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주인이 채식주의, 반려동물도 채식만? 동물학대 논란

김유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반려동물 용품 코너./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반려동물 용품 코너./사진=연합뉴스

"강아지가 채식을 한다고?"
직장인 이모씨(31·여)는 한 모임에서 알게 된 지인이 반려견에게 비건사료를 먹인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비건이란 소고기나 유제품 등 동물성 원료나 해산물로 만든 그 어떤 제품도 소비하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를 일컫는다. 비건을 지향하는 지인이 반려견 입양 초기에는 직접 비건 식단으로 요리한 먹이를 먹이다 최근 시중에 판매하는 비건사료를 알고 먹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강아지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는데 채식을 시켜도 되나 싶었다"라고 전했다.

■"비건사료만 먹인다" 학대 논란
최근 일부 채식주의자들이 반려동물에게도 비건사료를 먹이면서 동물학대 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반려동물 건강에 좋다는 주장과 동물에게 채식을 강요한다는 의견이 맞서면서 논란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건사료 수요자는 상당수가 비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육식을 원하지 않는 주인의 신념에 따른 것이다. 또는 피부 알레르기를 앓고 있거나 소화장애가 있는 반려동물의 경우 주인이 비건사료를 찾기도 한다. 비건사료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는 묘주 송모씨(26·여)는 "고양이 발바닥에 습진이 있어 사료를 바꿔보려던 차에 지인이 비건사료를 추천해줬다"며 "비건사료가 위험하다는 사람도 있고 건강하다는 사람도 있어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사료 유통업체는 비건사료가 반려동물의 건강을 증진시킨다고 홍보하고 있다. 한 업체는 '100% 식물성 사료 식단이 알레르기, 당뇨병, 백내장 등 개선에 도움 된다는 연구가 있다'며 '비건사료 영양소는 불균형적이란 선입견은 깨야 한다'고 선전하고 나섰다. 이처럼 국내에서 유통되는 비건사료 대부분은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으며 규모는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비건사료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육식 사료 제조 과정도 비윤리적인 데다가 반려동물 건강에도 좋다는 입장이다.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다는 비건 장모씨(33·여)는 "사료 제조 과정에서도 동물권 침해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동물학대에 분노한다면 육식 사료를 만드는 과정에도 분노해야 한다"며 "또 알레르기 반응은 동물성 원료가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채식을 먹이는 것을 두고 동물학대라고 보는 것은 비건을 혐오하는 일부의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전문가 의견도 '제각각'
일각에서는 "동물에게 채식을 강요하는 것은 동물학대"라며 맞서고 있다.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김모씨(27·여)는 "고양이는 잡식도 아니고 육식하는 동물이라 비건사료가 치명적일 수 있다고 들었다"며 "동물권을 위한다며 채식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동물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한국고양이수의사회 김재영 회장은 동물권 향상은 바람직하지만 동물의 먹이는 개인의 철학에 입각해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고양이는 동물성 단백질인 '타울린'을 섭취하지 못하면 실명하거나 심장병에 걸릴 수도 있다"며 "비건사료로 인해 반려동물의 건강을 해친다면 그것 또한 동물학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반려동물이 사료를 먹는 순간부터 이미 육식을 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영양소만 충분하다면 동물학대로 보기에는 무리"라고 했다. 다만 '육식 사료의 제조과정도 동물권 침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물 사료는 대부분 부산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사료 제조 자체가 동물권 침해 요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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