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금리 너무 낮아" 갈곳 없는 돈 넘쳐난다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정기예금 1년새 7조 줄고 요구불예금은 22조 늘어 MMF·CMA 잔액도 증가

"금리 너무 낮아" 갈곳 없는 돈 넘쳐난다

초저금리 영향으로 시중 자금이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몰리는 등 대기성 자금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은행 예금에서 빠져나가 주식매수 대기자금이나 요구불예금 등으로 유입된 단기 유동성 자금이 일시에 한쪽으로 쏠릴 경우 시장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기자금 넘쳐…

16일 한국은행 등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시장에서 단기 유동성 자금이 꾸준히 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시중은행에서는 정기예금이 줄고 요구불예금이 증가했다. 자본시장 쪽에서는 투자자예탁금이 늘고 있다.

올 4월 말 정기예금은 566조14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조1670억원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요구불예금은 22조6400억원가량 증가했다.

국내 시중은행 중에서 개인 고객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은 지난 5월 요구불성예금(저축예금, 자유저축예금 등 포함)이 81조원 규모로 지난해 말(76조원)에 비해 5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은 103조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7조3000억원가량 감소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 정기예금, 적금을 들지 말고 재테크에 나서라고 하는데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며 "주식시장에 일부 자금이 이동했지만 이것도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재 시중 유동자금은 정확히 대기자금, 부동자금이라는 것이다.

MMF 설정액도 지난 2월 100조원을 넘어선 후 지난 12일 112조원까지 늘었으며 CMA 잔액 역시 48조원대를 기록했다. 투자자예탁금(12일 기준)은 21조3427억원으로, 두 차례의 금리인하 전인 지난 2월 말의 16조7383억원과 비교하면 27.5%나 증가했다.

단기자금 중 일부는 주식시장으로도 이동하고 있다. 이달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0조5159억원으로 금리인하 이전인 2월 평균 7조5093억원에 비해 40%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 증시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6조원대였다.

임진 금융연구원 거시국제연구실 실장은 "저금리 시대에는 자금의 변동성이 심해진다"며 "장기로 돈을 묶어두지는 않을 것이며 적당한 투자처가 나오면 바로 돈을 인출할 수 있게 단기성 예금 등에 돈이 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버블 위험요인 되나

자금이 단기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풍부한 자금 유동성이 실물경기를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자금이 단기화된다는 것은 실물에 안정적으로 자금 공급이 안 되고 자금이 수익률 높은 쪽으로 이동을 위해 대기 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럴 경우 부동산 등 자산시장 버블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식시장에 자금이 쏠릴 경우 지난 2008년 금융위기나 2013년 뱅가드 사태처럼 시장에 외부의 큰 충격이 있을 때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국내 증시는 사흘 만에 20% 이상 하락했다. 금융위기 전 시중의 여유자금을 증시가 블랙홀처럼 빨아들였기 때문에 손실이 더욱 커졌다. 또 지난 2013년에는 주가지수(인덱스)에 주로 투자하는 뱅가드펀드가 운용기준을 바꾸면서 9조원가량 자금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당시 펀드 내 한국 증시의 운용비중이 줄어들면서 외국인의 이탈을 부추겼다.

유안타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투자자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을 꺼리는 심리가 강해졌다"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떨어지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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