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유승민, 증세카드 당분간 접어두라
朴대통령 "염치없다" 비판.. 소비세 보류 日서 배워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다시 법인세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12일 취임 100일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다. 그는 "법인세와 관련해선 지금부터 토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당내 대표적 증세론자다.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지난 4월 초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유 원내대표는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12일 발언은 예전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유 원내대표의 견해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목표로 중부담·중복지를 제시한다. 한국은 저부담·저복지 구조다. 세금을 덜 내고 복지를 덜 누린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진다. 그 반대편에 북유럽과 같은 고부담·고복지 국가가 있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당장 북유럽 국가들처럼 살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유 원내대표의 중부담·중복지 구상은 분명 우리의 지향점이다.
문제는 대통령의 생각이 집권당 원내대표와 같지 않다는 데 있다.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할 일은 안하고 빚을 줄이려는 노력은 외면하면서 국민한테 세금을 거두려고 하면 너무나 염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루속히 공무원연금 개혁안부터 처리해 줄 것을 국회에 당부했다. 마치 유 원내대표한테 들으라고 한 소리 같다. 지난 2월에도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채 국민한테 손부터 벌리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다. 특히 법인세 인상엔 고개를 가로저었다. 증세론자 유 원내대표가 넘어서야 할 최대 장벽은 다름 아닌 박 대통령이다.
새누리당이 증세 움직임을 보일 경우 당·청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국정을 이끌어가는 두 중추세력이 충돌하면 요란한 파열음을 낸다. 공무원·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싼 최근의 당·청 대립이 좋은 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증세는 더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유 원내대표는 과연 청와대의 반대를 무릅쓰고 증세를 추진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 곰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증세 타이밍도 나쁘다. 최경환 부총리는 경제를 살리려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도 1%대 기준금리 인하로 경제살리기에 가세했다. 이런 마당에 증세가 우리 경제에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는 경제학 박사 출신인 유 원내대표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이웃 일본을 보라. 아베 신조 총리는 1차 소비세 인상으로 아베노믹스가 기력을 잃자 전격적 의회 해산으로 2차 소비세 인상을 연기하는 강수를 뒀다. 영국 노동당은 지난주 총선에서 반기업·증세 공약을 내걸었다 참패했다.
따뜻한 보수를 지향하는 유 원내대표의 중부담·중복지 구상은 장기적으로 올바른 방향이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 기업의 눈에 법인세 인상은 초대형 규제다. 동시에 국내 기업들의 엑소더스를 재촉하는 꼴이다. 법인세 인상 카드는 당분간 접어두는 게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