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리인하와 한은 독립성 논란
운전해서 집에 가는 길이다. 오른쪽 깜빡이를 켜려고 하는데 "우측 깜빡이 켜야지", 좌회전 하려고 운전대를 돌리는데 "저기 앞에서 좌회전".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꼭 한 박자 앞서 훈수를 둔다. 조수석에 이런 사람이 타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초행길도 아니고 운전을 처음 시작하는 것도 아닌데 무엇이 못 미더운지 계속 그런다. 한 번, 두 번 넘기다가 결국에 폭발하고 만다. "나도 그렇게 하려고 했어!"
말 많고 탈 많았던 3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이 끝났다. 한은은 시장 참가자 대부분의 예상을 뒤엎고 금리를 다시 한 번 내렸다. 한은을 조여오던 금리인하 압박이 현실화된 것이다. 설사 이 결정이 동결이었어도 최근 한 달간 한은이 받았을 심리적 압박은 어느 때보다 강했을 것이다.
이번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앞두고 세상의 눈과 귀는 예민하게 한은을 응시했다. 지난 2월 말 한은 국회 업무보고 당시 의원들의 훈계, 이어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디플레이션 우려 발언으로 인한 우회적 압박도 모자라 전날 나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금리인하 촉구 발언까지.
이날 이주열 한은 총재는 그 어느 때보다 굳은 표정으로 금리를 결정하는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웃음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의사봉을 두드려달라는 기자들의 부탁에도 말없이 "쿵쿵쿵" 두드릴 뿐이었다. 이날 회의장에는 비장함마저 흘렀다. 금통위원들은 결국 5대 2로 금리인하를 결정했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에서 금리를 인하할 때 기대되는 효과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비슷하다. 어느 쪽이 맞거나 틀리다고 규정하기 힘들다. 문제는 이번 금리인하 결정이 등 떠밀려 나왔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도 비슷한 분위기가 조성되면 한은이 으레 금리를 '내려줄' 것이라는 기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한은 독립성의 훼손'이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독립성을 부여한 기관인 한은을 우리는 왜 못 믿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사회 전반에서 경기침체 신호가 감지된다면 한은도 당연히 금리인하를 고민하지 않았겠는가. 한은 고위 관계자가 "한은은 늘 외부 압력에 시달린다(웃음). 그중 다른 국가는 다 내리는데 왜 우리만 안 내리느냐는 논리가 가장 힘들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국내경제는 어렵고 세계 각국은 금리를 연속적으로 내리는 상황이다. 불안할 수 있다. 하지만 믿음도 필요하다. 이날 금통위원들이 금리결정 회의를 앞두고 이렇게 되뇌지 않았을까. '우리도 그렇게 하려고 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