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옥시, 가습기살균제 세계 최초 개발자 경고에도 흡입독성 실험 무시

신현보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18 10:36

수정 2016.05.18 10:36

RB코리아(전 옥시)가 살균제 개발 전 살균성분제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로부터 직접 제품 유해성 경고를 받고도 무시한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은 해외 저명학자의 경고 메일 등과 함께 옥시 주요 책임자의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죄를 입증하는 핵심 증거로 판단하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구속 중인 옥시의 전 선임연구원 최모씨는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개발을 검토하던 2000년께 생활화학제품 제조업체 E사 대표 노모씨(55)를 만나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인체 유해성.흡입독성 검사 필요성 여부 등을 자문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표는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 바이오텍 사업부장으로 있던 1994년 세계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인 ‘가습기 메이트’를 개발했다. 살균제 성분물질의 용도 특허도 10건 이상 보유하고 곰팡이 제거제의 시초인 '팡이제로'를 개발·출시한 인물이기도 하다.

노 대표는 당시 최씨에게 "CMIT·MIT와 달리 PHMG의 흡입독성은 국내외에서 전혀 검증된 바 없는만큼 자체적인 독성 실험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노 대표의 권고를 메모지에 적어 당시 연구소장 김모씨(구속)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흡입 독성실험은 생략됐고 옥시는 2000년 10월 PHMG를 주원료로 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했다.

검찰은 올 2월 옥시 본사와 연구소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최씨의 메모지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검찰 조사에서 노 대표를 만난 사실과 대화 내용 등을 인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확보한 여러 물증 가운데 노 대표와의 면담 기록이 혐의 소명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이날 롯데마트·홈플러스의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납품한 용마산업사 대표 김모씨를 피의자신분으로 재소환한다.
김씨는 16일 1차 조사에서 "두 유통사가 시키는대로 했다"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홈플러스 제품개발 담당자 2명도 이날 출석한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제품 개발·제조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schatz@fnnews.com 신현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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