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fn이사람] 가맹거래 표준 만들어 ‘을의 눈물' 닦는다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1 17:14

수정 2019.03.21 21:37

이순미 공정위 가맹거래과장
하반기 실태조사, 약관 만들 방침.. 분쟁조정 업무는 지자체로 이관.. 신속한 서비스 제공할 수 있게 해
[fn이사람] 가맹거래 표준 만들어 ‘을의 눈물' 닦는다

“전국 가맹점수가 23만을 넘어섰다. 본부와 가맹점 사이에 위법행위도 매년 늘어나는데 행정조치를 취한다거나 하는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전적인 예방으로 가야만 한다. 의원입법을 통해 제도를 바꾸는 것도 필요하지만 당사자들의 전향적인 자세도 요구된다.”

가맹거래과는 ‘을의 눈물을 닦겠다’며 갑질개혁에 돌입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전선부서다. 김상조 위원장 취임 직후 소상공인 보호기능 강화를 공표한 공정위는 지난해 유통정책관을 신설하고 산하에 가맹·유통·대리점을 맡는 세 개 과를 배치해 인력을 증원했다.
이순미 가맹거래과장(사진)은 그 가운데 가맹사업 불공정행위를 총괄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한편 반세기 역사의 한국 가맹사업은 올해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개정된 가맹사업법은 한국 가맹사업이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제시한다. 투명한 정보공개와 약자보호다. 하지만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이하 협회)는 업계 최초로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까지 제기했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납품하는 물품에서 얻는 이익인 차액가맹금 관련 정보를 창업희망자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법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순미 과장은 차액가맹금 등 가맹점이 본부에게 부담하는 의무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과장은 “지난해 외식업 프랜차이즈를 조사했는데 94%가 차액가맹금을 내고 있으면서도 본부에 가맹금을 내고 있다는 인식이 없다”며 “이것과 관련해 분쟁이 계속 생기는데 (시행된 법은) 처음부터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유통업체처럼 사실상 차액가맹금으로 이익을 남기는 가맹본사 측에선 예비창업자에게 관련 정보가 고스란히 드러나니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상당수 가맹본사가 ‘가맹점에게 로열티를 받도록 변화를 강요하는 게 아니냐’고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과장은 “다른 나라처럼 로열티를 받는 형태로 가면 투명해진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고, 차액가맹금 형태가 유지되더라도 지금보다는 투명하게 될 것”이라며 “점주들이 갖는 대표적인 불만이 가맹본부가 필수품목을 시중보다 높은 가격으로 구입하도록 강제해서 손해를 본다는 건데, 투명성을 높여 분쟁으로 가기 전에 예방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하고 반문했다.

이 과장은 “가맹본부가 제공하는 정보공개서에 충분한 설명이 담기면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사업을 할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정보가 된다”며 “본부 입장에선 기존에 안 하던 거니 계속 하지 않고 싶겠지만, 예비창업자가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계약조건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이점이 더 크다고 본다”고 전했다.

유통정책관 산하로 새로 태어난 가맹거래과는 지난 4개월 동안 효율적인 법집행을 위한 체질개선에 주력했다. 개정된 가맹사업법 시행령이 정보공개등록과 분쟁조정 업무를 지자체도 할 수 있도록 정한데 따른 것이다.

이 과장은 “지자체가 업무를 분담하면 피해를 본 가맹점주가 제 일터를 벗어날 필요 없이 신속하게 구제받을 수 있고, 본부도 지역에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며 “서울시·경기도·인천시에서 업무를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산하 공정거래조정원이 담당하던 해당 업무를 일선 지자체로 이관하면 업무의 통일성이 떨어질 수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이 과장은 “일관되고 통일성 있는 집행이 이뤄지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업무매뉴얼을 내려 보내는데 그치지 않고 담당부서와 인사교류를 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등 제도가 안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공정위가 두 개 업무를 지자체로 이관하는 건 양적으로 팽창하는 가맹거래분야를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한 목적이다. 이 과장은 “가맹거래본사와 브랜드가 수적으로나 양적으로 성장한 상태라서 공정위 혼자서만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가장 성격이 맞는 곳이 지자체가 아닌가 한다”며 “제도가 안착되면 피해자나 가맹본부 모두 신속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맹거래과장으로서 이 과장의 목표는 분쟁으로 번지기 전에 가맹본부와 점주 사이에 상생협력이 이뤄질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과장은 “분쟁이 외부화하기 전에 소통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개별 가맹본사를 대상으로 좋은 제도를 권장하고 모범사례를 발굴하는 작업을 해 나갈 것”이라며 “올 하반기 중에 여덟 개 업종 영업실태를 조사해 가맹금수취형태나 영업방식 등을 세부적으로 파악하고, 이걸 기준으로 표준약관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 과장은 “현재 일부 업체는 신고센터 같은 곳을 겉보기 식으로만 운영해서 불만을 받고 있는 반면, 본부와 협의체가 지속적으로 만나고 자주 소통해서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곳도 있다”면서 “모범사례를 발굴해서 홍보하고 좋은 제도가 널리 자리 잡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가맹거래과는 인력이 4명 증원되고 유통정책관 산하로 재배치돼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개별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임무는 여전히 적지 않다. 이 과장은 “인력이 늘긴 했지만 직원 모두 10시까지 야근하는 게 다반사”라며 “여기저기 설명회나 박람회에 다니면서 홍보와 지원업무도 해야 하고 입법과정에도 참여하는 등 맡은 업무가 많은 게 사실이지만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과장은 ‘광고판촉 사전동의제도’가 올해 꼭 입법됐으면 한다고 소망을 전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담고 있는 내용으로, 가맹본부가 광고나 판촉행사 비용을 가맹점주에게 받으려는 경우 반드시 사전에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걸 골자로 한다.

이 과장은 “현재 가맹점주가 본부의 광고나 판촉에 비용부담을 하면서도 제대로 정보를 알지 못하는 상태”라며 “지금은 점포마다 포스가 다 있어서 ‘이런 취지의 광고를 하는데 동의할 거면 동의하겠다고 버튼을 누르라’고만 하면 바로 의견을 받을 수 있어 본사의 의지만 있다면 나중에 분쟁이 발생할 여지를 줄일 수 있는 좋은 제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법안은 2017년 말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됐으나, 현재까지 통과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