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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복막전이·재발암 클리닉 개소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9 15:33

수정 2017.08.09 15:33

가천대 길병원, 복막전이·재발암 클리닉 개소


가천대 길병원은 최근 복막전이·재발암 클리닉을 개소했다고 9일 밝혔다.

복막전이는 암 진단 당시 10~15%, 절제술 후 25~35% 발병해 비교적 흔하다. 간 전이 다음으로 흔한 것이 복막전이다. 하지만 간이나 폐의 전이는 5년 생존율이 30~35%에 달하는 반면 복막 전이는 평균 생존기간이 5~7개월로 매우 나쁘다. 따라서 복막전이는 치료 방법이 없는 말기암 상태로 여겨진다. 최근 새로운 항암제를 복합적으로 투여하는 방법도 시도됐지만, 치료 성적은 높지 않은 편이다.


외과 이원석 교수는 "복막전이암은 간이나 폐 전이암 보다 생존기간이 매우 짧고 치료 성적도 매우 불량한 어려운 암"이라며 "최근에 복막전이의 치료 방법이 다수 연구돼 눈에 보이는 암을 제거한 뒤 수술 중 복강 내 온열화학요법(HIPEC)을 시행해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길병원의 복막전이·재발암 클리닉은 항암, 영상, 수술, 핵의학, 마취 분야 전문의는 물론 암 전문 코디네이터를 비롯한 다학제 기반의 10여명의 의료진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10여명의 의료진은 최고의 팀워크와 인프라를 갖춰, 종양절제와 HIPEC 시술로 복막전이 치료를 하고 있다.

복막전이는 암 세포를 직접 떼어내는 근치적 절제가 불가능해 매우 까다로운 암종이다. 암 세포를 제거하는 것은 어렵고, 보존적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 복수천자, 수술적 우회술 등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항암제가 다수 개발돼 사용되고 있지만, 치료 효과가 미비하다. 복막전이의 경우 혈관 형성이 잘 되지 않아서 항암제가 암세포에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혹시라도 있을 전신 전이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서만 항암제가 사용된다.

실제 온열화학요법을 받은 환자들의 중앙생존기간은 대조군의 12.6개월에서 22.3개월로 연장됐고, 2년 생존율은 16%에서 43%로 증가된다는 보고가 있다.

복막전이 시 일반적인 항암제 투여는 큰 효과를 볼 수 없다. 복막전이 암세포의 혈관이 적기 때문이다.

이때 HIPEC은 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실제 복막전이 환자의 병소에 항암제를 투여한 후 HIPEC을 시행하면 복강 내 항암제의 농도가 약 25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IPEC을 사용하면 복막전이 병소 부위 온도가 40~43도까지 높아진다. 이때 세포막의 변성이 일어나고, 혈관의 투과도가 높아져 약물 농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시술은 암 수술 후 배를 닫기 전 항암제에 열을 가해 약 90분 간 복강 내부에 넣어 암세포를 괴멸시키는 식으로 이뤄진다.

다만, HIPEC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전신마취 하에서 특수 장비가 필요하다. 가천대 길병원이 HIPEC 장비를 전격 도입한 이유이다.

이 교수는 "HIPEC은 열에 약한 암세포의 특성을 이용한 것으로 암을 절제한 후 추가적으로 시행해 암세포 괴멸에 유도할 수 있다"며 "최근 여러 연구에서 HIPEC이 복막전이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대장암은 복막전이의 대표적인 원인 암이다. 대장암 치료 후 복막전이는 전체 재발의 25~35%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장암세포가 대장의 장벽을 뚫고 나와 복막에 파종돼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는 대장암세포가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가 복막에 붙어서 전이가 이뤄지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발병빈도는 남성이 여성보다 3배 정도 더 많이 발생한다. 발병 연령은 주로 40대 이후에 발생한다.

주요 증상으로는 복부팽만이 있으면서 간헐적으로 복통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수 개월 이상 원인을 알 수 없는 위장관증상과 체중감소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원석 교수는 "복막전이를 조기에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며 "대장암 치료 후 정기적이고 꾸준한 검사를 통해서 복막 전이 의심 시 빠른 치료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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