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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성장률 둔화속에 금리 동결한 李총재

파이낸셜뉴스

물가는 목표치 한참 밑돌아.. 버냉키식 파격 본보기 삼길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15일 기준금리를 2%로 묶었다. 석달째 동결이다. 지난해 8·10월에 금리를 내렸으니 그 효과를 좀 더 지켜보자는 뜻으로 읽힌다. 이 총재는 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4%로 예상했다. 당초 3.9%에서 0.5%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4%에서 1.9%로 낮춰잡았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는 국내 주요 기관 가운데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최경환 부총리는 3.8%로 내다봤다. 국책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5%로 한은보다 조금 높다. 더 주목할 것은 물가다. 한은은 중기 물가안정목표 범위를 2.5∼3.5%로 잡고 있다. 이 총재가 예측한 1.9%는 목표치의 하단을 한참 밑돈다. 사실 지난해 물가를 보면 놀랄 것도 없다. 작년 소비자물가는 전년비 1.3% 증가에 그쳤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0.8%) 이후 최저치다. 최근의 국제유가 급락세를 고려하면 올해 전망치(1.9%)도 낙관적으로 보인다. 기름값이 지금처럼 뚝뚝 떨어지면 자칫 물가상승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성장률 둔화, 물가 하락은 디플레이션의 전조다. 취임 6개월(16일)을 맞은 최 부총리는 취임 전부터 우리 경제가 일본식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서 부동산 규제를 풀고 재정을 확대 편성하는 등 부양책을 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를 놓고는 종종 이 총재와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최 부총리에 비해 이 총재는 비교적 온건한 부양을 선호해 왔다. 기준금리 2%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외환·금융위기 때도 그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이 총재 역시 축 처진 경제에 인위적으로 활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는 데는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이 총재는 15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현 금리 수준은 성장세 지원에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역으로 이 총재는 정부에 대해 단순 부양보다 구조개혁에 치중할 것을 꾸준히 요구했다. 실제 정부는 올해 노동·금융·공공·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을 최대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

우리는 이 총재가 낡은 중앙은행 방식에 집착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점에서 일본은 반면교사, 미국은 본보기다. 일본은행은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의 터널에 빠져 있는 동안 제 역할을 못했다. 급기야 아베 신조 총리는 중앙은행 총재를 갈아치운 뒤 윤전기로 돈을 찍어 공급하는 아베노믹스에 착수했다. 아베노믹스의 성패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잃어버린 20년' 동안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이 성공적이었다고 칭찬할 사람은 없다.

반면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흔들림 없는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라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폄으로써 미국 경제를 수렁에서 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총재가 누구를 따라야 할지는 명백하다. 역대 최저금리 2%가 깨진다고 겁낼 이유가 없다. 중요한 것은 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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