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통신비 인하 공약, 현명한 해법을 찾자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6 16:47

수정 2017.06.06 16:47

[특별기고] 통신비 인하 공약, 현명한 해법을 찾자

새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함으로써 소득기반 성장을 이루겠다는 정책방향을 설정했다.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근본적인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민간부문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런데 철강이나 조선, 건설, 자동차 등 전통적 굴뚝 산업들은 한계가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고용창출 능력이 뛰어나고 부가가치가 높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미국의 프로그레시브 정책연구소나 일본의 총무성 및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 등 여러 기관에서는 첨단 ICT 활용이나 차세대 네트워크 도입 등이 산업생산성과 경제성장률 증가는 물론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을 내놓고 있다.
ICT가 각 산업 분야에 깊숙이 스며들어 융합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물론 여러 사회문제까지 해결하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새 정부는 ICT가 중심이 되는 4차 산업혁명을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정책도 주요정책으로 설정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세운 ICT 공약을 정부 정책으로 결정하는 데는 여러가지 상충되는 문제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통신요금 인하 공약이다. 통신요금 인하 공약은 ICT 중심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면서도 일자리 창출에 핵심이 되는 ICT 산업을 규제하겠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공약은 단순하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문 대통령의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의 취지가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통신요금 부담 완화'라면 더더욱 그렇다. 국내 모든 이동통신 사용자들에게 똑같이 1만1000원씩 요금을 내리는 것과 실질적으로 통신비 인하가 필요한 계층을 대상으로 혜택의 폭을 넓히는 것 중 어느 것이 소비자 혜택도 높이고 ICT산업도 살릴 수 있는 것인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ICT산업 성장을 도모하면서 취약계층의 통신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시켜줄 수 있는 세심한 통신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통신산업 중복투자를 막아 통신요금을 낮추겠다는 취지로 5G를 정부가 직접 투자하겠다는 공약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통신망 직접투자는 각 통신회사의 기술혁신을 통한 투자 비용절감이나 서비스 개선 등 시장자율경쟁으로 인한 혁신은 사라지고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통신사의 마케팅 비용을 줄여 통신요금을 낮추겠다고 하지만 단말보조금 및 유통망수수료 축소로 이어져 소비자의 단말구입비는 증가하고 유통업계는 또 다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공약을 원칙적으로 정책에 대입하지 않았으면 한다. 공약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면서 산업이나 시장의 중요한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도록 시장과 조화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데이터 기반 시대에 맞는 취약계층 ICT 지원 확대와 더불어 ICT산업이 국가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한 현명한 정책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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