 100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고객편의 제고와 비용 절감 등의 측면에서 복합점포 개설 유인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과 증권업 간 복합점포가 가능해지면서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복합점포를 개설하고 있다"며 "하나의 공간에서 다양한 금융상담을 받을 수 있는 복합점포에 대한 고객의 반응이 좋고 은행과 증권 지점을 따로 운영할 때보다 점포 운영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복합점포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선진국들 역시 과거부터 저금리로 인한 금융시장 침체를 복합점포를 통해 극복해왔다. 일본의 경우 지난 1997년부터 은행 지점 내에 증권사 창구를 개설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2년 이후에는 '증권시장 개혁 촉진 프로그램' 시행에 따라 은행.증권 간 복합점포를 본격적으로 개설, 초저금리 상황에서 예금 대비 대출 비율이 50%대에 머무는 등 저축에서 투자로 자금이 이동하지 않는 상황에 대비했다.미국 은행 가운데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웰스파고는 모든 금융상품을 은행, 캐피털, 증권, 보험사 구분 없이 한 은행 지점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웰스파고는 계열사 간 고객정보 공유를 통해 교차판매 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이제 막 금융권 복합점포 시대의 걸음마를 뗀 우리나라에서는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의 취지와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복합점포 활성화는 소비자에게는 원스톱 서비스를, 금융회사에는 비이자 수익 제고, 자금조달 비용 절감, 경영 효율성 제고 등의 편익을 제공할 것"이라면서도 "오래전부터 지적돼온 교차판매의 문제점인 자문서비스 활성화, 영업점 임직원의 인센티브 제도 개선 등이 선행되지 않으면 복합점포 활성화의 정책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이승환 기자

  사전규제 줄이고, 오프라인 중심 규율 확 뜯어고친다

사전규제 줄이고, 오프라인 중심 규율 확 뜯어고친다

금융당국 규제개혁 박차 금융지주사 감독규정 바꿔 금감원과 사전협의 절차 폐지 금융당국이 저성장에 허덕이는 금융권의 새로운 수익동력으로 '금융권 안팎의 업권 간 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핀테크(Fin-tech) 시장을 활성화하고, 금융업권 간 장벽을 허무는 복합점포 도입을 위한 규제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우선 금융위원회는 사전규제 최소화, 오프라인 위주의 규율 탈피, 전자금융업종 규율 재설계 등을 골자로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규제 패러다임의 전환 작업에 착수했다. 관련기사 ☞ 기획연재 ‘대한민국 골든타임’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보기술(IT)과 금융의 융합산업은 선도자의 이익이 크므로 금융당국 및 산업의 발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며 "IT·금융 융합 지원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2015년도 중점과제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구상하고 있는 핀테크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향의 큰 그림은 우선 사전적 규제 방식에서 사후점검 방식으로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IT.금융 융합 협의회를 통해 각계 전문가의 제도개선 관련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오프라인 중심의 금융규율을 온라인·모바일 시대에 맞게 재편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핀테크 발전의 궁극적인 목적이 금융소비자의 편익 증대인 만큼 기존의 오프라인 위주의 금융거래를 기준으로 만든 낡은 제도나 관행을 찾아내 개선하겠다는 것이다.현재 금융위는 결제대행 가맹점(PG업체)에 외환업무를 허용하는 등 핀테크시장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해외 직접구매 규모가 2조원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PG업체에 외환업무를 허용하지 않아 국내 소비자들이 외국계 결제시스템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셈이다.