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해진 금리정책 앞에서… 매파와 비둘기파의 '변심'
한은 금융통화위원중 금리인하 의견 내던 비둘기파 정해방 "추가인하 효과 미미" 3월 인하 결정땐 반대표
최근 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상대적으로 매파와 비둘기파 간 구분이 명확했던 금통위원마저 통화정책에 대한 입장이 예상과 달리 전개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10일 한은이 공개한 최근 수개월간의 금통위 의사록을 분석해보면 한국은행 7인의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간 통화정책에 대한 입장이 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비둘기파로 평가됐던 위원이 1%대로 금리를 낮추는 데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가 하면 매파로 분류됐던 인물이 비둘기파로 '돌연 변심'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1%대 사상 최저 금리가 지난 3월 이후 석달간 지속되면서 금리정책에 대한 민감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당초 비둘기파로 분류돼 금통위원으로 추천됐지만 그 자신 역시 과거 한번도 1%대 기준금리 시대를 경험해 보지 않았던 데다 6년여 지속됐던 미국의 저금리 시대 종언이 가져올 긴축발작(taper tantrum)에 대한 우려 역시 가늠하기 어려운 과제다.
현재 한은 금융통화위원 중 임명 전 자신의 색채를 그대로 견지하고 있는 사람은 사실상 문우식 위원(서울대 교수.한국은행 추천)과 하성근 위원(연세대 교수.금융위원회 추천) 정도다. 문우식 위원은 지금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소수의견으로 '동결'을 주장했다. 최근 비둘기파의 대표격으로 부상한 하성근 위원은 지난 4월과 5월 1인 소수의견으로 '인하'를 제시하는 등 지금까지 총 5차례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회의 내 발언이 익명으로 정리된 5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하 위원은 "수출 둔화와 경기 하방압력이 위험 수준에 달해 금리 인하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 발언의 주인공으로 파악된다.
일반적으로 금통위원의 성향은 한은법상 정해져 있는 추천기관에 따라 태생적으로 정해진다고 볼 수 있다. 정부나 재계를 대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추천한 인사는 상대적으로 금리 인하를 선호하는 비둘기파로, 은행연합회나 한국은행 추천 인사는 '매파'적인 성향을 보여왔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공식'이 깨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변으로 기록되는 인물은 기획예산처 차관 출신으로 기재부 추천으로 임명된 정해방 위원과 대한상의 추천의 정순원 위원이다. 정해방 위원은 지난해 7월과 9월만 해도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나홀로' 소수의견이었지만 각각 8월과 10월 두 달 간격으로 금리를 내리는 데 방향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3월 금리를 1.75%로 내리는 결정엔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시장에선 이를 두고 정 위원의 '돌연 변심'이라고 표현했다. 추가 인하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게 당시 그의 판단이었다.
'현대맨'으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정순원 위원은 지금까지 한 차례 인하를 피력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을 거쳐 현대기아차 사장과 현대로템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내 통화완화적 성향이 가장 강할 것으로 예상됐던 인물이다. 그런 정 위원 역시 최근엔 인하 의견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한국경제 상황이 매우 불확실한 만큼 집계되는 경제지표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이주열 총재의 '데이터 디펜던트' 입장에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함준호 위원(연세대 교수)은 지난해 취임 직전엔 매파로 분류됐다. 그러나 취임 직후 "개인적으로 매파와 비둘기파 여부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신을 매파로 보는 시장의 시각을 일축, 현재까지 한 차례 소수의견도 내지 않아 중도로 분류된다.
이주열 총재 역시 취임 당시엔 매파로 분류됐으나 지금까지 총 3차례 인하를 단행하면서 '매의 옷을 입은 비둘기'로 평가된다.
최근엔 부쩍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와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자금유출을 걱정하는 목소리를 심심치 않게 내 금리인하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매파와 비둘기파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건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출구전략을 앞두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 역시 달러 공급의 '수문장'으로서 부담감을 토로한다. 헬리콥터 벤으로 불린 벤 버냉키 전 의장을 충실히 보좌해 비둘기파로 평가되는 재닛 옐런 의장은 최근 금리인상을 앞두고 증시 거품, 시장의 과열을 우려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중도로 분류되는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이 옐런 의장의 말을 진화하며 소방수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것 역시 세계 경제가 극도로 민감한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상반기 마지막 기준금리의 향배를 가르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개최된다. 이들이 어떤 의견을 낼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