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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남북 철마는 만나고 싶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07 16:45

수정 2015.05.07 16:45

[여의나루] 남북 철마는 만나고 싶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지난 3월 말 하이난성 보아오 포럼에서 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강조했다. 육상 프로젝트인 '일대(one belt)'는 고속철 개발을 통해 대국굴기(大國堀起)의 깃발을 높이 들고 유럽 서진(西進)을 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실제로 21세기 신실크로드에는 낙타의 행렬 대신 중국횡단철도(TCR) 위로 고속 철마가 유럽으로 질주한다. 지난해 11월 중국 저장성 이우에서 중국산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물과 장난감 등을 실은 컨테이너 화물열차가 21일 만에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올 1월에는 거꾸로 올리브유와 와인 등을 실은 컨테이너 열차가 마드리드를 출발, 24일 만에 이우에 도착했다.

최근 세계 물동량 중 동북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 이상으로 급증했는데, 러시아는 '차르 시대의 동진(東進)정책'을 부활하려는 듯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동북아에서의 철도운송 비중을 높이려고 한다.
당연히 북한 철도 현대화사업에 대한 관심이 크다. 지난달 시베리아산 석탄을 러시아 하산에서 나진까지 철도로 운반한 후 화물선으로 남측 항만에 운송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 2차 시범운송이 이루어졌다. 최근 한국의 시베리아횡단철도 물동량이 늘어나자 철도 운임을 인상하기도 했다.

유라시아 시대에 철도가 새로운 물류 패턴에 적합한 운송도구로 부각되면서 한국 철도는 엄청난 도약의 기회를 맞았지만, 대륙 철도를 이용하면서 치러야 하는 비용과 노력 때문에 그 실리와 경제성을 높이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한국이 유라시아 경제권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운송 물류의 효율성을 제고하려면 한반도 철도망을 대륙 철도망에 연결해야 한다.

분단 후 끊긴 남북 철로구간의 연결 사업은 김대중정부 때 강력하게 추진되었다. 올해 통일준비위원회는 러시아로 가는 최단거리 철도노선인 경원선 복원 계획을 밝혔다. 남북철도는 북한 경제 회생과 남북한 간 경제력 격차 완화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분단 70년간 쌓인 긴장을 푸는 소통과 교류의 장(場)이 된다. 독일은 분단 상황에서도 동·서독 간 열차가 운행되었다. 도라산역 평화공원에는 철길 소통의 상징적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1980년대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을 오간 미군 우편차량 1량이 전시될 예정이다. 유라시아 철도 연계를 위해서는 대륙횡단철도 협의체인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정회원 가입을 통한 국제적 협력체계 구축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그동안 한국 가입을 반대하던 북한이 최근 전향적 태도를 보여 다음 달 몽골에서 개최되는 장관회의에서 한국 가입 안건이 공식의제로 채택돼 있다.

남북한 관계는 오리무중, 조변석개로 수없이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그래서 한반도 철(鐵)의 실크로드 사업은 아직도 지지부진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장밋빛 청사진에 대해 반신반의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대륙철도시대에 대비해 남북철도 연결에 대한 보다 주도면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남북 모두 실용주의적인 태도로 접근해서 올해는 진일보한 가시적 성과를 보았으면 한다.

철길은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다. '섬 아닌 섬'에 갇혀 있는 우리의 철길은 이제 탁 트인, 열린 대륙으로 뻗어나가려고 한다.
개성공단으로 통근열차가 다니고, 개성공단 제품이 철로로 중국·러시아로 수출되고, 대한해협을 건너온 일본 컨테이너 화물칸과 일본 여행객이 함부르크로 가는 고속열차를 타기 위해 부산역에 몰려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내금강 온정리역에는 대륙을 횡단해온 유럽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모습을 그려본다.
상상만 해도 엄청 신이 난다.

이주흥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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