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한은 1%대 금리인하 불가피했다

파이낸셜뉴스

이주열 총재 깜짝 결정.. 가계부채 관리가 관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기준금리를 1.75%로 내렸다.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진 것은 한은 설립(1950년) 이후 65년 만에 처음이다. 이로써 이 총재는 취임 후 세번에 걸쳐 모두 0.75%포인트를 내렸다. 이날 인하 결정은 뜻밖이다. 시장은 3월 동결, 4월 인하를 점쳤다. 적어도 이 총재가 18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회의 결과를 지켜본 뒤 움직일 것이란 관측에서다. 하지만 이 총재는 시장의 예상을 깨는 파격을 택했다.

이 총재의 선택은 불가피했다. 나라 안을 보자. 한국 경제는 수출·투자·소비에서 죽을 쑤고 있다. 성장률 전망치도 미끄럼을 타고 있다. 물가는 담뱃값 인상 효과만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다. 이 총재가 "추가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회복 모멘텀을 살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한 것은 올바른 판단이다. 나라 밖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일본은 엔저를 무기로 불황 탈출에 힘을 쏟고 있다. 유로존은 총 1조1000억유로(약 1400조원) 규모의 양적완화에 착수했다. 덩달아 유로 가치는 뚝뚝 떨어지고 있다. 중국·인도 등 신흥국들도 잇따라 금리를 내렸다. 미국 달러가 초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통화전쟁 양상마저 엿보인다. 우리만 고고한 척 팔짱을 끼고 있을 때가 아니란 얘기다.

금융위기 이후 한은은 늑장을 부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유럽·일본이 금리를 뚝 떨어뜨리고 윤전기를 돌려 돈을 푸는 양적완화 정책을 편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 과정에서 한은은 수차례 실기(失機) 논란에 휩싸였다. 과거 한은의 행태에 비춰볼 때 이 총재의 결정은 과감했다.

문제는 부작용의 최소화다. 금리를 내리면 자연 가계부채가 늘어난다. 11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빚이 관리영역을 벗어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자본유출 가능성도 신경 쓸 대목이다. 연준이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가운데 전 세계 유동성이 미국으로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달러는 연일 강세다. 파이낸셜타임스지는 "강달러는 신흥국 위기의 전조"라고 분석했다. 2년 전에도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 방침을 밝히자 신흥국 통화가 요동쳤다. 그때 한국은 예외였다. 이젠 금리인상이다. 이번에도 한국이 예외로 인정받을지는 자신할 수 없다.

이 총재의 어설픈 소통능력은 아쉬운 대목이다. 전임 김중수 총재는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총재는 깜빡이를 켜지 않은 채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연준은 중장기 선제안내(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시장에 방향을 제시한다. 한은도 이를 본뜰 필요가 있다. 늘 정부나 정치권의 압력이 있은 뒤 금리인하 결정이 나온 것도 이 총재에겐 부담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1일 "세계가 통화완화 흐름을 보이는데 한국 경제만 거꾸로 갈 수 없다"며 금리인하를 대놓고 촉구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튿날 한은은 금리를 내렸다. 이래선 중앙은행과 총재에 대한 신뢰가 쌓일 수 없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