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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레저]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도시, 군산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2 19:38

수정 2018.02.22 19:38

‘2월의 크리스마스’가 그립다면 초원사진관
신선이 노닐다간 섬, 선유도
과거와 현재의 공존, 군산
【 군산(전북)=조용철 기자】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는 고려시대부터 수군 기지로 쓰였다. 많은 섬들이 산처럼 보인다고 해서 군산진으로 불릴 만큼 전략적 요충지였다. '고군산'은 조선 세종 때 수군 진영을 금강 하구로 옮겨가기 전까지 군산이었다는 의미로 붙여졌다. 옛 군산인 고군산군도와 달리 현재의 군산에 가면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느낌이 든다. 1930년대 민족의 쓰라린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어서다. 군산은 일제강점기 쌀을 수탈하던 관문이었다.
아직까지도 일본식 건축물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영화 '장군의 아들'과 '타짜'의 촬영장소로 알려진 신흥동 일본식 가옥의 모습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속 초원사진관에선 지금도 누군가의 모습을 담고 있다. 기찻길 양옆으로 판자집이 마주하고 있는 '경암동 철길마을' 풍경도 아련한 추억을 남긴다.

고군산군도의 여러 섬 중 하나인 선유도는 신선이 노닐다 갈 정도로 풍경이 빼어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나룻배 너머로 보이는 섬들이 선유도다. 사진=조용철 기자
고군산군도의 여러 섬 중 하나인 선유도는 신선이 노닐다 갈 정도로 풍경이 빼어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나룻배 너머로 보이는 섬들이 선유도다. 사진=조용철 기자


신선이 노닐다간 섬, 선유도

고군산군도에 속했지만 지금은 육지로 바뀐 비응항에서 신시도까지는 왕복 4차선 일직선 도로가 시원하게 뻗어 있다. 야미도까지 완전한 직선이라서 마치 자율주행을 체험하는 것 같다. 운전 도중에 해넘이쉼터나 돌고래쉼터에서 잠시 쉬어도 좋다. 차츰 호수와 육지로 바뀌는 만경강, 동진강 하구로 이어지는 멋진 풍경이 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장자도까지 연결된 새 도로는 신시도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돌면서 시작된다. 신시도만 해도 제법 큰 섬이지만 선유대교를 지나면 두 개의 커다란 바위 봉우리를 중심으로 선유도의 풍경이 펼쳐지면서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바뀐다. 군산에서 남서쪽으로 약 50㎞ 떨어진 선유도는 글자 그대로 신선이 노닌다는 섬이다.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펼친 것처럼 경치가 빼어나 붙여진 이름이다.

선유도는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한층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옛 해상도시인 선유도는 고려시대에 송나라 사신이 선유도를 방문했을 당시 '삼국사기'를 지은 김부식이 사절단으로 나와 맞이할 정도로 전략적 요충지였다. 현재는 2.13㎢의 면적에 500명 가량의 주민이 살고 있다.

선유도를 찾은 여행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여행지는 명사십리로 불리는 선유해변이다.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의 3개 섬을 통틀어 유일한 해수욕장이다. 길게 이어진 제방 서편으로 부드러운 아치형 곡선을 그리며 드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800m 길이의 해변이 하트 모양으로 이어지는 선유도 명사십리 너머로 높이 110m의 망주봉이 어우러진 모습이야말로 선유도에서만 볼 수 있는 최고의 절경이다.

선유도 한복판에 우뚝 솟은 두 개의 우뚝한 바위 봉우리 망주봉은 그리 높지 않으면서도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면서 부드럽게 흐른다. 이어지는 능선을 마치 도포자락이 휘감은 듯한 장면을 연출한다. 봉우리 한쪽 귀퉁이에 남겨진 희미한 물길 자국은 선유팔경 중 하나로 알려진 '망주폭포'다. 장마철 큰 비가 내리면 봉우리에서 흐르는 물줄기가 마치 폭포와 같이 장관을 이룬다는 데서 유래됐다.

선유팔경 가운데서도 최고로 꼽히는 '선유낙조'는 해질 무렵 선유도 어디에서 보더라도 황홀한 붉은 빛을 뿜어낸다. 선유도에서 무녀도와 장자도를 연결하는 9.28㎞의 자전거 하이킹 코스도 인기다.

초원사진관
초원사진관

초원사진관
초원사진관

과거와 현재의 공존, 군산

군산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로 유명하다. 구도심 곳곳에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일본식 건축물은 지난 1899년 마산항과 함께 국제무역항으로 전국에서 4번째로 개항한 이후 일제강점기 쌀을 수탈하는 관문으로 이용당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군산시는 일본식 건축물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월명동 일대를 근대역사문화거리로 조성했다. 군산 내항 인근에 위치한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선 과거 무역항으로 해상물류유통의 중심지였던 군산의 1930년대 생활상을 기록했다.

전시실에는 1930년대 군산의 영동상가를 재현한 거리가 전시돼 있다. 유독 개성상인이 많아 '송방골목'이라고 불렸던 거리에 있던 잡화점, 조선주조 주식회사, 형제고무신방, 인력거차점 등 당시 시대상황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박물관 왼편으론 군산항에서 쌀을 배에 싣기까지 상당기간 보관하던 창고가 있던 장소라고 해서 붙여진 장미(藏米)갤러리와 군산근대미술관(옛 일본 18은행 군산지점), 군산근대건축관(옛 조선은행 군산지점) 등이 있다. 또 박물관 뒷편에선 수위에 따라 오르내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른바 '뜬다리' 부잔교가 여행객을 맞는다. 지난 1908년 대한제국 자금으로 세워진 옛 군산세관은 서양식 단층건물로 당시엔 많은 부속건물이 있었지만 현재는 모두 헐리고 본관 건물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한국은행 건물, 서울역사 등과 함께 국내에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 중 하나로 유명하며 현재는 호남관세전시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일제강점기 쌀 수탈의 관문이었던 군산… 일본식 건물과 가옥들이 많이 남아있다.
일제강점기 쌀 수탈의 관문이었던 군산… 일본식 건물과 가옥들이 많이 남아있다.

일제강점기 쌀 수탈의 관문이었던 군산… 일본식 건물과 가옥들이 많이 남아있다.
일제강점기 쌀 수탈의 관문이었던 군산… 일본식 건물과 가옥들이 많이 남아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서 국내 유일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로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포목상으로 거부가 됐다는 일본인 히로쓰의 저택인 신흥동 일본식 가옥과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를 복원한 초원사진관이 여행객을 기다린다.
영화 '장군의 아들'과 '타짜'의 촬영 장소인 신흥동 일본식 가옥은 'ㄱ'자 모양으로 이어진 2채의 건물 구조로 2층 규모의 목조주택과 함께 나무, 석탑 등으로 꾸며진 일본식 정원이 그대로 남아있다. 옛 군산역에서 페이퍼코리아까지 2.5㎞ 길이의 철길을 사이에 둔 경암동 철길마을도 꼭 둘러볼만한 곳이다.
집과 집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기차가 다녔던 경암동 철길마을은 지난 2008년 기차 운행이 중단됐지만, 철로를 마주하고 있는 판자집과 어우러진 풍경이 유명해지면서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로 자리잡았다.

경암동 철길마을의 풍경
경암동 철길마을의 풍경


ycch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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