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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구조개혁, 이제 시작이다] (2) 최대 쟁점은 '노동 유연성'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02 17:32

수정 2015.04.02 21:42

귀족 노조 vs. 정책 실패… 부족한 청년 일자리 원인 "네 탓"
일반해고요건 가이드라인 노측 강력 반발하는 안건 사측선 반드시 관철 나서



노사정이 대타협을 이루지 못한 채 첨예하게 각을 세우는 표면적인 이유는 미래세대인 '청년 일자리 문제'의 원인을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재계와 정부는 '대기업 노조와 정규직의 기득권'이, 노동계는 '정부의 정책 실패와 사용자의 지나친 이기심'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출발한 것이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마련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 등 노동유연성이다. 노사정 대타협의 핵심쟁점이다.

쉽게 말해 사용자와 정부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노동자를 좀 더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한 뒤, 이때 비게 되는 자리에 새로운 청년을 고용하겠다는 생각이다. 반면 노동계는 이를 쉽게 해고하기 위한 수단이며 '사형선고'로 받아들인다.
오히려 소득주도의 성장, 사회안전망 강화, 조세개혁, 노동기본권 강화 등이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의 근간이라고 지적한다. 정부 정책의 실패를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돌리는 과거 정부의 패턴에서 벗어나라는 주장도 한다.

노사정이 2일 오후에도 4자 대표회의에 나섰지만 '대타협'이 성사될지 여부를 장담할 순 없다. 다른 쟁점에서 중지를 모았다고 해도 '청년 일자리 문제'로 포장된 '해고'라는 쟁점의 이해 간극이 너무 크다. 이대로라면 정부의 자체적 안 마련, 노동계의 총파업 등 사회적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전문가들은 꼬집는다.

전문가들의 해법은 명확하다. '조금씩 양보'다. 또 지금은 경제 주체들의 양보가 필요한 '경제불황'의 시기다.


■"저성과자만 해고" vs. "마음에 안 드는 노동자 해고"

쟁점사항 중에서 노측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 항목은 일반해고요건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이다. 반대로 재계에선 어떻게 해서든 관철시키겠다며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일반해고요건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노동자를 기업이 해고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달라는 의미다. 예컨대 그동안 기업이 노동자를 해고했을 경우 각종 소송이 뒤따랐다. 해고자들이 해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부당해고취소청구 소송 등을 통해 법적 분쟁까지 가는 사례가 빈번했다는 얘기다. 중소기업보단 주로 대기업에서 빈번했다.

노동자 입장에선 생계수단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였지만 사측에선 불필요한 법적 분쟁으로 여긴다. 이에 따라 업무성과를 내지 못하는 노동자를 퇴출시킬 수 있도록 정부가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리가 비게 되면 새로운 청년을 고용,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에도 부응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노측은 마음에 들지 않는 노동자를 자르기 위한 '핑계'라고 규정하고 있다. 오히려 "천문학적인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고 재벌 총수들에게 수백억원대의 배당잔치를 벌이면서 정규직을 재단해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은 황당한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무노조 사업장 위한 기준" vs. "정규직 보호 축소 꼼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도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다. 현행 노동법은 취업규칙상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간주되는 변경요건에 대해서는 노조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근로계약을 변경할 때 노조나 근로자대표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가 존재하지 않는 사업장은 단체협약이 없으므로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다.

재계와 정부는 이처럼 노조가 없는 사업장 등에서 이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만큼 추가로 '사회통념상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측은 정규직 보호를 축소하려는 '꼼수'라고 항의한다. 현장에서 저성과자에 대한 일방적인 퇴출, 우회적인 정리해고, 근로조건 하향변경 수단으로 활용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우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노사정은 일반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해 의견차가 크다. 일반 해고에 대해 노동계는 쉽게 해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하지만 사측은 쉬운 해고가 아니라 저성과자를 해고한다는 것"이라며 "취업규칙 변경 역시 사측은 정년연장과 맞물려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일방적으로 기업이 명퇴나 조기퇴직 등 근로조건 변경 우려가 크다고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대타협'의 전제는 상호양보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상호 양보' 없이는 '대타협'은 어렵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용성 인적자원정책연구부장은 "한쪽의 일방적인 양보로는 타협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노사정 모두 얻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도 있는 협상을 진행해야 대타협도 가능하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으면 노사 갈등은 올해나 내년 통상임금 등 이슈와 맞물려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 선임연구원은 "재계가 저성과 근태불량자를 해고한 뒤 신규채용을 하지 않으면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고 노측도 이런 부분을 채우면 인원을 보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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