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차장칼럼] 열두번째 특검과 검찰의 독립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02 16:45

수정 2017.01.02 17:15

[차장칼럼] 열두번째 특검과 검찰의 독립

'최순실 게이트'는 12번째 특검을 불러왔다. 검찰로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범죄사실을 공소장에 적시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할 만하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사건 초기 검찰이 안일하게 대응한 것이 불신을 자초한 면이 크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모금 등에 청와대가 부당개입한 의혹을 밝혀달라며 시민단체가 최순실씨 등을 고발한 사건을 엿새 만에 건설비리 관련 사건 전담부서에 배당했다.

이후 언론의 잇단 의혹 보도로 국회가 특검 도입에 합의하자 다음 날 느닷없이 수사 규모를 확대하고 특별수사본부를 꾸렸다. 사건 배당 이후 22일이 지나서야 본격 수사에 나선 것이다.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를 천명했지만 언론이 대통령에 대한 직접수사 필요성과 이론적 가능성을 제시할 때도 "너무 앞서간다"며 사안을 가볍게 봤다.(참조기사 : ‘최순실 게이트’ 박 대통령 수사, 검찰-법조계 이견)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4일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필요하다면 수사를 받겠다"고 하자 서면조사와 직접조사를 놓고 한동안 장고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서면조사에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되자 검찰은 최순실씨를 기소하기 5일 전이 돼서야 직접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통상적 수사에서 이 정도 기간은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고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이번 수사를 놓고 검찰을 탓할 수만은 없다. 대쪽같은 검사라 해도 인사권을 쥐고 있는 대통령에게 칼을 들이대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제가 '제왕적'으로 평가받는 기저 요인도 따져보면 검찰권 행사에 있다. 청와대가 국정원.경찰.검찰.국세청.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의 업무를 총괄하지만 '기소독점권'을 갖고 있는 유일한 기관은 검찰뿐이다. 집권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정치보복을 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최근 방한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검찰청의 재키 레이시 검사장은 "미국 검찰은 모든 국민을 위해 일하지 한 사람을 위해 하지 않는다"며 뼈 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법률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형사사건의 95%를 담당하는 주검찰청 및 카운티 검찰청의 검사장은 대부분 지역주민의 직접선출로 구성된다.

정치적 중립성 확보 및 구조적 비리 근절을 위한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지방검찰청 검사장 등을 선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법조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검찰청 관할 내 법조인을 포함해 지역주민을 선거권자로 해 검사장을 직접투표로 선출하고 중임도 가능하도록 하자는 방안이다. 지역주민에 의한 검찰권 형성과 통제는 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른 편향적 수사 논란을 잠재우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제도 도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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