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특수고용직, 맞춤 해법이 필요하다

정부가 다음 달 보험설계사와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에게 '노동자' 지위를 부여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놓는다고 한다. 노동시장의 대표적인 취약계층인 특수고용직에 대한 보호가 강화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직종 숫자만큼이나 복잡하고 다양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노동자' 지위 부여라는 일률적·총괄적 조치로 여하히 풀어낼 수 있을 것인지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노동법상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 중간적 지위(개인 사업자)를 부여받고 있는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노동법적 보호와 사회보험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돼 있는 게 현실이다. 특수형태근로 종사자 중 보험설계사, 레미콘기사, 택배기사, 대출모집인 등 사업장 전속성이 높은 9개 직종에 대해서는 늦게나마 사회보험 중 산재보험이 당연 적용 중이고 고용보험 적용 방안도 논의 중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지위가 주어지면 노동법적 권익이 보장되고 고용·산재보험 등도 의무화돼 특수고용직에 대한 사회적 보호가 강화되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사용자 측의 반대와 형평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선 해당 종사자들에 대한 사회보험료 부담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인사관리와 노사관계에 대한 부담이 커져 많은 사업자들이 현재의 도급위탁 관계를 종료하거나 폐지하려 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렇게 되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노동시장 취약계층 고용사정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회에서는 집권여당을 중심으로 '근로자성'의 외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특수고용직들의 노동권을 보호하면서 대량실업 사태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반 근로자와 달리 직종별로 세분화한 '맞춤형' 해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의 사례에서처럼 사회보험 의무적용과 노동법적 지위보장을 분리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회보험의 경우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성'에 제도적용이나 혜택여부를 종속시킬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정당성도 약하다. 한 가지 대안은 특수고용 직종 혹은 산업별로 별도의 제도기금을 만들어 사회적 보호의 필요성과 공평 부담이라는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차원에서 비용의 사회적 분담 방안을 찾는 것이다.

다른 한편 엄격한 사용·종속 관계와 '근로자성'을 전제로 해야 하는 노동법상의 권익보장에 관해서는 불필요한 갈등비용과 노사관계의 경직성을 막기 위해 직종별로 유연하고 합리적인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특수고용직이라는 범주 안에는 50가지가 넘는 직종이 포함되고 제공하는 노무형태도 다양해 획일화한 법안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비합리적인 접근법이다. 특히 정보기술(IT)의 발달과 함께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대리택배직 등 '사용자'를 적시하기 어려운 플랫폼 노동자들의 경우 섣부른 정책이나 입법은 실제 종사자들의 권익과 보호효과는 없고 산업현장의 혼란만 불러들일 위험성이 높다. 사안의 이러한 특수성으로 인해 프랑스의 경우 '특수고용직'의 '근로자성' 여부에 대해 사전적 가이드라인이나 규정을 두지 않고 판례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많은 나라들이 노동법보다는 주로 공정거래법과 정책을 통해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에 대한 부당한 거래나 불평등한 계약을 감시하고 감독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가뜩이나 경제와 노동시장에 긴장감이 팽팽한 시기에 특수고용직 문제까지 가세해 향후 전개될 노사관계와 사회적 대화의 앞길이 걱정된다. 이럴 때일수록 당사자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협상의 중요한 두 가지 원칙, 즉 호혜성과 점진성의 원칙이다. 성공한 협상은 서로 원하는 것을 줌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며, 무엇이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한 번에 다 가지려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방하남 국민대학교 석좌교수 · 전 고용노동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