아울러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발표한 '금융규제개혁방안'의 후속조치로 은행·증권 간 칸막이 제거를 통한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자본시장법시행령을 개정해 출입문과 상담공간에 대해서는 공동 이용을 허용하고,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을 바꿔 금융감독원과 사전협의 절차는 폐지한다. 또 복합점포 내에서 고객정보 공유 활성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금융실명법 유권해석을 변경해 복합점포 고객에 대해 다른 업권 점포 간 정보공유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동의방식을 합리화할 계획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보험 등 다른 업권은 추후 공론화를 거쳐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지주회사 계열이 아닌 전업계 보험사들의 경우 복합점포 활성화가 금융회사 간 불공정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에 대해 전업계 보험사들의 반발이 있다"며 "원스톱 종합금융서비스 제공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복합점포의 수익구조와 해당 직원의 핵심성과지표 등 근본적인 인센티브 구조를 고객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40) 삶과 죽음의 경계 가르는 '골든타임 5분' 향해 날다

(40) 삶과 죽음의 경계 가르는 '골든타임 5분' 향해 날다

안동병원 항공의료팀 '닥터헬기' 경북 안동병원의 닥터헬기는 산이 많고 큰 병원이 없는 지역특성상 중증응급환자의 조기 대응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안동병원 항공의료팀 의료진이 예천공설운동장에서 환자를 닥터헬기로 싣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 안동(경북)=윤경현 기자】 #.지난 8월 1일 가족들과 동해안으로 피서를 떠난 김모씨(54·여·경북 경산)는 갑작스러운 가슴통증을 호소해 울진군의료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심근경색을 의심한 의료진은 즉시 안동병원에 '닥터헬기'를 요청했다. 안동병원 항공의료팀은 운항통제실에 기상상황을 확인한 후 환자를 인계받기 위해 울진으로 날아갔다. 울진중학교까지 걸린 시간은 23분이었다. 의료팀은 헬기 내에서 응급조치를 시행하며 병원에 심장혈관조영술 준비를 요청했다. 김씨는 응급실혈관중재술을 받고 며칠 후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을 나왔다.응급의료 전용헬기인 닥터헬기(Air Ambulance)는 '하늘을 나는 응급실'로 불린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탑승해 현장에 도착하는 즉시 치료를 시작한다. 항공이송 중에도 병원과 연락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의료진과 장비를 대기시켜 놓는 등 중증응급환자 치료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도서 및 산간지역 중증응급환자는 장시간 이송되거나 적정한 이송수단이 없어 응급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닥터헬기가 생겨났다. 2011년 9월 섬이 많은 인천(가천대길병원), 전남(목포한국병원)에 처음 도입됐다. 지난해 7월 강원(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경북(안동병원)에 추가로 배치됐다.닥터헬기는 국립중앙의료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을 받아 헬기사업자인 대한항공과 계약을 맺고 운영한다. 기장과 부기장을 비롯해 의사, 응급구조사(또는 간호사), 환자, 보호자 등 최대 6명까지 탈 수 있는 소형 헬기다.규모는 작아도 있을 건 다 있다. 인공호흡기, 응급초음파기기는 물론 심근경색 진단이 가능한 12유도 심전도와 효소측정기 등 여느 병원 부럽지 않은 고성능 응급의료기기와 응급의약품을 갖추고 있다. 환자를 이송하는 중에도 제세동(심장박동)과 심폐소생술, 기계호흡, 기관절개술, 정맥 확보와 약물 투여 등 전문적인 처치가 가능하다.지난달 27일 경북지역 중증응급환자들의 신속한 초기대응을 돕고 있는 안동병원을 찾아 닥터헬기의 활약상을 들여다봤다. 안동을 포함한 경북 북부는 산악지대인 데다 농촌인 탓에 큰 병원도 없어 닥터헬기의 존재가 무겁게 느껴지는 곳이다. 