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증세냐 추경이냐.. 경제팀의 선택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13 17:18

수정 2015.04.13 21:42

증세냐 추경이냐.. 경제팀의 선택은?

경기회복 불씨가 살아날 듯 살아나지 않으면서 최경환 경제팀에 비상등이 켜졌다. 어떻게든 경기를 살려보겠다는 정부와 통화당국의 의지가 재정확대·금리완화에 이어 추경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추경이 집행된다면 초이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규모 세수펑크가 우려되는 상황에 추경은 재정건전성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 조세저항도 극에 달한 상태다. 그나마 올해 법인세는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법인세율 자체가 인상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세수부족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수펑크·조세저항에 세금정책 사면초가

정부가 세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매년 계획한 세금은 3년째 제대로 걷히지 않았고, 올해도 '세수펑크'가 우려된다.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 논란으로 국민의 조세저항은 극에 달하고 있다. 빠듯한 살림 때문에 일부에선 증세를 제기하고 있지만 '성난 민심'에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조세부담률은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조세부담률이 줄어든다는 것은 세금을 더 올릴 여지가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되지만 현 시점에서 세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소위 '세금의 역습'이다.

■4년 연속 세수부족 예고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나라살림을 총 결산한 결과 당초 예산 대비 11조원의 세금이 덜 걷혔다. 이 같은 세수부족은 2012년과 2013년에도 각각 2조8000억원, 8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3년 연속 세수결손이다. 기업실적 하락, 소비감소, 주식 등 금융시장 침체 등이 주원인이지만 악화된 세수여건이 반전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이에 따라 MB(이명박)정부 마지막 해에 시작된 세수부족 현상이 자칫 박근혜정부 집권 5년간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난 3년간 예산 대비 세수부족은 22조원가량으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증세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올해 세수여건도 녹록지 않다.

정부는 당초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8%로 예상했다. 정부보다 낮은 3.4%로 잡았던 한국은행은 지난주에 이를 다시 3.1%까지 내렸다. 민간연구소들의 성장률 하향 조정도 줄줄이 예고되고 있다.

성장률 하락, 저물가 지속, 내수침체 장기화 등이 이어지면서 세금을 추가로 거둘 수 있는 기반이 여전히 취약한 모습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해 세수부족액이 최소 6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의 예상대로 6조원가량 세수펑크가 생길 경우 최근 4년간 결손액만 최소 28조3000억원이다. 경우에 따라선 30조원대에 이를 수도 있다.

나갈 돈은 태산인데 들어오는 돈은 없고, 세금의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세저항 '↑', 증세는 꺼내지도 못할 판

연말정산 사태로 국민의 조세저항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연말정산 대상자 1619만명을 분석한 결과 '세금 추가 부담이 없다'던 정부의 공언과 달리 연봉 5500만원 이하의 서민, 중산층 가운데 15%가 세금을 더 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틈만 나면 "증세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직접 증세는 아니더라도 담뱃값 인상이나 연말정산 사태를 놓고 '깜깜이 증세'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은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기재부 한 고위 관계자는 "세금 걷기는 쉽지 않고, 그렇다고 (현 시점에서) 일부 세목 신설이나 세율을 올려 증세를 한다고 했다가는 (악화된 정서 때문에) 큰일 날 것"이라고 토로했다.

심지어 행정자치부가 지난해부터 줄곧 추진해 왔던 주민세, 자동차세 등 지방세 인상 카드도 조세저항이 극심해지며 꺼낼 수 없게 됐다. 지방세나 국세나 국민 입장에선 모두 같은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선 법인세율 인상 등 증세 논쟁을 조심스럽게 수면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최근 국회 연설에서 "새누리당이 법인세를 예외 없이 다룰 수 있다고 한 만큼 법인세 정상화 조세개혁을 곧바로 추진하자"고 여당에 촉구했다.

국민의 조세저항을 최소화하면서 기업, 고소득자 중심으로 세금을 올린다면 정서상 큰 무리가 없지 않겠느냐는 발상이다. 물론 기업들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한편 2007년 당시 19.6%에 달했던 조세부담률은 18.2%(2009년)→17.9%(2010년)→18.4%(2011년)→18.7%(2012년)로 등락을 거듭하다 2013년에는 17.9%까지 떨어졌다.

복지 등 의무지출 증가로 가뜩이나 할 일도 많은 세금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립대 박기백 교수는 "연말정산 사태는 세금을 올리면 안 된다는 (정부의) 강박관념 때문에 방법을 찾다보니 벌어진 문제"라면서 "세수부족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고소득자, 대기업 법인세, 주식양도차익 강화 등 증세를 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증세냐 추경이냐.. 경제팀의 선택은?

