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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익은 추경 분위기… 2009·2013년 사례와 비교하니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낮은 성장률 등 과거 추경때 판박이.. 내수시장 '메르스 충격파' 최대 관건 과거 전례는 2013년 17조3000억 추경 7분기째 '0%대 성장' 영향 2009년 28조9000억 최대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

무르익은 추경 분위기… 2009·2013년 사례와 비교하니

'정부가 그동안 미뤄뒀던 추가경정(추경) 예산안 편성 카드를 꺼내들 것인가.'

국가재정법 제89조에 따르면 추경 예산은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했거나 증가하는 경우로 편성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 중에서 추경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정부가 판단해야 하는 것이 바로 '경기 침체' 정도를 어떻게 보느냐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도 "추경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기보단 국가재정법상 '경기 침체'에 해당되는지를 좀 더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추경 여부를)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현재진행형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향후 경제에 미칠 여파까지 포함해 현 상태를 경기침체로 인정하느냐, 아니면 앞으로 추가 침체를 우려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추경 카드'를 쓰느냐가 핵심이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문제가 됐던 2003년 2·4분기 당시 중국과 홍콩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각각 7.9% 및 -0.9%로, 1.4분기의 10.3%와 4.1%에 비해 급락한 바 있다.

■2009년, 2013년 추경 보니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가장 최근으로 지난 2013년과 2009년 각각 추경을 단행했다. 두 차례 모두 '민생안정'이란 타이틀을 달았지만 실상은 경제 회복이 가장 큰 목표였다.

액수만 17조3000억원이었던 2013년 4월 추경은 경제성장률(전기비)이 직전 분기를 포함해 7분기 연속 0%대에 머무는 등 경기 침체의 고리를 끊기 위해 단행했다. 게다가 성장률 전망도 하락하면서 세수 부족도 우려됐다. 지속적인 가계부채 상승으로 인한 소비 여력 위축, 취업자 증가세 둔화도 당시 추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2009년 추경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한 목적이 1순위였다. 특히 추경 규모만 28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당시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지역의 경기침체가 국내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우리나라 성장률(2009년) 전망 역시 4%에서 3%로 낮춰지더니 결국 마이너스(-)까지 예측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상반기에만 전체 예산의 60%를 집행할 계획이어서 하반기에 쓸 수 있는 자금이 제한적이었던 점도 추경을 부추겼다. 대규모 돈을 풀어 일자리를 늘리고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추경 카드가 불가피했던 셈이다. 결국 이들 두 해만 놓고 보면 재정당국이 추경을 선택했던 이유는 △낮은 경제성장률 △성장률 추가 하락에 따른 세수 부족 △가계부채 상승 △하반기 재정집행 여력 부족 △취업 증가세 둔화 등이 공통 항목으로 꼽힌다.

■추경 요건, 올해 적용해보니

우선 0%대의 낮은 성장률.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2·4분기부터 올해 1·4분기까지 성장률은 4분기 연속 0%대에 머물러 있다. 관건은 올해 2분기에 1%를 넘어서느냐다.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은 2분기에 1% 달성을 자신했다. 하지만 이는 메르스 복병이 나타나기 직전이다.

구조개혁 등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할 경우 올해 성장률이 2%대로 하락할 수도 있다며 보수적으로 판단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메르스 변수를 적용하지 않고도 올해 2·4분기, 3·4분기, 4·4분기 모두 0.9%의 성장률을 예상했다. 2013년 당시 추경을 했던 결정적 이유인 '7분기 연속 0%대 성장률'과 같은 상황이 올해도 재현될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메르스 발발 직전 국회예산정책처(3.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3.0%), KDI(3.0%), 한은(3.1%) 등이 모두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내렸다. 공통적으로 '상저하고'를 예상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 역시 메르스가 빨리 종식되고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최소화됐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올해 경상성장률 하락에 따른 세수 부족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 국회예산정책처, 민간연구소 등의 분석을 종합하면 올해 세수 부족 규모는 5조~10조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정부가 2015년 예산 편성 당시 전제했던 경상성장률 6.1% 달성은 이미 물건너갔다. 경상성장률을 이루는 실질성장률은 하락하고 있고, 물가도 '0%'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상성장률이 1% 감소할 경우 국세가 2조원가량 줄어든다는 분석도 있다. 2013년과 2009년 추경 당시에도 세입경정 규모가 각각 12조원, 11조2000억원에 달했다. 세입경정은 전반적인 세수 부족분을 메꾸기 위한 것으로 추경의 또 다른 축인 세출확대와 같이 씀씀이 자체를 늘리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올해 역시 추경을 하더라도 세입경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4월까지 313조3000억원의 예산 중 123조3000억원을 집행, 39.4%의 예산 집행률을 기록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6월까지 59%를 조기 집행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는 곧 하반기에는 기존 예산 중 41%만 집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경기 침체가 추가로 이어질 경우 재정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경제)상황만 놓고보면 추경까지 할 여건은 아니다. 다만 메르스가 내수 등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특히 5~6월 경제지표를 면밀하게 봐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면서 "이달 말 (정부가)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다고 하지만 시기를 다소 미뤄서라도 지표 등을 좀 더 완벽하게 판단한 뒤 (추경 여부 등을)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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