경북 안동병원 항공의료팀 이성훈 응급의학과장(오른쪽)과 김효중 응급구조사(왼쪽)가 닥터헬기 내에서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헬기로 줄인 5분이 환자를 살린다오전 9시가 가까워오는 시간임에도 안개가 자욱해 50∼100m 앞을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안동병원으로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자리잡은 응급항공의료센터가 눈에 들어왔다. 원래 응급구조팀의 창고로 사용되던 건물을 개조한 것이라는 게 병원 관계자의 설명이다.이날 근무조는 이성훈 응급의학과장(43)과 김효중 응급구조사(29)였다. 의료진 외에 대한항공 소속의 헬기 운항관리사와 조종사, 정비사 등이 한 팀이 된다. 이들의 달력에는 휴일이나 명절의 구분이 없다. 김 구조사는 "매일같이 생사가 왔다갔다 한다. 한가로이 휴일을 즐길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현황판에는 이달에 23번 출동해 18명의 환자를 이송했다고 적혀 있었다. 김 구조사는 "올해 전체로는 하루에 한번꼴인 345차례 출동했다"면서 "환자의 사망이나 기상악화 등으로 임무가 취소된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311명의 환자를 이송했다"고 설명했다.이들의 근무시간은 헬기가 움직일 수 있는 일출부터 일몰까지다. 다만 하루 일을 준비하기 위해 적어도 해뜨기 30분 전에는 나와야 한다. 김 구조사는 이날 오전 6시30분에 출근했다. 곁에 있던 운항관리사가 "헬기가 이륙하기 위해서는 시정이 5000m가 돼야 하는데 오전에는 헬기가 뜨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알려줬다.헬기 탑승에 대한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을 법도 하다. 실제로 헬기 타는 게 싫어서 병원을 그만둔 의사도 있단다. 그런데 '놀이공원의 놀이기구도 무서워서 못 탄다'는 김 구조사는 지난 3월 닥터헬기를 자원했다. 헬기를 타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으나 지금은 버스나 택시를 타는 것처럼 일상적인 일이 돼버렸다.닥터헬기가 탄생할 때부터 고락을 함께하고 있는 이 과장은 "군대에서 헬기를 타본 이후 헬기는 처음"이라며 "가족들이 위험하다고 만류했지만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헬기와 응급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일주일에 하루 닥터헬기를 맡는데 지금까지 100여차례 탑승했다"며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헬기가 휘청거려 아찔할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김 구조사는 "119 헬기가 3000㏄급 '대형 승용차'라면 닥터헬기는 '경차'로 생각하면 된다"며 "내부공간이 좁아 심정지 환자의 경우 처치가 곤란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더구나 보호자가 환자에게 필요한 짐까지 싸갖고 올 때면 더욱 비좁아진다. 이 과장이 "구급차보다 좁은 공간에 환자를 실은 카트가 들어오면 바로 앞에 환자의 머리가 위치해 다리를 움직일 공간도 없다"며 "그래서 좁은 데서 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거들었다.체중이 90∼100㎏에 이르는 '무거운' 환자들을 이송할 때도 만만치 않게 힘들다. 김 구조사는 "들것을 이용해 환자를 이송하기 때문에 인계점이 자갈밭이나 잔디밭인 경우 잘 안 끌려 무척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그는 "그래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현장에서 제대로 처치한 다음 병원으로 와 시술을 잘 받고 건강하게 퇴원하는 환자들을 볼 때면 가슴이 뿌듯해짐을 느낀다"며 웃었다. 그는 지난 여름 등산하다 낙상한 환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봉화 청량산이었습니다. 등산을 하다 낙상해 후두부 부상을 입은 70대 남성이었어요. 산 근처 주차장이 환자를 넘겨받는 인계점이었는데 두개골 골절에 뇌출혈까지 환자상태는 안 좋은데 주변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난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자리에서 기관 내 삽관을 하고 헬기로 이송했습니다."국내 닥터헬기의 1000번째 출동환자도 안동병원 항공의료팀의 몫이었다. 올해 설 연휴가 시작되던 지난 1월 30일 영주 성누가병원에서 닥터헬기를 요청한 것이다. 이 과장이 기억하는 당시 상황은 이렇다."50대 남성이 가슴통증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의료진이 심전도검사 등을 실시한 결과 급성심근경색으로 의심된다면서 심혈관조영술 및 스텐트 삽입술 등이 가능한 우리 병원에 환자이송을 요청했어요. 