□추경의 경제학, 경기부양 효과 확실한 추경 카드 '눈덩이 재정적자' 초래 부작용도

"경기회복을 위해,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 재정이 어느 정도는 역할을 해줘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중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입에서 나온 한마디가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쟁에 불을 붙였다. 이 총재의 주문이 이례적으로 적극적이었던 데다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와 사전 조율 없이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됐다.

정부 입장에서 추경은 '웬만하면' 하지 않는 선택이다. 정부가 짠 예산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인데다 국회 설득작업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채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는 경우 결국 '빚'인 추경이 재정건전성에 주는 타격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총 16회의 추경예산을 편성했다. 재해대책이 3회, 예산부족이 3회였고 나머지 10회는 경기부양을 위한 편성이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이 이에 속했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추경을 택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저물가로 세수부족이 생각보다 더 클 것으로 예측되는 데다 추경을 집행할 경우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추경은 어떤 돈

추경은 예산성립 후에 발생한 사유로 정부가 예산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편성한다(헌법 제56조). 국가재정법에 명시된 요건(자연재해·경기침체·예산부족 등)을 제외하고는 편성이 불가능하며 국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한다.

1997년 12월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총 16회의 추경예산을 편성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추경이 경기부양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2007년과 2010~2012년도를 제외하고는 매년 실시됐다. 1998년과 2009년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추경이었고, 2013년은 지속되는 저성장 극복을 위한 추경 편성이었다. 추경의 주요 재원으로는 세계잉여금과 한은잉여금이 활용됐지만 2009년과 2013년에는 주로 국채발행을 통해 추경재원을 마련했었다. 세계잉여금은 정부 초과세입과 쓰지 않은 돈(세출불용액)을 합친 돈이다. 한은잉여금은 2010년까지는 세계잉여금으로 분류됐으나 2011년부터는 당기순이익의 70%를 세외예산으로 편성했다.

한은잉여금이 예산에 기편성되면서 2013년도 추경은 재원의 90%를 국채발행을 통해 마련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정부지출이 필요했는데도 세수가 부족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곳에 못 쓴 것"이라면서 "경기를 회복시켜야 하거나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한 경우에는 국채발행을 해서라도 추경을 한다"고 언급했다.

■추경, 실물경제 파급효과 가장 크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추경을 택하는 이유는 그 효과가 가장 확실해서다.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는 총수요를 진작시켜 경제성장률을 제고한다.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하거나 금리 인하를 통해 유동성을 푸는 것과 견주어도 효과와 시차가 모두 추경이 유리하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돈을 공급해도 이를 주머니에 넣어두고 쓸지 안쓸지 여부는 잘 모르는 것이다. 이자율이 떨어졌다고 해서 대출을 더 받고 물건을 살지 안 살지는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효과가)불확실하다"면서 "반면 정부가 돈을 쓴다는 것은 없는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므로 확실하다"고 말했다.

실제 추경의 파급경로는 실물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재정연구원이 2013년 추경 지출이 주요 거시경제 변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실질 국내총생산(GDP) 제고와 물가상승률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당해연도뿐 아니라 이듬해까지 영향을 미쳤다. 2013년 추경으로 2013년 실질GDP는 0.27%포인트, 2014년에는 0.12%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지수도 2013년 0.05%포인트, 2014년 0.01%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추경, 지금 할 수 있나

이주열 총재의 추경 주문에 당장 기재부는 손사래를 치며 난색을 표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성장률과 재정을 직접 연결짓는 것은 논리상 맞지 않고, 성장률을 3%대에서 더 높이려 추경을 하는 것도 무리"라면서 "현재 추경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에서 추경은 빚으로 빚을 막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실익이 크지 않다. 실제 2013년 총수입은 372조6000억원으로 편성했지만 11조8000억원의 추경을 세입경정함에 따라 총수입이 360조8000억원으로 감소했다. 그만큼 세출 운용 범위가 제약됐다는 뜻이다.

그러나 재원 대부분이 국채발행으로 조달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재정건전성 악화도 불가피하다. 2013년 추경으로 재정수지는 본예산 대비 1.5%포인트 악화됐고 국가채무는 1.9%포인트 증가했다.

국채발행으로 이자비용이 발생하면서 균형재정 달성으로부터도 멀어진다. 더군다나 3%대 성장률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재정집행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한은이 발표한것처럼 물가가 0%대로 내려간다면 세수는 예상보다 훨씬 부족해진다"면서 "재정적자가 더욱 커지는 상황을 정부가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bada@fnnews.com 김승호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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