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전선익의 재팬톡!]가상화폐공개(ICO)의 빛과 그림자

전선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5 13:00

수정 2018.01.25 13:00

-[재팬톡 외전: 코인톡!] 가상화폐공개(ICO) 너 뭐니?②
-Benebit ICO 270만 달러 규모 사기 발생...국내 투자자들도 큰 피해
-ICO 참여금 37억 달러의 10%가 해킹당하거나 도둑맞음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 안돼 고수익·고위험
-일본·미국·독일·스위스·싱가포르 ICO 적극 수용...한국 ICO 금지
-한국 인재들 해외로...지나친 규제로 국부 유출 지적
베네빗(Benebit) ICO 구글 검색 한 화면 캡쳐 /사진=구글 검색 화면 캡쳐
베네빗(Benebit) ICO 구글 검색 한 화면 캡쳐 /사진=구글 검색 화면 캡쳐
【도쿄=전선익 특파원】“베네빗(Benebit) 가상화폐공개(ICO)가 사기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번 주 ICO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한 뉴스입니다. 베네빗은 최근 가장 주목받던 가상화폐공개 중 하나였는데, 투자자들의 돈을 받은 후 하루 아침에 감쪽같이 사라진 것입니다. 알고 보니 베네빗이 자신들이라고 소개한 사진들은 영국의 타워하우스 사립초등학교(Tower House School) 선생님들 사진이었습니다. 한국 투자자들도 상당수 이 회사에 투자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외언론들에 따르면 피해액은 적게는 270만 달러(한화 약 28억 6956만원)에서 많게는 400만 달러(약 42억 5120만원)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ICO 역사상 가장 큰 사기 중 하나로 기록 될 것으로 보입니다.

베네빗의 피해가 컸던 이유는 ICO에 나서는 회사를 분석하고 점수를 주는 수많은 가상화폐공개 전문 웹사이트들이 베네빗에 높은 점수를 줬기 때문입니다.

소수의 큰손 투자자들에 비해 정보에 취약한 일반 투자자들은 기업의 백서와 인터넷에 나와 있는 가상화폐공개 전문 웹사이트들을 의지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기업이 제시하는 백서는 기술적인 용어로 가득해 일반 투자자들이 별도의 공부를 하고 보지 않는 이상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들이 주로 ICO를 진행해 기업에 대한 정보도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다보니 일반 투자자 특히 20-30대 일반 투자자들은 전문 분석 사이트에 크게 의지하게 됩니다. 베네핏은 ICOBENCH나 TRACKICO 등과 같은 전문 사이트에서 5점 만점에 4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었습니다. 지금은 해당페이지들이 전부 사라진 상태입니다. 사진도 도용한 ICO에 높은 점수를 준 전문 분석 사이트들이 과연 올바르게 분석을 해왔는지 의심이 되는 부분입니다.

가상화폐공개(ICO) 이미지 /사진=Shutter Image
가상화폐공개(ICO) 이미지 /사진=Shutter Image
ICO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속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가상화폐공개를 이용한 자금 조달은 지난해 4월 이후 급증했습니다. 지난해 1월 232만 달러(약 24억 6500만원)였던 시장은 11월 7억4000만 달러(약 7862억 5000만원)까지 커졌습니다.

탄력을 받은 시장은 올해도 급성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코닥이나 텔레그램 처럼 유명한 기업들이 이미 ICO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디지털 권리인 토큰 또는 코인을 발행하고 구매자를 모집하는 자금 조달 방법인 ICO는 기업들이 가장 쉽게 초기 자본을 만들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일반 투자자들이 벤처캐피탈(VC)들처럼 초기에 기업에 투자를 할 수 있어 장점이 많은 자금 조달 방법입니다.

다만 규정이 없어 안전장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위험입니다. 가상화폐 제도가 가장 안전하게 자리 잡은 일본도 ICO에 대한 세부 사항들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일본 금융청은 지난 10월 이용자와 사업자에게 주위를 촉구하는 문서를 공표했지만 시장의 성장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은 ICO가 금지돼 있습니다. 기업들은 한국에서 ICO를 진행할 수 없고 초기 투자에 강한 벤처캐피탈(VC)들도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막혀 투자 할 수 없습니다.

아이콘 네트워크 활용도 /사진=ICON 홈페이지 캡쳐
아이콘 네트워크 활용도 /사진=ICON 홈페이지 캡쳐
ICO를 막은 한국은 최근 예상하지 못한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유능한 인재들과 유망 스타트업들이 한국을 떠나 아예 외국에서 창업한 뒤 ICO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심각한 재능 낭비이며 어찌 보면 국부 유출 지적을 받을 수 있는 사안으로 보입니다.

현재 ICO 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기업은 아이콘(ICON)입니다. 25일 메인넷(mainnet)까지 성공적으로 출시해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 됐습니다. ICO에 참여한 초기 투자자들은 엄청난 이익을 얻었고, 아이콘은 ICO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콘은 사실 한국판 이더리움으로 불리는 한국 기업입니다. 하지만 ICO를 위해 ICO를 금지한 한국을 떠나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하고 ICO를 진행해 성공했습니다. 아이콘의 성공을 목격한 한국 스타트업들은 하나 둘 씩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스위스, 독일, 싱가폴, 대만, 인도 등 ICO 기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나라로 디지털 이민을 떠나는 셈입니다.

최근에는 한국의 유망한 스타트업 직토가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우고 ICO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디지털 이민을 준비 중입니다.

가상화폐 규제 본격화 - 투자금 모집ㆍ대출 전면 금지 (PG) /사진=연합뉴스
가상화폐 규제 본격화 - 투자금 모집ㆍ대출 전면 금지 (PG) /사진=연합뉴스
ICO는 아직 제도적으로 안전장치가 만들어져 있지 않아 위험합니다. 회계법인 어니스트&영에 따르면 가상화폐공개 투자금 37억 달러(약 3조 9312억원) 중 약 10%가 해킹을 당했거나 사라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자금 조달이 증가하면 기업이나 사업 활동이 활발해 지고 이것은 소비로 이뤄져 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습니다. 수많은 유럽 국가들과 미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이 ICO에 적극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ICO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투자자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계가 성장 산업으로 인정하는 ICO를 아예 금지하고 규제하는 것은 해답이 안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가 규제한다고 사라질 산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다면 투자자들이 더 많은 기업의 정보를 입수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하고, ICO주변에서 발생하는 범죄행위를 신속히 수사하고 처벌하는 것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해 주는 것이 정부의 안전대책 아닐까 싶습니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