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책

국회 “암호화폐 투기과열,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로 잡아야”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04 11:58

수정 2018.09.04 12:06

기재위, 입법조사처 등 “과세 방침 부재로 시장 혼란 초래”

“미국, 일본, 싱가포르처럼 암호화폐 과세로 양성화 시켜야”
“하루 빨리 암호화폐에 대한 정의를 내려 양성화 시킨 다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미국 연방 국세청을 비롯해 일본과 싱가포르 등도 기준을 마련해 과세하고 있다. 이미 많은 자산이 암호화폐로 이동하고 있고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했는데, 우리 정부 태스크포스(TF)는 언제까지 암호화폐 연구만 하고 있을 것인가.” -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중진 박영선 의원(‘18. 8월 말 기획재정부 결산 심사 중)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를 중심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기준 마련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과세를 통해 암호화폐를 양성화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앞서 기재위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게 ‘암호화폐 과세 공백 해소’를 거듭 요구했다. 하지만 이후 기재부,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민간전문가들과 만든 ‘가상통화(암호화폐) 태스크포스(TF)’가 1년 가까이 공회전을 거듭하자, 국회 소관 상임위 차원에서 암호화폐 과세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회예산정책처 및 입법조사처 등 관계 기관은 암호화폐의 자산 성격을 인정해 소득세 등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해외사례를 잇따라 소개하면서 정부가 우려하는 암호화폐 투기 과열을 해소할 해법으로 암호화폐 매매차익에 세금을 매겨 암호화폐 양성화를 잇따라 제안하고 있어 국회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상통화 과세TF, 논의 속도내라’…국감지적 예고
5일 국회에 따르면 다음달 10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되는 20대 국회 후반기 첫 국감을 앞두고 입법조사처는 ‘2017년도 국감시정 및 처리결과 평가보고서’와 ‘2018 국감 정책자료’를 잇달아 발표했다. 이 자료는 각 부처별 소관 상임위 소속 여야 의원실이 국감을 준비할 때 참고하는 핵심 문건이다.

두 보고서에 따르면 기재위는 지난해 국감에서 기재부를 대상으로 “현행 세법상 열거주의로 인해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시정처리를 요구했다. 이후 기재부 등 관계부처는 ‘가상통화(암호화폐) 과세TF’를 출범시켜 양도소득세와 부가가치세 과세여부, 기타 세목별 쟁점사항 등을 논의하고 있다. 올 초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현지 출장을 통해 주요국의 암호화폐 과세 현황을 파악했으며, 향후 G20 등 국제 논의 동향에 맞춰 과세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입법조사처 재정경제팀은 “해외 각 국가는 암호화폐 등장과 함께 과세 분야에 대해서도 활발한 논의를 바탕으로 선제적인 대응과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암호화폐에 대한 구체적인 과세 방침이 없어 혼란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개선방안과 관련, “해외 각 국에서는 암호화폐를 자산 성격이 있는 것으로 접근해 소득세 등을 부과하는 국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암호화폐 거래정보 파악 등을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조세회피 방지를 위한 거래소 규제 논의도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야 경제전문가 ‘암호화폐 과세 시급’ 한 목소리
또 기재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중진 박영선 의원을 비롯해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를 통해 ‘암호화폐공개(ICO) 허용’을 권고했던 기재부 1차관 출신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 등도 암호화폐 과세 방안의 시급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발표한 ‘2018년 세법개정안’에 암호화폐 매매 차익 과세 등 관련 사항을 담지 않았다. 여전히 암호화폐 성격 규명과 대처 방안에 대해 ‘스터디(연구) 단계’라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국민개세주의를 인지하고 있지만, 암호화폐 과세가 제도권 편입 수순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정책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예산정책처는 “정부는 암호화폐의 투기 과열을 해소하고 관련 불법행위를 근절하면서도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할 수 있도록 적절한 과세방식과 수준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암호화폐 교환중개, 결제서비스, 채굴 등의 사업으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은 현행 법에 따라 사업 소득세 또는 법인세로 과세가능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투기과열 해소를 위해 암호화폐 매매차익을 양도소득세 또는 종합소득세 등으로 과세하거나 매매금액을 거래세로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법률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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