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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어가는 한국' 언제까지 방치할 텐가

파이낸셜뉴스

KDI 올 성장률 3%로 낮춰.. 파격적 재정·통화정책 펴야

한국 경제를 놓고 우울한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최경환 부총리는 20일 "자칫 '뛰어가는 일본, 기어가는 한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 덕에 활력을 되찾았는데 한국은 구조개혁 지연 등으로 과거 '잃어버린 20년' 시절의 일본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같은 날 국책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낮췄다. 5개월 만에 0.5%포인트 떨어뜨린 셈이다. 그러면서 구조개혁이 멈칫거리거나 통화·재정정책의 약발이 떨어지면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KDI의 본심은 성장률 2%대 하락에 있는 것 같다. 다만 국책 연구기관이 앞장서서 숫자 '2'를 들고 나오기엔 부담을 느꼈을 법하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3.1%로 예측했다. 정부는 아직 3.8%를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숫자가 3.0%로 보인다. 민간 쪽에선 이미 2%대 성장률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일찌감치 올해 한국 경제가 2.5% 성장할 걸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19일 "향후 5년간 잠재성장률은 2%대 중반, 2020년대에는 1%대 중반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처방은 정확한 진단에서 나온다. 한국 경제는 시나브로 중병에 걸렸다. 나라 안팎에서 다 그렇게 말한다. 2% 또는 1%대 성장률을 솔직하게 현실로 받아들일 때가 됐다. 그래야 올바른 처방이 나온다. 우리 경제는 단순 진통제로 통증을 줄이는 단계는 지난 것 같다. 남은 건 큰 수술뿐이다.

수술은 크게 세 갈래다. 먼저 구조개혁이다. 그런데 첫 단추부터 어긋났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야당의 물타기 작전에 휘말려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가 됐다. 이대로 둬선 안 된다. 아쉬움은 남지만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5월 국회에서 처리하는 게 차선책이다. 그래야 줄줄이 대기 중인 노동·금융·교육·공공개혁이 탄력을 받는다.

다른 두 갈래는 파격적인 재정(부양)과 통화(기준금리) 정책이다. 이에 대해선 이달 초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이 해법을 제시했다. 신 원장은 "구조개혁을 성공으로 이끌려면 금리와 재정 정책을 패키지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들은 진통제뿐 아니라 모르핀까지 맞는데 우리만 가만히 앉아 내성을 키우라고 하는 건 균형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엔 적극적인 부양을, 한은엔 추가 금리인하를 촉구한 셈이다.

결국 열쇠는 경제사령탑인 최경환 부총리가 쥐고 있다. 작년 7월 취임 전후의 최 부총리는 역동적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선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총리 대행까지 수행하느라 시간이 빠듯한 건 이해하지만, 경제부총리로서 다시 예전의 역동성을 기대한다. 경제활성화법을 물고 늘어지는 '마이동풍' 야당을 설득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최소한 박근혜정부가 '기어가는 한국'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는 일만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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