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책

"강한 규제라도 아예 없는 것보다 낫다"...블록체인 정책 요구 줄 잇는다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3 12:46

수정 2018.11.23 14:19

업계 "회색지대 없애라, 현행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데 방치하고 있어"… 국회 토론회
"분명 현행법으로도 규제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도, (정부가) 방치하고 있는 면이 있다."(박수용 블록크래프터스 대표)
"고가의 부동산이나 미술품을 쪼개서 일부만 구매할 수 있는 투자의 민주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법적으로 불투명한 부분이 많다. 미술품 분할 판매가 법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도 모르겠다."(서광열 코드박스 대표)
"블록체인 산업 대부분이 회색지대에 놓여 있고, 이는 투자자 보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법무법인 광장 최우영 변호사)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들이 국회에서 열린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회색지대에 놓여있는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정책을 만들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력한 규제라도 규제가 없는 지금 상황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하소연이다.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주선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이 주최한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를 위한 입법 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서광열 코드박스 대표를 비롯한 블록체인 업계 종사자들은 입을 모아 '규제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를 위한 입법 과제' 토론회를 주최한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왼쪽 여섯번째)과 토론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를 위한 입법 과제' 토론회를 주최한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왼쪽 여섯번째)과 토론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세계 주목받는 증권형토큰, 한국선 시작도 못해
특히 최근 전세계적으로 고가의 자산을 토큰화해서 암호화폐로 쪼개서 투자할 수 있는 '증권형토큰'이 주목받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관련한 어떤 규정이나 규제도 없기 때문에 사업화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글로벌 암호화폐 장외거래 플랫폼 컴벌랜드코리아 홍준기 대표는 최근 주목받는 증권형 토큰에 대해 "아파트를 사기 위해 10년 동안 돈을 모아도, 10년 동안 아파트 가격이 올라서 사지 못하는 것을 증권형 토큰이 해결해줄 수 있다"며 "매년 토큰으로 조금씩 아파트를 사면, 아파트의 가격 상승과 함께 내가 산 지분의 가치도 오르기 때문에 더 쉽게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광열 코드박스 대표는 이를 '투자의 민주화'라고 설명했다. 너무 비싸서 투자하지 못하는 고가의 부동산이나 미술품을 토큰화 시키면 아주 작은 일부라도 투자해서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같은 자산의 토큰화를 위한 어떠한 규정도 없다. 당장 암호화폐에 대한 규정조차 모호하다. 자칫 사업을 진행했다가 정부의 철퇴를 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서광열 대표는 "10억짜리 미술품에 500만원만 투자해서 차익을 얻는 투자의 민주화 기회를 주고 싶어도 법적으로 불투명한 것들이 너무 많다"며 "미술품 분할에 대한 어떤 법적 규정이 없어서 이런 부분이 빨리 정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관투자자 블록체인 투자 길 터주자"
블록체인 기업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투자를 늘리기 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수용 블록크래프터스 대표는 "암호화폐 시세 하락으로 크립토펀드들이 투자를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통 벤처캐피털들은 여전히 블록체인 기업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하지만 은행들이 법인계좌를 통한 암호화폐 출금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최우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역시 "회색지대로 두는 것이 투자자 보호나 산업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공시제도 도입과 같은 선을 그어줘야 시장이 깨끗해진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특구를 추진하고 있는 제주도 역시 명확한 중앙정부의 지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보탰다.
제주특별자치도청 한영수 미래전략과장은 "모든 암호화폐공개(ICO)가 나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잘해보겠다는 기업들의 ICO를 제주에서라도 할 수 있도록 우선 기관투자자 대상 ICO부터 단계적으로 허용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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