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기업형 임대주택, 시장원리 따라야
정부의 새로운 정책 실험이 시작됐다. 정부가 중산층에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최대 8년까지 이사 가거나 전세금 올려 줄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그에 드는 대부분의 돈은 민간자본으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지난 13일 정부가 내놓은 기업형 임대주택에 대한 얘기다.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저금리로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늘면서 중산층이 고통을 겪자 이를 정부가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첫 사업지로 인천 도화지구를 선정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금융권과 건설업체 최고경영자(CEO) 등을 대상으로 이틀 연속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설립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국제회계기준(IFRS)상 연결재무제표 적용 배제는 물론이고 보유세·법인세 등 각종 세제지원, 기금지원 등을 위한 국회 동의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여러 가지 걸림돌은 차치하더라도 기업형 임대주택이 들어서게 될 입지 주민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달 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유한 기업형 임대주택 후보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지는 동탄2신도시, 위례신도시, 미사강변도시 등과 수도권 택지지구의 미매각 용지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당초 예정돼 있던 분양 아파트가 임대주택으로 바뀌어 들어서게 되면 이미 소중한 청약통장을 써서 분양받은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거죠? 단지 주변에 임대주택이 늘면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게 당연한데 아무리 소유가 LH에 있다고 하지만 용도를 바꾸기 전에 기존 주민들에 대한 이해를 구해야 하지 않나요?"
지난 주말 취재차 동탄2신도시를 방문했다가 들른 한 중개업소 관계자에게 들은 말이다. 그는 또 "아파트를 한 두채 분양받아 소규모 임대사업을 하면서 시세 상승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이번에 내놓은 기업형 임대주택도 보금자리주택과 크게 다를 바 없는거 아닌가요?" 정부의 기업형 임대주택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정부의 정책기조 충돌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이번 정부 들면서 2년이 넘도록 주택시장 활성화를 외치며 주택수요자들에게 "집값은 더 이상 떨어질 일이 없으니 이제 집을 사도 좋다"는 시그널을 계속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중산층에게 집을 사는 대신 임대주택에 거주할 것을 권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기업형 임대주택 발표 이후 수도권 주택시장이 다시 주춤하고 있다. 기업형 임대주택이 공급돼 주택 수요자가 줄어들게 되면 집값이 다시 하락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다. 정책의 가장 기본은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다. 보금자리주택도, 기업형 임대주택도, 취지는 모두 국민을 위하는 마음에서 나왔다. 보금자리주택은 가격이라는 시장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부정하면서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이번에 나온 기업형 임대주택이 선정적인 정책으로 전락하느냐의 여부는 시장원리에 어떻게 부합하느냐에 달렸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건설부동산부 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