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카카오 등 골목상권 진출 길 터줘.. 소상공인·중기업계는 '부글부글'

최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16 17:12

수정 2016.06.16 17:12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 최저임금 인상, 김영란법까지.. 속타는 영세상인
카카오 미용실 등에 진출.. 하림 계란유통 영역 확장
골목상권 배려없어 참담
재벌 뿐 아니라 생계형도 상생하는 제도 마련 절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계가 들끓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지정제도 개선안,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등 영세 자영업자를 비롯해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보완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정책들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재벌 2.3세 탐욕 견제 장치 마련해야

먼저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안에 대해 중소기업들의 반발이 상당하다. 16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309명을 대상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제도에 관한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개사 중 7개사가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자산총액 10조원으로 상향조정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상향이 신산업진출 등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나, 영세 골목상권으로 진출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터준 것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창업주의 정신을 잃어버린 재벌 2.3.4세들의 탐욕을 견제하고, 시장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을 견제하고 생계형 업종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들도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지정제도 개선안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의 개선안으로 인해 당초 대기업집단에 속했던 카카오, 하림 등이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악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김영란법 등으로 내수 경기의 위축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저변을 버티고 있는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에 대한 배려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상호출자 제한조치에서 자유로워진 카카오는 최근 소상공인의 고유 업역이라고 할 수 있는 동네 미용실, 동네 꽃가게 등에 자신들만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골목상권으로 진출하겠다고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면서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은 국가정책에서마저 밀려나고 배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은 "그동안 육계사업에만 매진해온 하림은 어느 순간부터 계란유통산업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하림은 대형 마트뿐 아니라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에도 브랜드 계란을 납품할 수 있게 됐다.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 "참담"

사정이 이렇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계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개최된 '중소기업 현실에 적합한 최저임금 제도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일들, 즉 김영란법·산업 구조조정·대기업 지정제도 개선 등을 보면 참담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박 회장은 "우리나라는 소상공인 비율이 OECD 평균의 1.7배에 달하고 있으며, 생계형 영세 사업자 비중이 외국에 비해 3~4배 이상 많아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로 직결될 우려가 크다"며 "최저임금의 실질적 지급주체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현실에 적합한 최저임금 제도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하는 데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주보원 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뿌리산업은 청년층의 취업기피와 현장 근로자의 급격한 고령화 등으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면서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에도 최저임금 기준을 적용하는 급여뿐만 아니라 기숙사 및 식사 등의 비용을 기업에서 부담하고 있어 실제 내국인을 채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따라서 섣부른 최저임금 인상은 뿌리기업들을 고사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기업의 급여 지급 여력을 고려해서 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보다는 정부 차원에서 기업들이 최저임금제를 준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yutoo@fnnews.com 최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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