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성과연봉제 고삐 죄는 정부.. "노사동의 없어도 도입 가능"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20 17:47

수정 2016.05.20 17:47

4차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추진상황 점검회의
공기업 6월말·준정부 연내 시한 불구 도입 절반 안돼
이사회 결의 도입 강행 땐 형사고소·줄소송 불보듯
'저성과자 퇴출 수단 악용' 노조 우려는 사실과 달라
정부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막판 고삐를 죄고 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는 전방위적으로 대상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공기업은 6월 말, 준정부기관은 12월 말까진 도입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도입 대상 공공기관의 절반도 채 도입을 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조기 도입 시 인센티브 지급이란 '당근'과 미이행 시 인건비 동결이라는 '채찍'을 모두 쓴 정부는 도입 전제조건인 노사 합의 없이도 도입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성과연봉제 '상대평가'≠저성과자 퇴출제 '절대평가'

기획재정부는 20일 송언석 기재부 제2차관 주재로 관계부처 기조실장, 주요 공공기관 부기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추진상황 점검회의(4차)'를 개최했다.

현재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대상인 공기업 30곳, 준정부기관 90곳 가운데 성과연봉제를 이미 가입한 곳은 한국전력, 마사회 등 총 59곳으로 대상기관의 49.1%에 그친다.
공기업 중에선 16개(53.3%)기관이, 준정부기관 중에는 43개(47.7%) 기관이 노사 합의 또는 이사회 의결을 완료했다.

이날 송 차관은 "호봉제 임금체계에선 동기부여가 미흡하고, 이 탓에 생산성과 경쟁력도 저하되고 있다"며 "성과연봉제는 2013년 여야 합의로 통과된 고령자고용촉진법에서 의무화한 임금체계개편의 일환으로 청년고용문제 해결, 장년층 고용안정 등을 위해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하는 절박한 시대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서울 서린동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산업부 소관 40개 공공기관의 기관장들을 불러 놓고 "공공기관도 업무성과에 상응하는 보상을 통해 직원 개개인에게는 동기를 부여하고 나아가 기관 전체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성과와 보상의 선순환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과연봉제가 저성과자 퇴출로 연계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정부는 "전혀 다른 제도"라고 선을 그었다.

송 차관은 "성과연봉제와 일명 저성과자 퇴출제로 불리는 '직원역량 및 성과향상 지원방안'은 목적과 성격, 평가방식 등이 전혀 다른 제도로 성과연봉제는 '상대평가'에 의해 성과에 합당한 보수를 차등지급하는 제도인 반면 저성과자 퇴출제는 '절대평가'를 원칙으로 하며 근무성적 부진자의 단계적 관리를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분은 앞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설명한 바 있다. 유 부총리는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직원역량 및 성과향상 지원방안(저성과자 퇴출제)은 근무성적 부진자를 대상으로 역량 및 성과를 높이기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성과연봉제와는 다른 제도"라고 강조했다.

■'사회통념상 합리성' 인정 시 '노사합의' 필요 없다?

이와 함께 송 차관은 논란이 되고 있는 노조 동의 없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해선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표한 대로 노동관계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지난 12일 "판례에 따르면 소수가 불이익을 받을 경우 노조나 근로자들이 무조건 반대하면서 논의를 거부하면 동의권 남용에 해당돼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노조의 성과연봉제 반발 근거인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여부에 대해 오히려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결국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노조가 지속적으로 협의를 거부할 경우 동의권 남용에 해당돼 노조의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도 이를 도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노조 동의 없는 성과연봉제 도입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해 반드시 과반수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도 앞서 같은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실제 현재 기재부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했다고 발표한 59곳 공공기관 중에서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예금보험공사, 한국감정원, 한국중부발전, 부산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동발전 등이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확정한 상태다. 따라서 향후 노조 측의 형사고발 등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경영진을 형사고발한 LH 노조의 김종범 수석부위원장은 "근로기준법 94조에 따라서 근로자수의 과반을 넘지 않으면 개별 동의를 받아야 하고, 과반을 넘는 노조가 있다면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한다. 때문에 이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며 "사회통념상 합리성은 이 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사회 의결에 따른 도입은 원천무효"라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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