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北, VX 생화학무기 이용 암살 파장.. 美·EU 등 대북제재 확대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28 17:31

수정 2017.02.28 17:31

北 압박감에 중국 붙들기.. 美 테러지원국 재지정 착수
EU 이달중 독자제재 발표.. 리길성 北 외무성 부상 돌연 28일 中 베이징 방문
북핵 6자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이 2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매튜 포팅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북핵 6자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이 2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매튜 포팅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북한이 김정남 암살에 국제협정이 금지한 대량파괴무기(WMD)인 신경성 독가스 'VX'를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전방위적 압박이 고조되고 있다.

핵실험, 미사일 도발 때와는 사뭇 다르게 국제사회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기 위한 검토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테러지원국 자체는 국제법이 아닌 미 국내법으로 지정하지만 '낙인효과'가 상당해 안 그래도 발붙일 곳이 점점 줄어가는 북한의 국제적 고립이 심화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여기에 유럽연합(EU)도 2월 27일(현지시간)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제한하는 등 유엔 결의안 이행조치를 공개하면서 3월 초 독자제재안을 낼 것이라고 밝혔고,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일 6자 수석대표 협의에서는 북핵.미사일 도발과 김정남 사망과 관련한 대응노력을 담은 3국 공동성명이 최초로 채택되는 등 북한의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는 더 좁아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국제사회, 심지어 중국과도 대립각을 세워왔던 북한 외무성 부상이 2월 28일 돌연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북한이 외교적 고립에 압박을 느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부각되고 있다.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미 의회와 행정부 내에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도 북한의 반인륜적 행위들에 대한 합당하고 강력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2008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제외한 뒤 숱한 핵.미사일 도발에도 추진하지 않았던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이번에 본격 검토하는 이유는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신경작용제 VX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아산정책연구원 고명현 연구위원은 "미국이 9.11 사태 이후 제일 경계했던 것이 VX 같은 생화학무기 테러"라면서 "이슬람국가(IS) 등 테러단체가 생화학무기를 이용해 공공장소에서 테러를 자행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 암살로 북한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WMD를 공공장소에서 쓸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것도 다른 나라로 반입해 사용했다는 것은 충격이 더욱 큰 것"이라면서 "미국으로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돼도 실제 입게 되는 타격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수출관리법 등 미 국내법 영향권 안에서 생기는 제한들은 대외교역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지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해당 사항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북한을 '불량국가'로 낙인 찍어 다른 나라로부터도 유사조치를 이끌어내겠다는 목적이 더 큰 것으로 풀이된다.

조 대변인도 "이번 피살을 계기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경우 북한 정부의 무모함과 잔학성을 확인하는 낙인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EU의 대북제재 조치나 한.미.일 6자 수석대표 협의 채널에서 김정남 사건을 대응해 나가겠다고 결정한 데 대해 조 대변인은 "주요 우방국이 추가적인 독자제재를 해나가고 있고 국제사회 전체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여러 외교적 조치가 전개돼 전방위적인 대북제재 압박조치가 충실히 이행되고 있다"고 반겼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리길성 외무성 부상이 이날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다급해진 북한이 중국 붙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고 연구위원은 "북한에서 부상(장관) 정도가 갈 정도면 진짜 '할 말'이 있어서 간 것"이라면서 "안보리 결의, 김정남 암살과 관련해서도 그렇지만 중국이 연말까지 북한산 석탄 수입을 금지한 것에 북한이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김정남 암살이 발생한 지 닷새 후인 2월 18일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석탄은 북한의 전체 대중 수출품목 중 40%를 차지한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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