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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유엔의 '새로운 15년'과 통계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29 17:25

수정 2015.03.29 17:25

[차관칼럼] 유엔의 '새로운 15년'과 통계

1888년 미국의 소설가 에드워드 벨라미는 '과거를 돌아보다'란 미래예측 소설을 발표했다. 소설 속 주인공은 1887년 깊은 잠에 빠졌다가 2000년 미국 보스턴에서 눈을 뜨게 된다. 그가 일어나 확인한 2000년의 세상은 그야말로 유토피아였다.

"그들은 매일 문명의 은혜를 향유하면서 살고 있다. 라디오, 전기, 공기청정기 등 문명의 이기가 쾌적한 생활을 제공하고 완전고용이 보장되며 45세에 은퇴한 후에는 모두 유유자적하며 풍요로운 환경에서 살게 된다."

대공황이 시작되던 1930년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우리 손자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이라는 글을 통해 100년 뒤의 삶을 생존을 위한 투쟁이 사라지고 생활수준이 4~8배 좋아지며 주당 근무시간은 15시간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며 인류가 대공황의 고통을 극복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우리가 실제로 맞이하고 겪은 새천년 이후 지난 15년은 벨라미의 소설과 케인스의 예측과는 달랐다. 세계 곳곳에서 빈곤과 기아는 여전했고 2001년 9·11테러, 2008년 세계금융위기,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원전 사고 등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유엔은 2000년이 되자마자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설정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당시 목표에는 절대빈곤 및 기아퇴치, 보편적 초등교육 실현, 양성평등 및 여성권익신장 등 8대 분야별 과제가 포함됐다. 15년 시한으로 운영된 이 프로젝트는 큰 성과를 거두고 올해 종료될 예정이다.

이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새천년개발목표'를 대체할 새로운 15년의 청사진인 '포스트 2015' 개발의제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부터 2030년까지 유엔이 추진할 새로운 목표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로 명명됐다. 종전 새천년개발목표에서 8개 의제를 제시한 것에 비해 '포스트 2015'에서는 목표 의제가 17개로 대폭 늘었다. 빈곤 근절과 여권 신장 등 일부 의제는 재선정되고 구체화됐으며 양질의 교육보장, 지속가능한 경제발전, 국가 내·국가 간 불평등 완화, 지속 가능한 소비·생산 등의 목표는 새롭게 추가됐다. 유엔이 제시한 '포스트 2015' 개발 의제는 오는 7월까지의 정부 간 협상을 거쳐 9월 유엔 총회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새천년개발목표 당시와는 달리 개발재원 공여국의 자격으로 '포스트 2015' 개발의제 선정에 참여하는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와 성평등 이슈 등을 중심으로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가 출범했고 주제별로 실무그룹도 가동 중이다. '포스트 2015'는 목표(Goal), 세부목표(Target), 지표(Indicator)가 하나의 세트로 구성된다. 국가차원에서 '포스트 2015' 개발과제를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범국가적인 역할분담과 파트너십이 필요하고 국가적 실행체계를 정립·운영하고 점검하기 위한 통계기반도 정비돼야 한다. 이번 지속가능발전목표는 각국이 의무적으로 이행과정과 성과를 보고하고 지역별, 국제기구 분야별로 관련지표를 모니터링해 평가하는 시스템을 통해 관리될 전망이다.

이에 통계청은 유엔 통계처의 304개 잠정 지표(안)를 심층 검토하고 타 부처와 협의해 지표 선정과 관련한 정부 간 협상을 지원하고 있다. 유엔 통계처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위원회 등 지표 관련 국제통계사회의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관련 정보를 태스크포스를 통해 부처 간에 적극 공유하고 있다.
'포스트 2015' 개발의제가 확정되고 유엔 통계위원회가 개발의제 관련 통계 로드맵을 발표하면 통계청도 국내에서 지표 작성에 필요한 통계의 개선과 개발을 포함해 국가통계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정밀한 로드맵을 작성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경영 석학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라고 한 바 있다.
우리의 선진 통계시스템과 역량이 '포스트 2015'가 펼쳐낼 빛나는 미래 창조를 위한 힘 있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박형수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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