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1차 노동시장 개혁 원·하청 상생 방점... 勞-使 반발 갈등 증폭

김서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17일 발표한 '제1차 노동시장구조 개혁 추진 방안'은 원청과 하청의 상생 협력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불균형적인 원·하청 관계가 대-중소기업간 근로조건 격차 심화로 이어져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 회피 요인으로 이어진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대·중소기업의 양극화 해소가 노동시장 개혁의 근간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하지만 노동계와 재계 모두 수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향후 추진 과정에서 또다른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 '제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회의 직후 가진 기자 브리핑에서 "정년 60세 의무화를 앞두고 연공급 중심 임금체계, 더딘 임금피크제 도입률 등으로 청년 취업난과 장년근로자 고용불안 심화가 우려되고 있다"며 "청년과 중·장년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세대간 상생고용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원·하청 상생 협력시 세금 감면

이 방안은 △청·장년 간 상생고용 △원·하청 상생협력 △정규·비정규직 상생촉진 △노동시장 불확실성 해소 △노사파트너십 구축 등 5대 분야 36개 과제를 담고 있다.

우선 원청이 하청근로자 근로조건 개선 목적으로 상생협력기금 출연시 출연금의 7%를 세액 공제해준다.

또 원청이 하청기업 사내근로복지기금 또는 공동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해 복지향상에 기여할 경우 출연금의 법인세 손비 인정, 기업소득환류세제 과세대상 제외, 복지사업에 대한 예산지원 확대를 검토한다.

원하청간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방안도 추진된다. 원하청간 납품단가 조정 신청기한을 기존 7일에서 20일로 늘이고, 하도급대금 지급의 법적 보호 범위를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확대한다.

올해까지 정년 연장 대상 근로자에 한해 지원하던 임금피크제 지원금은 내년 60세 정년제 도입 기업으로 한시적으로 연장한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은 연간 500만원 한도 내에서 최대 5년간 지원해 준다.

임금체계 관련 불이익 여부와 사회통념상 합리성 판단 등에 구체적 판단 기준을 정리한 취업규칙 변경 절차 및 기준 명확화도 추진한다.

아울러 내년부터 모든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를 통해 내년부터 2017년까지 총 6700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한다. 공공기관의 간부직에만 적용되던 성과연봉제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성과에 따라 임금 차등을 확대한다.

기간제·사내하도급·특수형태업무종사자 등 3대 고용형태별로 '비정규직 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도 가속화한다.

■勞, "전쟁 선포" vs 使 "고용창출 저해"

노동계와 재계 양측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반발했다.

노동계는 '상생 운운하며 임·단협 시기 맞춰 사업장을 겨냥한 노동시장 구조개악 전쟁 선포'라며 반발했다. 재계 역시 '정부의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 방침은 고용 창출에 저해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정부는 원-하청간 상생 운운하면서 가이드라인 방식으로 공공부문을 앞세우고 민간 부분까지 중점 관리 대상 사업장을 선정해 지도하는 것은 사실상 상생이 아닌 직접 현장을 노린 전쟁 계획"이라며 "통상임금 범위 축소와 노동시간 연장 개악 입법도 이번 기회에 밀어붙여 보겠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민노총은 이에 따라 6~7월 즉각적 총파업 태세를 갖추는 한편 사업장 임·단협 대응을 통해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를 위한 현장 투쟁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민노총은 또 "정부가 강압적인 합의 종용으로 인해 노사정위 논의가 무산됐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일방적인 구조개악 강행 방침을 접고, 국회를 중심으로 사회적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논의기구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재계 역시 우려를 표했다. 정부의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 방침이 오히려 고용 창출에 저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이날 입장 발표문을 통해 "정부는 비정규직 등 취약 근로자 보호 강화를 위해 기간제·사내하도급·특수형태업무 종사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라며 "이는 정규직 전환에만 초점을 맞춰 고용경직성을 심화시켜 노동시장의 일자리 창출 능력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다만, 경총은 임금피크제를 확산 방침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부 개혁안 勞-使, 동시 반발 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안 발표에 대해 노사 모두 반발하는데는 노사정 타협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정부 주도의 개혁안이기 때문이다.

노사정은 지난해 부터 지난 4월까지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결렬됐다. 이후에도 노사정은 취업규칙 가이드라인 마련 등 주요 쟁점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1차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노사정 대타협 없이 정부안을 제시한 것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현장 임단협 시기에 맞춰 시급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는 과제를 중심으로 1차 방안을 마련했다고 강조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원청과 하청의 상생 협력시 정부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주로 포함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동계와 재계가 보는 시각은 정부 의도와는 다르다.

노사 양측 모두 노동시장의 우선 과제라 할 수 있는 청년고용 문제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과는 다소 동떨어진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 제고를 위한 입법 등 조치가 필요한 사항과 노사정간 추가 논의키로 한 과제 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 8~9월 중 2차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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