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엇갈린 통화정책.. 자본유출 대비 나서야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12 17:14

수정 2015.03.12 17:14

[데스크 칼럼] 엇갈린 통화정책.. 자본유출 대비 나서야

경기부양에 적극적 입장을 가진 소위 '비둘기'만 가득하다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렇게 빨리 금리인상 속내를 드러낼지 예상 못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 등 최고위관계자 누구도 '6월 금리인상'을 예견할 수 있는 단어 하나 입밖에 내지 않았지만 금융시장은 이를 당연시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쏠릴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터키, 멕시코 등 신흥시장국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것이 방증이다.

지난 1월 말 열린 연준의 통화정책결정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당시 블룸버그통신은 "FOMC는 '슈퍼 비둘기'인 옐런 의장을 필두로 비둘기판"이라고 단언했다. 조기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매파'로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유일하게 꼽았을 정도였다.
당시 금리결정 때 투표권이 있는 FOMC 위원 중 1명만 매파여서 "금리인상이 늦어지고 폭도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올 2월 미국 명목실업률이 5.5%까지 떨어지면서 연준이 아닌 시장에서 6월 금리인상설이 부상하고 있다. FOMC 구성에 큰 변화도 없었다. 5.5%는 미국 의회예산국이 추정하고 있는 'Nairu 5.4%'에 근접한다. Nairu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실업률 수준'을 말한다. 지난 1986년 이후 연준이 4차례 금리를 인상한 시기는 '명목실업률-Nairu' 수치가 마이너스(-)0.7~1.2%였을 때였다. 2월 말 갭인 0.1%는 언제든지 금리인상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연준 내부에서 제로금리 정상화를 더 늦출 수 없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2007년 주택시장 버블 붕괴가 각각 1999년, 2004년 연준이 금리인상 시기를 놓치면서 발생했다는 논리가 득세하고 있다. 연준의 대표적 매파로 꼽혀온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금리인상 실기론'까지 들고나왔다.

문제는 한국에 미칠 후폭풍이다. 자본유출입 문턱이 사실상 없는 한국은 과거 미국 금리인상기에 악몽을 겪었다. 지금은 미국 달러까지 초강세다. 1980년대 남미의 외채, 1990년 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금융위기는 모두 미국 금리인상과 달러 강세가 겹쳤던 것이 배경이었다. 더구나 12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초로 1.75%까지 내렸다. 미국과의 엇갈린 통화정책으로 자본유출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

연준의 움직임에서 과거와 달리 봐야 할 부분은 또 있다. 미국은 금리의 점진적 인상과 동시에 경기부양을 위해 시장에 풀었던 자금을 회수한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풀었던 3조7000억달러를 거둬들인다. 금리인상과 자금회수가 맞물린 정책은 지금까지 시행된 예가 없다. 슈퍼달러에다 금리인상, 유동성 축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은 예측불허다.

최근 만난 한 국제금융전문가는 "가보지 않았던 길이어서 한국에 미칠 영향도, 파급력도, 대응정책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를 위해 '금리인하'카드를 꺼내든 한은, 그리고 정부는 자본유출 충격에 최우선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비상시 외화를 공급받을 통화스와프 통로를 추가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자본유입 촉진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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