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로]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정세를 돌아보면 북한 핵무력 고도화에 따른 북·미 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주변국을 둘러봐도 트럼프, 시진핑, 푸틴, 아베, 김정은 등 모두 스트롱맨의 마초 리더십에 휘둘리고 있다. 당분간 국제정세도 강대국들이 자국 이익을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혼란스러운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오늘날 국제관계의 보편적 질서는 다자주의임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초국가적 이슈의 비중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국제정치 차원의 정치, 군사, 안보 등 상위정치(high politics)가 여전히 중요하지만 지역이나 민간 차원의 초국가적 하위정치(low politics)가 매우 중요해졌다.

북핵 문제, 미·중 갈등, 한·일 관계 등 역내 안보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동북아 차원의 다자협력구상은 더욱 중요하다. 안보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협력방안의 틀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자협력과 같은 기능적 접근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동플)를 추진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를 위해 지난달 역내 정부 당국자와 국제기구 대표, 민간전문가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동북아평화협력포럼을 개최해 역내 공동의 위협요인이 되는 원자력 안전, 에너지 안보, 환경, 기후변화, 사이버 스페이스, 마약 등 비전통 연성안보 의제에 관한 협력을 모색했다.

'동플'은 동아시아, 아세안, 인도, 유라시아 등까지 공간을 확장해 평화의 축(평화공동체플랫폼)과 번영의 축(신남방정책, 신북방정책)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동북아 지역 내 평화협력플랫폼을 통한 역내 다양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북방(대륙)과 남방(해양)을 연결하는 평화와 번영의 가교를 우리가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연성외교 이슈에 대한 공통의 관심사를 확대한 뒤 기존 다자안보 대화 체제를 활용해 역내 안보회의를 주도하고, 마지막으로 북한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의 동북아 다자협력외교는 1988년 노태우정부를 시작으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박근혜 정부를 거쳐 지속돼 왔다. 특히 박근혜정부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동평구)이라는 다자외교를 추진해왔다. 문재인정부가 역대 정부뿐 아니라 박근혜정부의 '동평구'를 확대 계승하겠다고 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면에서 아주 잘한 일이다.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위해 각종 도발을 감행하는 상황에서 과연 연성안보협력으로 경성안보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정부가 기능적 접근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일이다.


'겨울에 밀짚모자를 사라'는 말이 있다. 긴장이 고조될 때 평화를 준비하는 대승적 준비가 필요하다. 단기간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장기적 문제의식과 안목을 바탕으로 문재인정부의 다자안보협력, '동플'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길 기대한다.

seokjang@fnnnews.com 조석장 정치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