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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반도체 경기] 믿었던 D램값, 4달러선 추락 위기… 비메모리 육성 발등의 불

조지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4 17:00

수정 2019.03.24 17:00

반도체 수출 10% 줄면 20兆 타격.. 비메모리는 中에도 뒤쳐진 수준.. 인력양성 등 정부차원 지원 절실
[심상찮은 반도체 경기] 믿었던 D램값, 4달러선 추락 위기… 비메모리 육성 발등의 불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더욱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시황 약세 반전으로 수출과 고용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육성을 위해 총체적 지원정책을 하루빨리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고용 비상, 시황 변화 촉각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올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8달러를 넘어섰던 D램의 경우 연말엔 4달러선까지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이처럼 수출 주력제품인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산업 성장이 주춤할 경우 한국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반도체 수출이 전년에 비해 10%가량 감소할 경우 최대 20조원 이상의 생산유발액 감소와 5만명 이상의 직간접 고용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업계는 분기별 가격 하락률이 점차 줄어드는 등 하락폭이 점차 둔화되고, 하반기 이후 공급과잉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서버와 모바일용 수요가 다시 살아나면서 그동안 쌓였던 재고 소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차원에서의 생산량 조정 움직임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미국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은 최근 실적을 발표하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량을 약 5% 줄이겠다고 밝혔다. 구체적 감산수치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일각에선 이런 업계의 적극적인 재고관리와 하반기 성수기 진입에 따른 수요회복으로 시황 반등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 상무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 폭이 당초 전망보다 가파르다"면서 "하락 폭이 큰 만큼 회복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비메모리 총체적 육성 시급

메모리 반도체 시황에 따라 기업들의 실적은 물론 한국 경제지표도 큰 영향을 받게 되자 비메모리 사업 육성 필요성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가격 변동성이 큰 반면 비메모리 부문은 시황의 부침이 적기 때문이다. 또 시장 규모도 비메모리가 크다. 지난해 기준 비메모리 분야의 시장규모는 3109억달러로 메모리(1658억달러) 분야의 약 2배에 달한다. 비메모리 사업은 전자제품의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 통신·이미지센서 반도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등이 포함된다. 미국·일본·대만 업체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비메모리 반도체에서 파운드리 부문을 제외하면 중국에도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반도체 기업들이 비메모리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업 강화 의사를 수차례 피력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비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 수립을 당부하면서 정부 주도 육성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인력, 산업 생태계 등 지원책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이 메모리 시장에선 강자이지만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분야는 또 다른 영역인 만큼 대대적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송용호 교수는 "인적자원 양성과 연구개발 등 전략적 육성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총체적으로 쌓여 있다"면서 "단기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지원정책을 실행할 수 있도록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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