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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퓨처ICT포럼] AI.로봇이 사람 일자리 뺏는다고? 일하는 형태만 바뀔 뿐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3 17:29

수정 2018.07.03 21:34

퓨처ICT포럼 기조강연자  토머스 프레이에게 듣는다
미래에도 결국 사람이 답.. 사람을 고립시키는 기술은 위험
강아지로봇 만든 '보스턴 다이내믹스', 화성 식민지화 '스페이스X' 같은 인류의 미래 위한 기업 지켜보는중
기술발전 역기능도 분명.. 컴퓨터.네트워크로 혜택 누렸지만 부작용 줄일 방법도 고민할 시기
전세계 국가 참여한 기구 설립.. 특허·자율주행차 등 기준 세워야
한국, 기술에 오픈 마인드.. 최근 내놓은 블록체인 전략에 박수
금융·헬스케어 등에 접목 가능할것.. 앞으로 산업 지형도 크게 변화, 전향적인 자세로 미리 대비해야
사진=박범준 기자
사진=박범준 기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5세대(5G) 이동통신 등 기술이 우리 사회를 급격하게 변화시키는 가운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난 2006년 구글이 '최고의 미래학자'로 꼽은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사진)은 "기술이 주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지만, 순기능을 키워 인류에게 도움이 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 발전이 늘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7일 파이낸셜뉴스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제9회 퓨처 ICT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토머스 프레이 소장은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변화하는 상황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해결책을 제시했다.

■"좋은 마음이 나쁜 마음 이겨"

프레이 소장은 "5G, 드론, 자율주행차 등의 기술을 나쁜 사람들이 악용해 우리를 위협할 수도 있다"며 "AI 무기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착한 AI가 나쁜 AI와 경쟁해 이기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미래에는 기술을 무기로 한 전쟁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 프레이 소장의 의견이다.
컴퓨터와 네트워크의 발전으로 인류는 많은 혜택을 보기도 했지만, 해커가 등장해 문제를 일으킨 것과 같은 이치다.

프레이 소장은 "미래 AI가 특정 기업이나 인종, 국가, 종교인들을 공격할 수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기술을 무기로 삼은 이들보다 더 똑똑한 AI 연구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I가 발달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추세다. AI나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프레이 소장의 생각은 달랐다.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의 형태가 변할 뿐이지 일자리를 없애지는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는 "나는 20년 내 세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지고, 2030년까지 20억개의 직업이 사라진다고 했다"면서 "일의 형태가 변화한다는걸 강조한 얘기이며, 없어지는 직업이 있는 반면 새로운 직업이 생길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부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AI나 로봇이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면 이 같은 도구나 생산수단을 가진 극소수가 돈을 벌 우려가 있다는 해석 때문이다.

이에 대해 프레이 소장은 "우리는 AI나 로봇을 가진 사람과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AI와 대결하게 될 것"이라며 "AI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작업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에 보탬이 되도록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술발전에 따른 국제공조 필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프레이 소장은 전세계가 참여하는 기구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예를 들어 개인정보나 사생활 침해 같은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는데, 만약 모든 국가가 제각각 개인정보보호법을 만든다면 전 세계 180여개의 법이 생길 것이고 이는 매우 복잡하고 모호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전세계 개인정보보호 전문가가 모여 기구를 만들고, 이들이 기준을 만들고 개별국가가 따르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레이 소장은 개인정보보호법뿐만 아니라 특허, 회계, 자율주행차 등의 영역에도 이런 방식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국가 간 연대의 필요성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밝혔다.

그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는 오일 말고 경제를 부양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수십억달러가 드는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며 "이런 거대한 프로젝트가 아프리카나 중국 등지에 인프라를 건설하고, 발전소를 짓는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인류는 기술의 발전에 따른 더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 발전에 겁을 먹고 부정하는 대신,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레이 소장은 "직업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새로운 것을 배울 수많은 기회가 있다"며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사람들은 적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며, 변화하는 것에 빨리 반응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법에 대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술에 열려있는 사회 '박수'

프레이 소장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금융, 헬스케어,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최근 블록체인 발전전략을 발표한 한국정부에 박수를 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암호화폐 산업에 인색한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정책은 기술의 변화와 이에 대한 이해도에 따라 변하는데, 중간에 나쁜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결국엔 맞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대부분의 국가가 (블록체인 정책이) 한국보다 뒤처져 있다고 생각하며, 한국정부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공격적인 태도를 취한 것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프레이 소장은 한국사회가 기술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 하는 자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지금까지 성과를 보인 분야가 아니라 달라질 산업 지형도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모든 건 사람한테 달려있고, 한국의 출생률이 매우 낮다는 점은 큰 문제이며, 이를 해결해야 한다"며 "지금까지는 여러 사람들이 각각의 역할을 하면서 사회가 유기적으로 돌아갔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을 고립시키고 서로를 필요하지 않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에도 결국 사람에게 답이 있다고 주장했다. 프레이 소장은 "자율주행차나 로봇 같은 기술이 사람을 고립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그러나 인간 대 인간의 접촉은 미래에도 중요할 것이며, 사람을 잃는 사회는 위험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레이 소장은 늘 새로운 기술을 탐구하고, 관련 기업들에 관심이 높다. 현재는 로봇, AI, 우주기술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들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라는 회사가 있는데 굉장히 짧은 시간에 휴머노이드 로봇과 강아지 로봇을 만들었다"며 "흥미로운 사용자환경UI)과 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아마존도 놀랍고 화성을 식민지화 하겠다는 스페이스X의 계획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남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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