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포스트]

블록체인에 대한 시각 바꾼 정부-국회, 산업활성화 서두른다

법.제도 만들어 '지원사격'.. 생활밀착형 기술 개발도 주도
여야 잇따라 토론회 개최.. "제도로 뒷받침" 한목소리
정부, 발전계획 이달중 발표.. 범부처 참여 프로젝트 등 포함
ICT 업계는 기대감 확산.. ICO 가이드라인 나올지 관심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홍의락 의원실, 한국무역협회,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주최로 열린 블록체인 산업진흥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축사를 하며 블록체인 관련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던 정부와 국회가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를 위한 드라이브를 건다. 국회에서는 관련 입법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고, 정부에서는 활성화 종합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업계는 국회와 정부의 움직임이 반갑다. 이미 SK텔레콤과 KT, 한화생명,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들도 줄줄이 블록체인 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지목하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우리 정부는 가상화폐가 투기에 활용된다는 점만 주목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가상화폐 열풍이 우리나라를 강타한 이후 반년 넘게 블록체인에 대해 손을 놓고 있던 정부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관련 제도 개선에 가속도가 붙길 기대하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국회가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산업 진흥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 국회에서 각종 토론회가 열렸고, 일부 의원들이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위한 법안을 발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야 가리지 않고 '블록체인' 중요성 강조

홍의락 더불어민주당의원은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블록체인 산업진흥 대토론회'를 열고 블록체인산업진흥기본법을 발의하려고 준비중이라고 강조했다. 이 법안은 홍의락 의원실과 한국무역협회의 공동연구를 통해 마련됐다.

홍 의원이 준비중인 법안에는 가상화폐를 '디지털 토큰'이라는 금융상품의 하나로 정의해서 상법이나 전자금융거래법 등 다양한 법률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가 없어, 각종 법에서 규정하지 못했다는 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한 주무부처도 명확히 한다는 내용도 담긴다. 가상화폐 발행을 통해 투자금을 유치하는 가상화폐공개(ICO) 등 금융 분야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가, 블록체인 기술 진흥 등 비금융 분야에 대해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담당한다.

이날 토론회 축사를 맡은 정세균 국회의장도 "4차 산업혁명의 여러 분야 가운데 블록체인 산업이 가장 관심을 받고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며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유승희, 송희경, 오세정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블록체인 육성을 위한 정책토론회'도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관련 법이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당시 송희경 의원은 "4차 산업혁명은 더이상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기업이나 국가가 기술을 더 유연하게 적용하고 풀어내느냐의 문제"라며 "우리 정부가 비트코인 때문에 투자자들이 돈을 잃는다며 우왕좌왕하는 동안 미국은 노숙자들의 건강보험을 블록체인으로 관리하고 두바이는 2020년까지 모든 공문서를 블록체인으로 관리하는 등 앞서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 블록체인 산업 진흥 '총력'

이처럼 국회의 지원사격이 이어지면서 정부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그동안 가상화폐 투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던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산업 육성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이르면 이달 중으로 블록체인 산업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6월말 발표가 예정돼 있었지만, 산업 육성이 시급하다고 판단돼 발표를 앞당기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가 마련중인 이 기본계획에는 주로 블록체인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한 계획과 다양한 부처에서 선제적으로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범 부처가 참여하는 블록체인 대국민 프로젝트도 검토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미 과기정통부는 산하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을 통해 블록체인 우수활용사례 발굴을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온라인 투표 시스템, 지능형 개인통관 서비스 등 5개 분야에 과제당 5억원 가량이 지원된다. 이미 5개 분야 사업자 선정이 마무리됐으며, 사업자들은 연말까지 관련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아울러 과기정통부는 산하기관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최근 블록체인연구개발센터를 출범시켰다. ETRI가 국내 여러 기업들과 함께 공동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한 뒤 이를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등에 이전해 실생활에 활용될 서비스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KISA에도 블록체인확산팀이 올해 초 신설됐다. 블록체인확산팀은 기술을 실제 서비스로 만들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추진중인 시범사업 외에도 다양한 성공사례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ICO 가이드라인 나올지'관심'

이처럼 정부와 국회가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산업 진흥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임에 따라 업계에서도 관련 법과 제도가 빠르게 정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가장 시급한 정책으로 꼽히는 ICO 관련 가이드라인이 제시될지 관심이다. 현재 정부는 모든 종류의 ICO를 금지하겠다는 방침만 세워둔 채 법 개정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방관하고 있다.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싱가포르나 홍콩, 스위스 등에 법인을 세우고 해외에서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반면 해외기업들은 정부가 법 개정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ICO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해석하고 국내에서 투자자들을 만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전하진 자율규제위원장은 "도대체 왜 우리 기업들이 싱가포르나 다른 국가를 가서 투자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우리 정부가 방치하지 말고 국내에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한다면, 오히려 해외 기업이 국내에 들어와서 세금을 내고 인력을 고용하는 국부창출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