헬기로 12분 만에 30㎞ 떨어진 현장에 도착해 응급처치와 함께 헬기에 올랐죠. 환자의 상태를 미리 병원에 알려 응급시술팀을 준비토록 한 덕분에 즉시 스텐트 삽입술을 받을 수 있었어요. 환자는 며칠 후 정상퇴원했습니다."닥터헬기가 하루에 가장 많이 출동한 것은 지난 6월 18일이었다. 그때도 이 과장과 김 구조사가 일하는 날이었다. 영주 세 차례, 영양과 예천 각각 한 차례 등 모두 다섯 차례나 헬기에 올랐다. 외상성뇌출혈, 패혈증, 경추신경손상, 중증폐손상 등 모두 상태가 중한 환자들이었다. 김 구조사는 "출동했다 돌아오면 헬기 안을 정리하고 물품도 다시 채워놓고 해야 하는데 그날은 잠시 앉을 시간도 없었다"고 소회했다.영주는 헬기로 왕복 30분, 영양은 38분, 예천은 25분이 걸렸다. 구급차로 오는 것과 비교해 짧게는 10분, 길게는 20분 정도 시간이 단축된 것이다. 이 과장은 "언뜻 봐서 차로 가는 시간과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헬기를 타고 현장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진료가 시작되기 때문에 실제 시간은 훨씬 단축되는 셈"이라며 "일반적 상황에서는 대수롭지 않을 수 있는 5∼10분이 응급환자에게는 생과 사를 가르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헬기 안에서도 치료는 계속된다언제 응급상황이 발생하지 모르는 터라 점심은 항상 병원 구내식당에서 가져다 먹는다. 출동명령이 떨어지면 5분 안에 헬기가 이륙해야 하기 때문이다. 식사가 얼추 끝났을 때 하늘은 헬기 이륙이 가능할 정도로 개어 있었다.낮 12시40분께 갑작스레 항공의료팀의 전화벨이 울렸다. 예천의 실버요양원에서 80대 남성이 폐렴·폐결핵이 의심된다며 닥터헬기를 요청했다. 운항관리사가 날씨를 다시 확인한 다음 'OK' 사인을 내자 출동명령이 내려졌다. 이 과장과 김 구조사는 구급차를 타고 즉시 병원 뒤편에 위치한 헬기 계류장으로 달려갔다.이 과장은 의료진과 일반인 사이에 '응급상황'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당장 숨이 넘어가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출동을 한다"며 "요양병원에는 전문의가 없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 아무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으나 정작 가보니 큰 일(두부 손상)인 경우도 있었다"며 "가급적 출동해서 확인을 해보는 게 최상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헬기가 예천을 왕복하는 데 들어가는 기름값은 10만원 안팎이다.낮 12시54분 요란한 프로펠러 소리와 함께 닥터헬기가 날아올랐다. 잠시 후 헤드폰을 통해 "인계점은 예천공설운동장, 인계점의 날씨는 양호하다"는 운항관리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 구조사는 "겨울에는 관리자가 눈을 안 치웠다든지 해서 인계점에 눈이 쌓여 있는 경우가 있다"면서 "프로펠러로 생기는 바람에 눈이 날려 이착륙이 곤란한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안동병원에서 직선거리로 25㎞가량 떨어진 예천공설운동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시6분이었다. 12분이 걸렸다. 출발 전 휴대폰 내비게이션으로 측정한 결과에서는 30㎞에 33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왔었다.10분 가까이 환자를 기다렸다. '환자가 이미 대기하고 있는' 일반적인 상황과는 다르다고 했다. 요양원 측에서 구급차가 아닌 일반승합차에 환자를 태워서 왔다. 김 구조사가 환자를 안아 침대에 눕히고 곧바로 헬기로 이동했다. 열이 나고 호흡이 힘든 정도로 다급한 환자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김 구조사가 혈압을 재는 사이 이 과장이 활력 징후를 체크하고 산소를 공급해줬다. 맥박이 낮은 것 같아 심전도를 확인했으나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헬기는 오후 1시26분 안동병원 계류장에 도착, 5분 뒤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들어왔다. 이 과장은 "환자의 얼굴을 보면 느낌이 온다. 중증도가 파악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위급한 환자의 경우 긴장해서 안전벨트도 매지 못한 채 돌보기도 하고, 떴는지 내렸는지를 느끼지 못할 때도 있다"며 "거의 죽음에 다다랐던 환자를 살렸다 싶을 때는 짜릿한 전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blue73@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